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3스타 르 버나단(Le Bernardin)의 초고추장, 김치국물 소스 메뉴 맛보기
하마치 초고추장 소스 & 홍어 김치국물 소스 테이스팅
르 버나단 테이블에 오른 한국의 맛
Korean Flavors at Le Bernardin
https://www.le-bernardin.com
얼마 전 뉴욕타임스의 피트 웰스(Pete Wells)가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퍼세(per se)를 혹평하면서 별을 4개에서 2개로 추락시켜 화제가 됐다. 8코스 테이스팅 메뉴 $325는 바가지에 다름 아님이 공식화된 것이다. 옐퍼(yelp reviewer)들 수천명보다 뉴욕타임스의 서릿발같은 권위가 발휘된 리뷰였다.
퍼세, 마사(Masa), 장 조지(Jean-George), 일레븐 매디슨 파크(Eleven Madison Park), 셰프즈 테이블 엣 브루클린 페어(Chef's Table at Brooklyn Fare)와 함께 2016 미슐랭 3 스타를, 뉴욕타임스의 별 4개를 고수해온 르 버나단(Le Bernardin)는 해산물 전문 식당이다. 그리고, 셰프 겸 대표 에릭 리페어(영어 발음은 에릭 리퍼트)는 불교신자이다. 그래서인지 퍼세의 토마스 켈러, 장 조지 봉거리첸, 다니엘 불루 혹은 데이빗 장과 마리오 바탈리처럼 유명세를 타고 식당을 확장하는 스타 셰프가 아니다. 리페어는 키친을 지킬 줄 아는 요리사이며, 가격도 퍼세처럼 터무니없게 세지 않다.
루빈뮤지엄에서 열린 '키친 안의 불교' 토론회에서 에릭 리페어(왼쪽)와 데이빗 장(오른쪽).
에릭 리페어는 미남에다가 불어 액센트가 강하고, 말도 천천히 한다. 데이빗 장, 대니 보윈처럼 '악동 스타일'의 셰프와는 달리 우아한 분위기를 풍긴다. 2010년 5월 에릭 리페어는 모모푸쿠 데이빗 장(트리니티대 종교학과 졸업)과 맨해튼 티벳미술 전문 루빈 뮤지엄에서 '부엌 안의 불교'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그때 리페어는 "불교음식이란 향미나 기술이 아니라 동물의 생명과 조리 과정을 존중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리퍼트는 르 버나단에서 히말라야 지역의 도서관에 불교 교재를 지원하는 자선 디너와 경매를 연 적도 있다.
Photo:Jason Goldwatch
에릭 리페어는 한국에도 맛 기행을 갔다. 그는 자신이 진행하는 요리 프로그램 '아베크 에릭(Avec Eric, 에릭과 함께)'를 위해 한국의 사찰을 방문하고, 자갈치 시장을 둘러보면서 '한국-사찰음식:영혼을 위한 음식(KOREA-TEMPLE FOOD: FEED THE SOUL)'을 촬영했으며, 지난해 PBS-TV에서 방영됐다. 이때 자갈치 시장과 한국의 거리 음식을 맛본 리페어는 김치와 고추장, 청국장 등 발효음식에 매료됐다.
*Eric Ripert Explores Korean Cuisine <YouTube>
무엇을 먹을까?
아마도 런치 3코스가 35달러 정도할 때 두번 가봤으니 10-15년만에 가본 르 버나단이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점심 3코스가 85달러로 곱절 이상 올랐다. 이번에는 특별히 메뉴에서 한식 풍미가 궁금했다. 르 버나단의 3코스 정식 런치 메뉴는 Almost Raw(거의 날것)/Barely Touched(거의 건드리지 않은)/Lightly Cooked(가볍게 조리한) 등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각각 10가지 내외로 무척 다양한 편이었다. 이중 2가지를 시키고, 디저트를 주문하면 된다.
그날 정말 먹고 싶었던 것은
-Scallop (Barely Cooked Scallop/ Brown Butter Dashi) 스캘롭 with 브라운 버터 소스
-Seafood Truffle Pasta (Crab, Scallop, Lobster; Tagliatelle/ Black Truffle Emulsion) 해물 트러플 파스타
특히 씨푸드 트러플 파스타는 블랙 트러플(송로버섯)에 퍼세처럼 추가 부담이 없으니 환상적이었다.
