Eats
2013.11.02 02:55
지하철, 페리, 그리고 버스 타고 스태튼아일랜드 피자 먹으러 가는 길
조회 수 12423 댓글 0
브루클린 부럽지 않은 피자의 섬, 스태튼 아일랜드
The Island of Pizza, Staten Island
뉴욕타임스가 28일 다이닝 섹션에 스태튼 아일랜드의 지파리아를 특집으로 다루었다.
다민족 음식 전문 비평가 로버트 시에트세마(전 빌리지보이스 비평가)는 스태튼 아일랜드의 피자리아 7곳을 소개했다.
지난 9월 21일 친구들과 지하철 타고, 페리 타고, 다시 버스 타고 한 2시간쯤 걸려 스태튼 아일랜드의 피자리아 '드니노(Denino's)'로
먹거리 여행을 갔었다. 그리고, 유명한 '가비지(쓰레기) 파이'를 즐겼다.
뉴욕타임스의 스태튼아일랜드 명물 피자리아 지도를 보니, 그나마 드니노가 제일 페리 터미널에서 가까운 피자집인 것 같다.
컬빗클럽 Food Luck Club에 올렸던 스태튼 아일랜드 피자 여행을 소개한다.
-------------------------------------------------------------------------------------------------------------------------------------------------
2013. 9. 21
어제는 스태튼아일랜드로 피자를 먹으러 갔습니다.
스캇이 저와 친구에게 2달 전에 약속한 저녁식사였지요. 저희가 맨해튼과 브루클린, 그리고 뉴헤븐까지 웬만한 피자리아를 다 정복한 것을 감안해서 좀 특별한 장소, 페리타고 가야하는 스태튼 아일랜드의 명물 피자 집을 택한 거였지요.
그가 제안한 드니노즈(DeNino's)는 페리 타고, 버스 타고 한참 들어가야 하는 포트 리치몬드 애브뉴에 있습니다.
약속을 해놓고 보니 최근 고다미스트(Gothamist)에서 뽑은 뉴욕 최고 피자리아 12개에 올라있네요.
토요일 오후 6시 30분 우리 셋은 스태튼아일랜드 페리 터미널에서 만났습니다. 페리가 연착되어 조금 늦게 출발했습니다.
뉴욕에 처음 와서 나 홀로 페리 타고 앨리슨 오스틴 사진 뮤지엄, 머나먼 비치를 갔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맨해튼 페리장에서 멀어져 가면서 로어 맨해튼의 스카이라인과 그 위의 갈매기들이 멋지게 보입니다.
자유의 여신상도 시야에 들어오네요.
스캇은 변호사인데, 매년 6월 모로코만 15번 갔고, 2년 후엔 튀니지아를 '모로코처럼' 탐험하겠다고 합니다..
아팔래치안 트레일은 오래 전에 버지니아에서 시작, 매년 노동절 즈음에 2주간씩 하이킹을 해왔는데, 벌써 매사추세츠까지 가 있답니다. 4년 후면 북단에 도착할 예정이래요. 몇 년 전 펜실베이니아에서 이틀간 함께 등산을 했는데, 1시간 마다 10분씩 쉬는 철저한 스파르타식 하이킹이었어요. 이번 막바지에 조인하겠내고 묻네요.
저희는 고개를 설레설레 했습니다. 스캇은 거의 20년 걸렸지만, 특히 유럽의 등산객들은 두달 정도 걸려 아팔래치안 등정을 하는 이도 제법 많다고 합니다. 북단에 도착하면, 스캇의 이름도 완전정복에 등재하게 됩니다.
스캇은 매 주말 뮤지엄과 갤러리 전시 찾아 꼬박꼬박 다니고, 메트오페라는 전 공연을 봅니다. 올 시즌엔 28편을 봅니다. 좌석은 항상 가장 싼 발코니입니다. 음악이 잘 들리기 때문이라고 해요.
