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프랭코: 할리우드 '르네상스 맨'
FRANCOFEST 제임스 프랭코 영화제
March 5-13@IFC
제임스 프랭코 인스태그램
할리우드 전설 제임스 딘만큼 매력적이면서도 지성이 지존에 이르는 스타 제임스 프랭코(James Franco).
배우, 시나리오작가, 감독, 제작자, 교사이자 작가인 제임스 프랭코 영화제 프랑코페스트(FRANCOFEST)가 3월 5일부터 13일까지 웨스트빌리지 IFC에서 열린다.
IFC는 프랭코가 출연한 흥행작 '127 시간(127 Hours)' '하울(Howl), '스프링 브레이커스(Spring Breakers)'를 비롯, 감독작 'As I Lay Dying' 'The Broken Tower' 'Sal'과 단편영화, 비디오 프로젝트, 그리고 프랭코에게 영향을 준 거스 반 산트의 'My Own Private Idaho'를 상영한다. 스케줄은 http://www.ifccenter.com/series/francofest/
*다음 인터뷰는 2011년 8월 2일 한국 중앙일보에 게재된 것을 보충한 기사입니다.
제임스 프랭코 James franco
배우·감독·작가·화가·뮤지션·학생 등 다역 '르네상스 맨'
연기와 컴퓨터그래픽의 합작 '퍼포먼스 캡처' 돋보여
전설적인 스타 제임스 딘(‘제임스 딘’), 반체제 시인 앨런 긴스버그(‘하울’), 캐년에 조난당해 사투를 벌이는 하이커 아론 랠스턴(‘127시간), 스파이더맨의 친구 해리 오스본(‘스파이더맨’), 게이 운동가 하비 밀크의 애인(‘밀크’)…. 스크린에서 그가 맡은 역들이다.
실생활에서 그는 배우, 감독, 제작자, 시나리오 작가, 소설가, 시인, 화가, 모델, 뮤지션, 그리고 학생이자 교수이기도 하다.
UCLA 학사(영문학), 컬럼비아대 석사(소설창작), 뉴욕대 석사(영화연출)을 받았고, 지금은 예일대에서 영문학 박사 과정 중이다. 제임스 프랭코(33), 다재다능한 그는 ‘21세기의 르네상스맨’이라해도 좋을 것이다.
제임스 프랭코는 파파라찌의 사진 대신 인스태그램에 중독된 이유와 기행을 하는 동료 배우에 대한 해명 칼럼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하기도 하는 대변인이기도 하다.
예일대 수업에서 졸고 있는 제임스 프랭코
블록버스터 ‘127시간’으로 올 아카데미상·골든글로브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프랭코, 그러나 배우 앤 해서웨이와 공동으로 맡은 오스카상 시상식 사회는 낙제점이었다. 에너지가 과도하게 넘치는 해서웨이 옆에 선 무표정하고 무기력한 MC 프랭코의 모습은 화려한 커리어 중 ‘옥의 티’였다.
올 여름 제임스 프랭코가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로 찾아온다. 1968년 찰턴 헤스턴 주연의 ‘혹성탈출’의 컨셉만 빌려서 새로 시작하는 20세기 폭스사의 야심만만한 새 프랜차이즈다.
혹성탈출
치매환자인 아버지를 위해 치료약을 연구하는 과학자 윌 로드맨(제임스 프랭코 분)은 실험용 원숭이에게서 태어난 시저(앤디 서키스 분)를 데려다 키운다. 시저는 날이 갈수록 지능이 높아지고, 인간의 감정까지 갖게 된다. 폭력에 연루된 시저는 우리에 갖히면서 분노가 폭발하고, 우리의 원숭이들을 동원해 반란을 일으킨다.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위에서 벌어지는 ‘시저 군단’과 인간의 대결을 그린 시각효과가 볼거리.
이 영화는 실제 연기와 CG를 합성한 ‘퍼포먼스 캡쳐(performance capture)’ 기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반지의 제왕’‘아바타’‘킹콩’에서 진화한 테크놀로지가 동물 전문 배우 앤디 서키스와 만나 원숭이 시저의 섬세한 감정을 포착하고 있다. 냉담한 과학자 윌은 원숭이 시저의 아버지 상이기도 하다.
지난달 31일 뉴욕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임스 프랭코를 만났다.
붉은색 체크셔츠에 검은 가죽재킷, 그리고 진 차림으로 나타난 프랭코는 곱슬머리만 빼곤, 제임스 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그러나, 마치 샤워를 하지 않은 듯 부시시한 모습이었다. 공부하느라 잠이 부족한 배우. 제임스 프랭코는 20여년 전 여의도의 한 잡지사로 찾아왔던 영화배우 최민수씨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전의 ‘혹성탈출’ 시리즈를 어떻게 봤나.
“총 6편이 나왔는데 대부분 봤다. 1968년 찰턴 헤스턴의 ‘혹성탈출’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작품의 훌륭한 컨셉을 모두 소개했고, 그 핵심 컨셉이 오늘날까지 반영되어 40여년간 시리즈가 지속된 것이다. ‘혹성탈출’이 매혹적인 점은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인간이 동물에 비해 지능이 우수해서 우월한가? 그렇다면, 동물의 지능이 인간과 유사해질 때 우리는 누구인가. 과연 누가 동물이고, 누가 인간인가를 묻는다. 인간이 인간인 점은 무엇인가. 약한 점? 감정이 있다는 점? 컴퓨터가 기억력과 속도면에서 인간 지능을 앞서가는 지금, 인간에게 감정이 있다는 점이 인간답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그것조차 차차 변하고, 이젠 구분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디지털미디어를 공부하고 있었는데, ‘반지의 제왕’‘아바타’‘킹콩’ 등에서 테크놀로지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최첨단의 테크놀로지를 바로 옆에서 경험하고 싶어서 출연했다.”
