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내리면, 왕가위 영화같은 전망좋은 테이블@브릭 레인 커리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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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With A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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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e Curry House, Midtown East 전망좋은 테이블에 반한 53스트릿 인도 식당 브릭 레인
커리 하우스 옐프나 블로거들이 대두하기 전 식도락가들의 바이블로 꼽혔던 '자갓 서베이(Zagat Survey)'는 음식맛(Food), 분위기(Deco), 친절도(Service)로 점수를 매기고, 평균 식사 비용을 밝혔다. 어느 식당에서거나 음식, 분위기, 서비스, 가격이 중요하지만, 어느 테이블에서 식사를 했는가도 식당 평가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53스트릿의 인도 식당 '브릭 레인 커리 하우스'에서 운좋게 대문짝만한 창문가의 테이블에서 식사를 했던 것은 흥미진진하고도 럭셔리 그 자체였다. 전망좋은 테이블이 따로 있는 것이다.
뉴욕에도 먹자 거리/먹자 골목이 곳곳에 있다. 브로드웨이 극장가 손님들이 주 고객인 웨스트 46스트릿의 레스토랑 로(Restaurant Row), 이스트빌리지의 세인트마크 스트릿(8스트릿), 그리고 32스트릿 코리아타운과 플러싱 노던블러바드의 먹자 골목이 떠오른다. 그러나, 고층건물이 밀집한 맨해튼 미드타운에서 이스트 53스트릿(2-3애브뉴)은 의외였다. 타운하우스가 열지어 있는 이 거리에 자그만한 다국적 레스토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대낮에 몇번 지나간 기억으로는 그저 지저분하다는 느낌이었다. 어둠이 깔리니 거리 풍경에는 운치가 내려 앉았다. 제법 큰 스페인 타파스 레스토랑을 비롯해 북경 오리 하우스, 이탈리안, 멕시칸, 하와인언 그릴, 인도식당 '브릭 레인 커리 하우스', 일본 식당, 일본 식료품점, 그리고 재즈 바와 포르노비디오숍에 이발소까지. 얼핏 이스트빌리의 풍경같지만, 그렇다고 힙하거나 트렌디하지 않아 마치 시간이 70-80년대로 멈추어 있는 먹자 거리같다.
타운하우스들이 열지은 53스트릿(2-3애브뉴)은 식당들이 모여있다. 창가의 테이블을 잡으면 거리가 새롭게 보인다. 영국식 인도 식당 '브릭 레인 커리 하우스'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스트빌리지에 본점에는 몇 차례 가봤지만, 미드타운 지점은 처음. 브릭 레인 커리 하우스는 어퍼이스트사이드, 뉴저지까지 지점을 확장했다. 처음엔 구석 자리 테이블에 앉았으나, 너무 어두워서 곧 손님이 나간 창가의 테이블을 요청했다. 대문짝만한 유리창을 통해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창 밖의 풍경도 해지기 전엔 배창호, 이명세 감독의 옛날 영화를 떠올리더니, 어두워지자 왕가위 영화 '중경삼림'의 세트장 같기도 했다. 부동산 개발 붐에 작은 가게들이 사라지고 있는 요즈음, 53스트릿은 미드타운 뉴요커들이 사수해야할 독특한 먹자 거리인듯 하다. 같은 식당, 같은 음식이라도 테이블 위치에 따라 이토록 만족도가 틀릴 줄이야. 전망 좋은 테이블을 찾아서...
처음엔 구석 테이블에 앉았다가 손님이 떠난 창가의 테이블로 옮겨달라고 했다. 테이블 덕분에도 이날의 저녁식사는 즐거웠다. 애피타이저로 시킨 새우 무침(Prawn Balchao)는 마치 고추장에 버무린듯 톡 쏘는 매운 맛이 좋았다.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고아(Goa)의 토속요리 양념. 뒤의 세모난 튀김은 양고기와 완두를 갈아 감자와 함께 반죽해 만든 만두 사모사(Samosa). 겉은 바삭하고, 속 맛이 일품이다.
밤이 내리기 전 53스트릿은 조금 지저분해 보인다. 창가 테이블에 앉아 사람과 차량을 보는 것이 대소롭지 않았다.
지글지글 점보 탄두리(Tandoori Prawns). 탄두리는 진흙으로 만든 오븐.
타마린드, 마늘, 생강 양념으로 버무린 양고기 구이(Imli Ki Champe). 뉴욕에서 맛본 양고기 중 제일 부드럽고, 감칠 맛이 있었다.
일단 새우와 야채를 분리한 후 야채를 더 구우니 샐러드가 그릴드 베지터블이 된 셈.
밥 대신 시킨 얇은 피자 조각같은 마늘 빵(Naan Garlic)의 맛도 좋았다. 양고기가 약간 탔지만...다음에 가도 양고기를 시킬 듯.
양고기와 새우에도 어울릴 법한 피노 누아를 주문했더니 아르헨티나산 트라피체(Trapiche)가 나왔다. 와인스토어에서는 10불 내외지만, 브릭 레인 커리하우스는 30불을 차지했다.
어둠이 내리니 자전거가 열지은 53스트릿은 베일을 가리운 여인처럼 우아해졌다.
건너편의 XPression은 뉴욕에 얼마 남지 않은 포르노 비디오숍이라고.
자전거는 언제나 로맨틱한 느낌이다. 더구나 밤의 자전거들은...왕가위 영화 '중경삼림' 속 홍콩이 떠올랐다.
53스트릿을 스쳐 지나가는 뉴요커(?)들과 음식을 배달하는 이민자 종업원들.
건너편의 아파트 발코니에선 한 커플이 저녁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밤에 좋은 테이블을 찾아서가끔 가보고 싶은 53스트릿. Brick Lane Curry House http://www.bricklane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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