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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드맨'이 주는 인생의 교훈

Birdman or (The Unexpected Virtue of Ignorance)



000000birdman101514_1024.jpg Birdman



-우리는 영화를 왜 보러갈까? 

오락? 현실도피? 인생공부? 데이트? 


-무엇을 보고, 볼 영화를 선택할까?  

 배우? 감독? 스토리? 비평? (나의 경우는 감독-스토리-비평-배우 순이다.)


세상에 영화는 많다. 할리우드에서 쏟아내는 오락 영화들과 인디펜던트 영화, 외국산 영화, 그리고 리바이벌 영화까지.

20여년 전 영화이론을 공부한 후 한국에서는 영화만 보고 살았다. 영화가 밥줄이었기에 어떤 해엔 300여편 넘는 영화/비디오를 보기도 했다. 

 

'영화 천국' 뉴욕에서, 그러나 '문화 천국'인 뉴욕이기에 영화만 볼 수는 없다. 

뮤지엄도 가고, 오페라, 연극도 보고, 클래식, 재즈 콘서트도 봐야하기 때문이다. 그저그런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 그래서 어떤 영화를 보러갈 지 조금 신중하게 결정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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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버드맨 혹은 무지의 기대치못했던 미덕(Birdman, or The Unexpected Virtue of Ignorance)'을 보러간 것은 배우도, 감독도, 비평도 아니었다. 스토리였다. 할리우드 수퍼히어로 전문 배우가 브로드웨이에서 고군분투한다는 이야기가 끌렸다. 좋은 스토리는 인생의 교훈을 준다. 또한 좋은 캐릭터는 타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편협한 마음을 열게 만든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마이클 키튼, 나오미 와츠, 에드워드 노튼은 스크린으로 보고 싶은 배우들이 아니었다. '비틀주스' '배트맨' '패시픽 하이츠'의 마이클 키튼은 원래 브로드웨이 배우가 적격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을 만큼 스크린에서 카리스마가 돋보이지 않는 배우다.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나오미 와츠는 과잉연기가 부담스러웠고, 우디 알렌 영화(Everyone Says I Love You)와 웨즈 앤더슨 영화(Moonrise Kingdom)'의 에드워드 노튼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어디까지나 나의 취향이지만.



6a00d8341c730253ef01b8d07fc9c6970c.jpg Birdman



한편, 감독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의 영화를 본 기억은 없지만, 2013년 최고의 영화였던 '그래비티(Gravity)'의 알폰소 쿠아론 또한 멕시코 출신이었던 것을 떠올렸다. 이들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과 함께 '쓰리 아미고(Trío de Amigos)'로 불리우며, 멕시코 영화를 이끌고 있는 삼총사들이라고 한다. 


세상은 넓고, 볼만한 영화는 많다. 그러나, 신선한 영화를 보고 싶은 영화광들은 미국과 유럽도 아닌 영화의 제 3세계권에서 나오는 새로운 앵글을 기다릴 것이다. 일본 영화, 홍콩 영화, 이란 영화, 한국 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찬사를 받았고, 이젠 멕시코도 조명을 받고 있다. 물론, 이냐리투와 쿠아론은 할리우드에서 뿌리를 내린 멕시코 감독들이지만.


*2013 최고의 영화 '그래비티' 우주 영화의 마침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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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선두를 달린 쌍두 마차  '버드맨(Birdman)'과 '보이후드(Boyhood)'는 디지털 시대 영화의 미래에 희망을 던져주는 중요한 작품이다.


'버드맨'은 브로드웨이 세인트 제임스 시어터(St. James Theater)에서 30일간 찍었다. 멕시코 출신 촬영감독 에마누엘 루베즈키(Emmanuel Lubezki) 촬영감독은 '버드맨' 전편을 하나의 컷도 없이 롱 테이크(long take)로 찍은 것처럼 보이도록 교묘하게 만들었다. 알폰소 쿠아론의 우주 오디세이 걸작 '그래비티'를 촬영했던 그 인물이다. 그래서 극장 백 스테이지, 분장실, 무대, 발코니, 복도까지 이어지는 이야기와 이미지가 울렁거릴 정도로 숨이 막힐 수도 있다. 하나의 롱 테이크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영화 '밧줄(Rope, 1948)'에서 시도했던 트릭이다.



birdman-01nakedkeaton_big.jpg Birdman


생각해보면, 우리 인생은 '컷(cut)'이 없다. 영화는 수많은 편집을 통해서 시간과 공간을 점프해서 그럴싸하게 믿을만한 스토리를 담는 픽션인 것이다.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과 에마누엘 루베즈키는 주인공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 분)이 겪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자르지 않고, 지속적으로 보여주어 리얼하게 카타르시스에 이르게 하는 효과를 보여주었다. 