-‘퍼포먼스 캡쳐’ 촬영 경험은.
“정말 즐기면서 찍었다. 퍼포먼스 캡쳐는 모든 영화에 필요한 기술은 아니지만, 이 영화처럼 진짜 원숭이로 섬세한 연기를 뽑아내기 힘든 작품엔 훌륭한 기술이다. 이전의 CG 영화에선 우리가 기술로 가서 테니스공이나 빈 벽에 대고 연기했는데, 이젠 기술이 우리에게 와서 배우들이 상호 연기하면서 장면을 창작하는 훌륭한 테크놀로지다. 시저가 아주 어릴 적을 제외하곤 앤디와 항상 함께 연기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원숭이들이 정말 진짜같다’고 말한다. 외부의 애니메이터들 만큼 중요한 것은 정서적으로 진실한 연기는 사실 놀라운 배우 앤디가 원숭이 안에서 이루어낸 것이라는 점이다.”
원숭이(2005)
-서키스처럼 원숭이 연기를 하고 싶나.
“나도 해보고 싶다! 앤디와 다른 배우들로부터 무척 인상적이었다. 예전에 연기수업 시간에 동물 하나를 선택해서 흉내내면서 배웠다. 인간의 표정수단을 통하지 않고, 동물의 감정을 동물처럼 완전히 연기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그런데 누가 시켜줄지 모르겠다!”
-원숭이와 함께 출연한 게 처음은 아니다. 2005년 감독, 주연한 코미디 ‘원숭이(The Ape)’였다. 왜 원숭이였나.
“내 감독 데뷔작이었는데, 우린 ‘말하는 원숭이’를 등장시켰다. 원숭이에 흥미를 느낀 이유는 인류가 원숭이로부터 진화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징적으로 우리의 원시적인 측면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가 아닐까. 내 영화에서 룸메이트인 원숭이는 소심한 작가의 이드(id), 야만성과 남성성을 상징했다. 작가가 평소에는 표출하지않은 자신의 여러 다른 측면과 충돌하는 이야기였다.”
127 시간
-하는 일이 많다. 자신을 레오나르도 다빈치같은 ‘르네상스맨’으로 간주하나.
“난 기본적으로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다. 연기하기 훨씬 전부터 그림을 그렸는데, 배우가 되고 싶어서 연기를 공부했고, 모든 사람들도 내가 연기를 하기를 기대해서, 내 삶이 이렇게 설정됐다. 내가 혼자 즐기면서 해온 미술, 감독, 글쓰기 등을 연기처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하고 있을 뿐이다. 이를 통해 여러가지 배출구를 제공하고, 배우로서의 경험을 풍부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특별히 ‘르네상스맨’의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이날 만난 공연배우 프리다 핀토는 “실제 제임스는 잠을 거의 안자더라”고 귀뜸했다.)
오즈
-다음 영화는.
“디트로이트에서 10여년 지기인 ‘스파이더맨’의 샘 레이미 감독과 ‘오즈(Oz: The Great and Powerful)’의 첫 주 촬영하고 왔다. 나는 위저드(마법사) 역을 맡았다. 미셸 윌리엄스, 밀라 쿠니스, 레이첼 와이츠, 재크 브라프 등 캐스트가 정말 환상적이다.”
☞제임스 프랭코 James Franco
1978년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서 세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스웨덴계 포르투갈인, 어머니는 러시아계 유대인 혈통으로 스탠포드 미대 동문이다. 소년시절의 아이돌은 리버 피닉스와 조니 뎁. 수줍음을 극복하려고 배우를 꿈꾸었으나 부모의 희망대로 UCLA 영문과에 들어갔다. 그러나 1년 중퇴 후 배우 수업에 착수. 부모의 지원 끊기자 맥도널드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실존 인물이나 어딘지 어두운 인물을 맡아 연기해왔다. 그 역들을 준비하기 위해 담배와 권투를 배우고, 비행사 자격증까지 땄다. 홈리스 생활도 마다하지 않았으며, 매춘녀들도 만났다. 연기자로서 주목을 받은 것은 2001년 TV영화 ‘제임스 딘’. 전설적인 제임스를 연기하려고 하루에 담배 두갑씩 피우기 시작했고, 기타와 봉고, 오토바이도 배우며 열연 골든글로브 미니시리즈 남우주연상 수상. 2011년엔 대니 보일 감독의 ‘127시간’으로 아카데미·골든글로브·배우조합상 후보에 지명됐다.
영화 제작사 래빗 밴디니프로덕션을 설립 후 제작, 감독, 각본, 주연 맡아 10여편 연출했다. 2011년 가을 브로드웨이에서 니콜 키드만과 테네시 윌리엄스 원작 연극 ‘청춘의 달콤한 새(Sweet Bird of Youth)’ 출연할 예정이다.
박숙희 문화전문기자 sukie@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