스캇은 평상시에 서브웨이 같은 저렴한 체인에서 먹다가 1달에 1번 정도는 친구들을 초대해 성찬을 합니다. 예전에 지금은 문닫은 톱 프렌치 레스토랑 ‘루테스’, JFK 인근의 ‘돈 페페’, 퀸즈 프레시메도우의 ‘파크사이드레스토랑’, 어퍼이스트사이드의 북경오리 전문 식당 ‘셰프 호’브롱스 리버데일의 '매디슨스' 등 여러 곳에서 식탐을를 했어요.
저는 몇 년 전 스캇을 포함 여러 미국인 친구들을 강서회관에 데려갔었지요. 그런데, 스캇이 어디서 들었는지 한국인들이 하는 중국집에 가보고 싶다길래 베이사이드의 삼원각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봉고를 불러 태웠더니 모두들, 소풍 가는 것처럼 좋아하더군요. 그리고, 맨해튼의 노래방 ‘라디오 스타’에서 노래하며 놀았습니다. 한인들이 화끈하게 먹고, 노는 걸 가르쳐준 셈이지요.
스캇이 초대하는 식사의 원칙은 '애피타이저/메인디쉬/디저트를 반드시 시키고, 또 메인 디쉬를 몇 개 시켜서 나누어 먹기, 음료는 칵테일부터 각 코스에 와인 매칭하기'. 저녁 값은 자기가 냅니다.
25분쯤 걸려 세인트 조지 페리 터미널에 내려 버스 정거장 앞에 섰습니다. 44번 버스가 드니노즈 앞에 선답니다.
주말에 20분 간격으로 오는 버스라는데요, 한참 기다리니 옵니다.
장신 두 남자와 조그만 여자 하나가 올라탔고, 친구가 운전수 아저씨에게 드니노스를 알려달라고 요청합니다.
버스가 달리는데, 거리에 불빛이 거의 없어서 거리 이름을 알 수 없네요. 다행히 iPhone으로 루트를 알 수 있었습니다.
혹시나 놓쳤을까 안달이 난 제가 운전수 아저씨에게 다시 확인하러 갔습니다.
"배 고파요?"하고 물으면서 5분만 기다리라고 합니다.
마침내 30분쯤 걸려 정거장에 도착했습니다. 이럴 때 자동차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 셋 아무도 자동차 대신 건강한 발과 메트로카드를 소지한 뉴요커들입니다.
드니노스 건너편엔 햄버거집처럼 생긴 곳에 사람들의 줄이 늘어서있습니다. 이탈리안 아이스 크립숍 랄프치노(Ralph's Famous)네요.
저희는 드니노스로 들어갔습니다. 스포츠 바와 피자리아를 겸비한 태번 스타일이랍니다. 오락기가 몇 개 보이는데, 갤러그가 눈에 띄어서 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맙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열심히 갤러그 점수를 28만까지 올렸던 기억이 나네요.
손님들은 맨해튼과 달랐습니다. 주로 스태튼아일랜드 주민들인 것 같은데요. 약간 굿펠라스 같은 마초 남성들도 있구요, 영화에서 본 미국 시골에 사는 가족들이 저녁 식사를 즐기는듯한 그런 분위기입니다. 맨해튼에서 25분 떨어져서 항상 홀대 받은 스태튼 아일랜드라서 그럴까요.
20분쯤 기다렸습니다. 테이블 자리가 났습니다.
우리는 스캇의 규칙대로 칵테일-애피타이저&와인-피자&와인 코스로 시켰습니다.
중년의 웨이트레스 아주머니가 아주 편안하게 주문을 받으십니다. 와인 두 병을 시키니, "나도 조인할까?"라고 하시네요.
아무래도 메인 이벤트는 피자지요.
조개 피자와 새우 튀김을 얹은 새우 피자도 있지만, 잘 하느 집을 알고 있으니, 드니노에서는 스킵.
제 눈에는 가비지 피자(Gabage Pie, $21.50)가 눈에 띄었습니다. 소시지, 미트볼, 페퍼로니, 버섯, 양파가 올라간 콤비네이션 피자를 '쓰레기' 피자라고 부르네요. 말하자면, 잡탕? 스페셜(소시지+버섯, $16.50)도 시켰습니다.
