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넛' 이후 도미니크 안셀의 제 2탄...밀크&쿠키 숏 & 크롸쌍 시식기
Dominique Ansel’s Milk & Cookie Shot
이번엔 우유 담긴 초컬릿칩 쿠키 컵을 드세요~
초코칩 쿠키 컵 안에 바닐라맛 우유. 밀크&쿠키 숏($3). 오후 3시부터 판매한다. Photo: Dominique Ansel
도미니크 안셀(Dominique Ansel)은 뉴욕 제과업계의 데이빗 장(David Chang, 모모푸쿠)일 것이다.
데이빗 장이 일본 라멘과 포크 번으로 스타덤에 올랐다면, 도미니크 안셀은 크로넛으로 하루 아침에 유명해졌다.이스트빌리지의 데이빗 장이 할렘과 브루클린까지 라멘 열풍을 불게한 반면, 소호의 도미니크 안셀은 던킨 도넛을 위시 LA, 홍콩, 필리핀 등지까지 짝퉁 크로넛(Cronut)을 탄생시켰다.
로즈-바닐라 크로넛 Photo: Niko Triantafillou
지난해 5월 10일 크롸쌍+도넛의 잡종 '크로넛(Cronut)' 열풍을 일으킨 도미니크 안셀 베이커리는 지난 14일 제 2탄을 비밀 병기를 공개했다. 이름하여 밀크&쿠키 숏(Milk & Cookie Shot).
초컬릿칩 쿠키로 만든 컵에 바닐라향 유기농 우유(Swede Farm)를 담아 준다.
초컬릿 칩 쿠키를 씹으면서 우유를 마시는 대신, 우유를 다 마신 후 부드러워진 초컬릿칩 쿠키를 먹는 것. 아이스크림 콘과 같은 방식이다.
쿠키 먼저 씹으려다간 우유가 쏟아질 것이니 조심해야 한다. 밀크&쿠키 숏은 물론 그 자리에서 먹어야 한다. 가격은 $3.
조심, 조심... NBC-TV 투데이쇼 호스트들이 밀크&쿠키 숏을 맛보고 있다. Photo: NBC
밀크&쿠키 숏은 방과 후 간식용. 오후 3시부터 판매하며, 1인당 2개까지 제한한다. 밀크&쿠키 숏도 크로넛처럼 매달 맛을 바꿀 전략을 취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오트밀레이진 쿠키 밀크 숏이 나올 수도.
도미니크 안셀 베이커리는 '아침반'엔 크로넛을 팔고, '오후반'에선 '쿠키& 밀크 숏'을 팔게된 것이다. 아직도 크로넛($5)을 사기위해 새벽 4시부터 줄을 서는 열혈 미식가들도 있다. 크로넛($5)은 정오 경에 매진된다.
도미니크 안셀
프랑스 출신 도미니크 안셀은 늘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내는 혁신적인 연구가이자 요즘 세대의 취향을 절묘하게 포착한 마케팅의 귀재다.
페이스북과 인스태그램 등 소셜 미디어로 소통하는 오늘의 네티즌들이 크로넛에 이어 밀크&쿠키 숏을 맛본 후 만천하에 자랑할 수 있게 만든 것. 이들에게 독특하고, 한정판인 아이템은 '트로피'와 다름없다. 맛보다 중요한 건 소문(buzz). 한정판은 더 성취감을 주기 마련이다.
안셀은 16살 때부터 요리를 시작, 파리의 유명한 제과 부티크 포숑(Fauchon)에서 수련했다. 포숑은 페이스트리의 천국이다. 색색의 마들렌에서부터 샌드위치, 쿠키, 잼, 차(tea), 와인에서 델리 제품까지 취급한다. 뉴욕의 스위소텔에 부티크가 있었지만, 문을 닫았다.
포숑에서 7년간 수련한 안셀은 뉴욕으로 이주, 다니엘 불루의 미슐랭 3스타 리스토랑 '다니엘'에서 페이스트리 요리사로 6년간 일했다. 지난해 제임스 비어드 재단상 최우수 제과요리사 후보에 올랐다. 올해엔 수상할 것이 유력시 되며, 'TIME 100'도 기대해봄직 하다.