반면, '보이후드'는 '버드맨'처럼 롤러코스터가 아니라 12년간 느릿느릿 찍은 영화다. 한 소년이 6살 때부터 18살 때까지 성장하는 모습을 같은 오리지널 캐스트로 그대로 담으며, 진실감을 전달한 픽션이다. 12년간 아무도 죽지않고, 포기하지 않고 충성스럽게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소박한 진실의 영화 자체와 영화 만들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작품이다.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 영화인들의 승리인 셈이다.


*골든글로브 3관왕 '보이후드(Boyhood)'의 매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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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맨' 예고편



영화 기술적인 면에서 위대한 승리라는 것을 제외하더라도, '버드맨'은 명예를 갈구하는 인간의 모습, 중년의 위기, 그리고 인생의 슬럼프에서 옛 영광을 회복하려는 한 배우의 고뇌를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20여년 전 할리우드에서 수퍼 히어로 블록버스터 '버드맨(Birdman)'으로 스타덤을 즐겼던 리건 톰슨. 지금은 할리우드에서 거들떠 보지 않는 배우로 전락했다. (마이클 키튼은 실제로 '배트맨' 1, 2에 주연한 바 있으니, 딱 들어맞는 캐스팅이다.) 그가 슬럼프에서 벗어나기 위해 브로드웨이로 진출했다. 사랑과 인간 관계를 주제로 한 단편 소설로 유명한 레이몬드 카버의 '우리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야기하는 것(What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Love)'을 각색, 연출, 주연하는 연극이다.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뮤지컬도 아니고, 퇴색한 할리우드 배우가 진지하게 브로드웨이에 올리는 사랑에 관한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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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스타들이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는 이유는 영화보다 연극이 더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연기력을 인정받기 위한 것, 이력서를 근사하게 보이게 하기 위한 전략도 있다. 리건 톰슨은 공상만화적인 픽션의 할리우드에서 떠나 결혼 문제를 다룬 일상의 이야기로 명예회복을 꿈꾸는 것이다. 그러나, 전환점은 우연한 곳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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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맨'은 픽션의 할리우드와 리얼리즘의 브로드웨이를 비교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욕망을 탐구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리건 톰슨의 분장실과 무대는 한 인간의 이드(id)와 에고(ego)에 대한 성찰처럼 보인다. 부와 명예를 향한 인간의 욕망과 그 내면의 갈등, 그리고 그 간극에서 올 수 있는 노이로제와 정신분열까지 경고하게 만드는 의미심장한 블랙코미디다.


버드맨으로 초능력을 발휘하던 왕년의 할리우드 스타 톰슨은 분장실에서 브로드웨이 배우 마이크(에드워드 노튼)과 육탄전을 벌이다 밀려난다. 그러나, 리건 톰슨이 팬티 차림으로 타임스퀘어를 달릴 때, 무대에서 진짜 권총으로 발사해서 코가 날아갈 때, 그때야 언론과 대중은 열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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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연극 배우에 비유한다면 극장의 분장실(dressing room), 그곳은 우리의 실존, 우리의 복잡한 심리가 엉켜있는 자아일 것이다. 그 곳에 커다란 거울이 있는 것을 외면할 수 없다. 우리는 때때로 자아를 성찰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 무대는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태그램...소셜미디어가 아닐까?


마이클 키튼은 그의 자전적인 영화처럼 보이는 '버드맨'으로 다시 도약했다. '배트맨'의 가면 쓴 수퍼 히어로가 아니라 심도있는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노튼의 적나라하게 발기된 연기와 나오미 와츠의 섬세한 연기, 그리고 딸 역을 맡은 엠마 스톤의 참신함도 돋보였다. 


극장 문을 나서면서 마이클 키튼, 에드워드 노튼, 나오미 와츠가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은 캐릭터와 앙상블 연기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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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키튼의 부활과 함께 관심 밖의 배우들을 재발견하는 즐거움, 영화의 묘미를 살린 롱 테이크 테크닉, 추락한 영웅의 재기와 우매한 대중의 교차, 언론의 천박한 관심을 보여주는 블랙 코미디의 진미, 그리고, 무엇보다도 관객을 다시 거울 앞에 서게 만드는 인생 수업이 '버드맨'을 꼭 봐야할 영화로 만든다. 


2015 아카데미상 9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버드맨'은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등 주요 부문상을 휩쓸었다.



0000000000Birdman_poster.jpg *'버드맨' 상영관 정보



000.jpg *2015 아카데미상 결과: '버드맨' 4개 부문 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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