2015년 4월 르 버나단의 트위터(twitter)에서 새 메뉴 하마치와 초고추장 소스를 소개했다.
그런데, 한식풍 메뉴가 눈길을 끌었다.
-Hamachi (Flash Marinated Hamachi; Rice Crispy/ Gochujang Sake Vinaigrette) 옐로테일 with 쌀과자와 초고추장 소스
-Skate (Poached Skate; Braised Daikon, Charred Scallion Jam/ Lemon Confit-Kimchi Broth) 홍어 with 무, 파 with 레몬 콩피-김치 국물
어쩌다 한번 가는 식당이라 정말 먹고 싶은 것을 주문해야 후회가 없을 터이나 애국심과 호기심이 발동해서 한식풍 메뉴로 결정했다. 웨이터가 빈말이겠지만, "Excellent!"라고 하길래, 키친에 한인 셰프가 있냐고 물었더니, 'Sous Chef 한인이 있다'고 했다. 전에 '고기 타코'로 타코 트럭 열풍을 일으킨 한인 셰프 로이 최(Roy Choi)도 CIA에서 공부한 후 르 버나단에서 일한 적이 있으나, 정작 에릭 리페어는 로이 최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유명 레스토랑의 주방 스태프는 많고, 자주 바뀌는 모양이다.
한식풍 요리로 주문하고 나니, 조금 허전했다. 다행히 식사 파트너께서 스캘롭을 주문하셔서 하나 얻어 먹을 수 있었다.
식사 후 화장실에서 만난 미국인 여인이 "씨푸드 트러플 파스타가 환상적이었다"고 해서 아쉬워 거의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다음에 갈 기회가 생기면, 씨푸드 트러플 파스타로!
A Lunch at Le Bernadin
르 버나단은 맨해튼 미드타운 51스트릿(6-7애브뉴) 사이 에퀴터블 빌딩 안에 있다. 간판이 작아 잘 안보인다.
다이닝룸은 예전에 갔을 때보다 조명이 침침했다. 오키드가 멋지게 장식되어 칸막이 역할을 하지만, 어쩐지 너무 딱딱해서 구식 인테리어라는 느낌이 든다. 컬럼버스 서클의 장 조지는 밝고, 우아하고, 편안하다. 르 버나단은 격조있지만, 어느 회사의 회의실같다.
일본 화가 후쿠사이의 파도 그림이 아니라 다행이지만, 파도가 그려진 대형 유화가 압도적이다. 해산물 식당이라서 선택한 그림이겠지만, 나처럼 배멀미를 연상하는 고객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한겨울에는? 춥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고급 식당이라 스태프들이 충분하고, 주의깊고, 무척 친절하다. 주문하는 웨이터가 알러지 있냐고 물어서 '고양이 털'이라고 했다. 하지만, 해물식당이라 고양이 요리는 안하겠지요? 했더니 "Not today!"라고 여유있게 받아쳤다. 내 가방은 루이 뷔통도, 샤넬도, 프라다도 아닌 무명의 헝겊 토트백인데, 의자 옆에 놓았더니, 아주 예쁜 받침대를 가져다주어서 가방을 품위있게 그 위에 올려 놓았다. 참, 남성은 재킷을 입고가는 것이 좋다. 코트 체크에서 얻어입을 수도 있지만.
식전 주전부리 아뮤즈 부쉬(Amuse-bouche)로 지중해식 연어 스프레드와 딱딱한 빵 슬라이스.
브레드 바스켓엔 무려 9종의 빵이 즐비했다. 로즈마리 포카치아, 토마토빵, 통밀빵... 빵들이 차가왔다. 이보다는 따끈한 2-3가지 종류의 빵이 내프킨에 싸여있으면, 더 기분 좋을 것 같다. 르 버나단은 빵집이 아니므로.
와인 한 잔을 시키려고, 메뉴를 보고 있었더니 에쁜 여성 소믈리에가 와서 Frederick Lornet Nature Arbois 2013을 추천해주었다. 프레시하고, 상큼한 향이 좋았다. 알프스 인근 주라(Zura) 지역 와인이라고.
초고추장 하마치 Hamachi (Flash Marinated Hamachi; Rice Crispy/ Gochujang Sake Vinaigrette)
옐로테일(하마치)는 과연 해물 전문 식당답게 싱싱하고 쫄깃쫄깃하고, 감칠맛이 있었다. 고추장을 정종과 식초와 믹스해서 매운맛을 줄이고, 상큼하고, 부드럽게 소스를 만들었다. 조오타!