초컬릿과 오렌지 브리오쉬의 만남. 매직 수플레(가운데)도 도미니크 안셀의 히트작.
지난해 5월 크로넛을 데뷔시킨 안셀은 이후 유니크한 페이스트리를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매쉬맬로 안에 아이스크림와 초코 웨하스
부스러기를 넣은 '프로즌 스모어(Frozen S'more)', 오렌지 브리오셰에 초컬릿 수플레를 넣은 '매직 수플레(Magic
Soufflé)', 그리고 카라멜라이즈한 껍질이 바삭한 크롸쌍의 사촌 DKA(Dominique’s Kouign Amann)를 내놓았다.
안셀은 이처럼 믹스&매치로 새로운 페이스트리를 데뷔시키며, 식도락가들을 흥분시키는 중이다.
도미니크 안셀 베이커리의 크롸쌍 테이스팅
#1. 3월 5일 오후 1시 30분경
지난 3월 5일 브루클린브리지 옆 페이스대학교에서 벤튼 박사 미술 특강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를 들은 후 점심 고민을 했다.
처치 스트릿을 걷다보니 트라이베카의 한식당 코리(Kori)를 지나치게 됐다. 김원숙 선생님의 대형 회화를 본 적이 있는 식당이다.
갑 자기 한식을 먹어야할 것 같아 들어갔다. 해물 순두부 찌개를 먹었다. 김치 없이 삶은 콩(에다마메)와 배추 된장국이 나왔다. 이게 도대체 무슨 한식 상차림인가? 유리창 건너 세 명의 아미고 요리사들이 지어내는 순두부가 탁자에 놓여졌다. 국적이 불분명한 순두부를 억지로 먹고나니 무언가 헛헛했다. 달착지근한 디저트가 필요했다.
차이나타운 카날 스트릿을 지나 하염없이 올라가니 소호의 스프링 스트릿까지 당도했다. 불현듯 크로넛이 생각났다.
물론 크로넛은 그 시간 즈음이면 매진됐을 것이고, 먹을 만한 다른 빵이 있겠지...꿩 대신 닭.
도미니크 안셀 베이커리는 예상 외로 한산했다. 입구의 테이블도 두개가 비었고, 스탠드엔 한명의 고객 뿐. 아침에 크로넛의 광풍이 한차례 휩쓸고 간 이후라서일까? 베이커리는 오전 8시에 문을 열고, 크로넛 광들은 새벽부터 줄을 선다. 웹사이트는 오전 7시 이전에 줄 서면, 크로넛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도미니크 안셀의 출세작은 크로넛이었지만, 진열장의 페이스트리가 그의 진짜 실력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안셀은 레퍼토리, 콘텐츠가 풍부한 요리사인듯 하다. 앙증맞은 페이스트리가 열을 지어 있고, 크로넛 그림이 있는 엽서를 1불에 팔고 있었다.
점심 때는 이탈리안 샌드위치 파니니와 샐러드도 판다. 한가한 점심 무렵 도미니크 안셀 베이커리에선 커피 한잔과 그의 레퍼토리를 하나쯤 시식할 수 있다.
햄&치즈 크롸쌍, 크롸쌍의 사촌 DKA, 멀리 밤색은 카넬레.
크로넛은 이미 매진됐으니, 대신 그 어머니 크롸쌍은 어떨까? 아몬드 크롸쌍을 시켰다.
크롸쌍은 자고로 구워서 나온 직후부터 맛이 감소하니, 바로 먹는 것이 최고라고 차우하운드(www.chowhound.com)의 파운더 짐 레프(Jim Leff)가 썼다. 뉴욕에서 최고의 아몬드 크롸쌍으로는 카네기홀 건너편의 페트로시안 부티크가 꼽힌다. 도미니크 안셀의 아몬드 크롸쌍이 궁금했다.