먼저 칵테일로 진&보드카, 셀처, 스크류 드라이버를 마시면서 오랜 여행의 독을 풉니다.
애피타이저 콩크샐러드, 시금치 샐러드, 브로콜리 랍, 마늘빵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와인 가격($20)이 착해서 맘에 듭니다. 애피타이저와는 이태리어로 '할머니'를 뜻한다는 '논나' 피노그리지오
(왼쪽), 피자는 키안티와 함께 했습니다.
2층이 가비지(쓰레기) 파이, 아래층은 스페셜 파이.
가비지 파이가 스페셜 파이보다 훨씬 맛있었습니다. 양파의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맛이 잡탕 재료와 조화를 이루었어요,
그러고 보니, 뉴욕에 처음 왔을 때 그리니치빌리지에서 잭슨하이츠로 이사하는 선배를 도우러 갔다가 먹었던 오니온 피자 생각이 납니다.
열심히 운반해서 그랬는지? 얼마나 맛있었는지요.
스페셜 파이가 절반 남아서 싸달라고 했어요. 집에서 양파를 얹어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네요.
밤 10시가 다가 오네요. 버스는 20분에 하나씩 옵니다. 저희는 건너편 랄프네 아이스크림숍으로 갔습니다.
1928년부터 문을 열었구요. 70가지 맛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블랙체리와 블랙 라즈베리 컵과 크레말라타를 시켜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먹었습니다.
블랙체리와 블랙라스베리가 브루클린아이스크림팩토리만큼이나 맛있네요.
리서치해보니 랄프스는 80개 지점이 있고, 맨해튼(144 East 24th St.)에도 있답니다. www.ralphsices.com
다시 44번 버스를 탔습니다. 이번엔 버스가 상당히 빨리 달립니다.
저희는 스캇에게 모로코 그만 가고, 그랜드캐년(노스 림)과 산토리니에 가봐라고 했지만, 스캇은 한결같습니다. 모로코와 아팔래치안을 정복해야 하는 거지요.
다음엔 저희가 스캇을 포르투갈 식당이 많은 뉴왁으로 데려가기로 했습니다. 뉴저지퍼포밍아트센터에서 콘서트 보고, 아이언바운드에서 포르투갈 요리 먹고, 시간되면 티벳 미술품이 많은 뉴왁뮤지엄에 데려가려구요.
스캇은 ‘한달 전에만 알려달라’고 합니다. 거의 매일 밤, 매 주말이 촘촘하게 짜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스캇 같은 ‘Think Different’하는 뉴요커가 있어서 즐겁습니다.
세인트 조지 페리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비교적 깔끔한 터미널에 대형 수족관이 있습니다.
사진을 찍으려는 열대어가 째려보면서 포즈를 취해줍니다.
주말엔 30분 간격, 러시아워엔 15분 간격으로 운항합니다. 15분 쯤 후 11시 페리를 탈 수 있었습니다.
페리 안에서 맥주를 마시며 담소하는 청년들이 보입니다. 저 멀리 자유의 여신상의 횃불은 환하게 보였지만, 로어맨해튼은 주말이라서인지 불빛이 많이 꺼져 있네요.
맨해튼 사우스페리에서 스태튼아일랜드 피자, 아이스크림 먹고 돌아오는데, 5시간 30분.
강 건너로 배타고, 버스 타고 가는 머나먼 여정이었지만, 스태튼 아일랜드에도 자부심을 가질 만한 먹거리가 있다는 걸
확인하고, 탐험한 토요일이었습니다.
© NYCultureBeat.com | Big Apple, Small Bites: Across the City
All rights reserved. Any stories of this site may be used for your personal, non-commercial use. You agree not to modify, reproduce, retransmit, distribute, disseminate, sell, publish, broadcast or circulate any material without the written permission of NYCultureBea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