우리에겐 너무 흔한 쌀과자가 바삭, 고소했지만, 꼭 필요했는지는 의문. 한국이나, 롱아일랜드 몬탁에서 초고추장에 생선회를 찍어 먹는 한인들에게서 영감을 받지 않았을까? 집에서 초고추장에 소주나 사케를 섞어 샐러드 드레싱을 해도 좋을 것 같다. 르 버나단표 초고추장 소스.
르 버나단은 소스(드레싱)을 따로 가져와서 접시 요리 위에 부어 준다. 소스를 그대로 두라고 한 뒤 몇번 더 쳐서 먹었고, 빵에도 발라 먹었다.
김치국물 소스 홍어 -Skate (Poached Skate; Braised Daikon, Charred Scallion Jam/ Lemon Confit-Kimchi Broth)
처음 르 버나단에 갔을 때 메뉴에 아구(monk fish)와 홍어(skate fish)가 보여 흥미로웠다. 미국에서 버려지는 생선으로 알려진, 그래서 무척 싼 생선을 테이블에 올린 것. 사실 잘 요리하면, 아구는 랍스터같고, 홍어는 게살같다. 르 버나단의 홍어는 특유의 암모니아 냄새 흔적이 전혀없이 신선했다, 위에 얹은 달착지근한 파 고명(garnish)도 조오타!
우리는 주말 그린마켓에 나오는 생선벤더에게서 사다 해먹는데, 에릭 리페어의 홍어는 마스터급이다. 노란 레몬 콩피와 오렌지색 김치 소스를 따로 가져와서 뿌려주었다. 김치 국물에서 젓갈이나 마늘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아 메뉴에 없으면, 김치인지도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을 정도. 그러나 알고 주문한 만큼 소스에서 감질나지만, 김치의 액센트가 약간 느껴졌다. 집에 오니 김치 국물이 소중해졌다. 레몬에 약간 와인을 섞어서 샐러드 드레싱으로 뿌려 먹어도 좋을듯 하다.
우리의 고추장과 김치가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의 식재료로 엄연히 올라 있다니, 발효음식 한식의 매력에 자부심이 느껴진다. 그리고, 에릭 리페어에 감사한 마음이다.
Scallop (Barely Cooked Scallop; Brown Butter Dashi)
스캘롭은 헤비해서 2개만 먹어도, 만복감을 느낀다. 파트너께서 첫 코스로 그린 샐러드를 주문하니, 스캘롭을 2개 대신 딜럭스로 4개를 선사했다. 덕분에 하나를 얻어먹는 횡재를 하게 되었다. 스캘롭은 몬탁에서 잡아오는 그린마켓 벤더처럼 신선했다. 브라운 버터 소스의 부드러움이 감미로웠지만, 더 인상적인 것은 스캘롭 접시. 어디서 이런 접시를 살 수 있다면, 좋겠다.
Kabocha Squash (Spiced Kabocha Squash, Maple Cranberry Mousse :Candied Almonds")
디저트 타임. 미국에서 호박을 주키니, 펌킨, 스콰시 등 다양하게 부르는 걸 알게 됐다. 카보차 스콰시는 초록색의 동그란 호박. 이 디저트는 모양은 어여쁘지만, 조금 헤비하고, 식감이 두텁고, 맛은 신통치않았다.
Apple (Ginger-Scented Apple "Bomb," Warm Ricotta Financier)
이 사과 디저트야 말로 다이나마이트! 금박 핀을 꼽은듯한 녹색 계란이 터지면, '흥부 놀부'에서 박이 터지는 것처럼 금은보화가 쏟아지지는 않고... 마술처럼 상큼한 그린애플 소스가 나온다.
애플 디저트엔 따뜻한 피난시에까지 게스트로 나온다. 다음날 아침식사로 딱 좋을 것 같은...호박 디저트를 시킨 것이 아쉽다.
다음에 또 다시 르 버나단에 갈 기회가 있다면, 꼭 해물 트러플 파스타와 애플 디저트를 꼭 주문하고 싶다.
Le Bernardin
155 West 51st St, New York (212) 554-1515
https://www.le-bernardin.com
*미슐랭 스타만 19개 알랭 뒤카스의 베누아 100주년 디너
*한인 최초 미슐랭 3스타 셰프 샌프란시스코 베누(Benu)의 코리 리(이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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