도미니크 안셀의 아몬드 크롸쌍. 껍질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고, 토스트한 아몬드가 특히 신선했다. 크롸쌍 안에 듬뿍 들어간 아몬드 페이스트가 압권이다. 크로넛의 맛도 상상해볼 수 있었다.
크로넛 엽서($1)
약 15분간 아몬드 크롸쌍을 주문하고, 음미하는 동안 손님들이 북적거리기 시작했고, 관광객으로 보이는 두 커플이 '크로넛 있냐'고 물었다. 직원이 한 남성에게 '매진됐다'고 말해주니, 그는 '구경만이라도 할 수 있냐?'고 애원(?)했다.
그러자 직원은 크로넛 사진이 담긴 엽서를 보여주며 'one dollar'라고 대답했다. 갑자기 썰렁해지는 순간.
# 2. 3월 18일 오후 6시 30분 경
쌀쌀하지만, 화창한 날 오후 뉴욕히스토리컬 소사이어티에서 빌 커닝햄의 패션 사진 '파사드'를 본 후 자연사박물관의 광물관에 들렀다. 뮤지엄은 문을 닫는다가 한국어를 포함한 6-7개 국어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섬머타임으로 아직도 날은 밝았다.
센트럴파크를 걷다보니, 보 브리지가 병풍으로 보이는 레이크에 수많은 오리들이 외출을 나왔다. 컬럼버스 서클로 내려가면서 도미니크 안셀을 생각했다. 그의 솜씨와 마케팅 전략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크로넛에 이어 밀크&쿠키 숏. 다음은 무엇일까?
이젠 점심 무렵에도 도미니크 안셀 베이커리는 오후 3시부터 파는 밀크& 쿠키숏 때문에 줄이 이어질듯 하니, 오후 늦게 가보는 것은 어떨까? 다운타운 C트레인을 타고 소호로 내려갔다. 스프링 스트릿 역에서 1블럭 거리.
아뿔싸! 진열장이 한 가지만 빼놓고 깨끗했다. 갈라 사과에 카라멜을 씌운 '애플 타르트 타틀랭'만 남기고...가장 인기 없는 품목이다.
썰렁해진 사과들...
오후 3시부터 '밀크&쿠키 숏' 광들이 진열장을 싹쓸이 했나보다. 그렇다면, 가장 안전한 시간대는 언제일까?
멀리 크롸쌍이 보였다. 아몬드 크롸쌍이 역작이었으니, 플레인 크롸쌍과 햄&치즈 크롸쌍도 수작일듯.
오늘 저녁은 크롸쌍으로... 아침까지 기다릴 수 없다~
민짜 크롸쌍, 햄&치즈 크롸쌍, 그리고 지난번 아몬드 크롸쌍에서 느껴지는 건. 요 크롸쌍들이 무척 자신감 있어 보였다는 점이다.
겉은 단단한 크러스트로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안은 야들야들하고 감칠맛이 도는 외강내유의 '완벽한 이중성'이 매혹적이다.
사실 플레인 크롸쌍의 속은 조금 드라이한 편이었다. 버터가 약간 더 가미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햄&치즈 크롸쌍은 껍질에 치즈, 속에 우량 햄 한 조각이 들어가 단백질을 보충한다. 치즈를 얹어 구워내서 바삭하면서도 '오징어'같은 찝질한 맛이 일품이다. 도미니크 안셀이 일했던 포숑의 잼(블루베리, 라스베리)를 발라 먹으니 짜고, 달달하고, 바삭하고 부드러운 크롸쌍의 아이러니한 맛이 조화를 이루었다.
다음엔 크로넛과 밀크&쿠키 숏 팬들을 피할 수 있는 시간대를 찾아내서 안셀의 다른 레퍼토리를 시도해봐야할 것 같다.
Dominique Ansel Bakery
189 Spring St. (212) 219-2773
http://dominiqueans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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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들이 패션위크를 맞아 뉴욕에 왔을 때 촬영한 에피소드인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