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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코크 리코(Le Coq Rico)
달걀-닭-달걀(all chicken family lunch) 3코스의 스타
 
I'ILE FLOTTA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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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 인테리어의 르 코크 리코 벽에 걸린 그림 속의 닭이 노래하는지, 비명을 지르는지 모르겠다.
 
 
레스토랑에 갈 때 나름대로 나 홀로 정해놓은 규칙이 있다면,
 
#1. 이름이 어려운 식당은 사절이다: 불어인지, 스페인어인지 기억하기 힘든 이름은 주저하게 된다. 요리사의 이름일 경우는 조금 어려워도 양해가 되지만. 
 
#2. 최근 뉴욕타임스 등 언론 리뷰가 실리면 피한다: 뉴욕의 식도락가들은 유행을 좋아하고, 언론의 리뷰를 추종한다. 식당 홍보 담당은 한꺼번에 뉴욕의 식당 비평가들에게 일제히 마케팅을 한다. 그래서 이 신문, 저 잡지에 일제히 실릴 경우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기다렸다가 간다.  또한, 초반의 메뉴가 정착된 몇개월 후 가는 것이 좋다.
 
#3. 닭 요리 잘하는 식당은 'No': 식재료 중에서 야채보다 싼 것이 닭일 것이다. 닭은 메인 디쉬에서 스테이크, 해산물보다 싸고 천대받는다. 조류 중에서도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있듯이 얼시된다.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닭은 피하는 편이지만, 친구가 닭을 좋아하니 가끔씩 함께 먹어주어야하는 운명이다.  2012년 미슐랭 3스타 셰프(일레븐 매디슨 파크)의 다니엘 험이 노매드(Nomad)에서 트러플과 푸아그라를 집어넣은 로스트 치킨($79)은 예외였다. 
 
 
최근 이 3가지의 나대로 규칙을 무시하고, 닭 요리 잘한다는 식당에 가보았다. 이름은 르 코크 리코(Le Coq Rico). 뉴욕타임스의 피트 웰스가 별 2개를 준 지 이틀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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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 혹은 ㄷ자형의 특이한 레이아웃. 르 코크 리코의 오른편 입구로 들어가면 바가 있다.
 
 
코크(coq)는 프랑스어로 수탉(rooster), 리코(rico)는 스페인어로 풍요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코크가 '꼬꼬댁'과 유사하다. 불어와 서반아어를 섞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뉴욕엔 '더러운 새(Dirty Bird)'라는 이름의 로스트 치킨, 프라이드치킨 전문 식당이 있는데, 르 코크 리코는 '아름다운 새의 비스트로(The bistro of beautiful birds)'라는 부제(?), 슬로건이 따라다닌다.
 
르 코크 리코는 파리에 본점이 있으며, 뉴욕엔 올 3월 오픈했다. '셰이크 섁'의 대니 마이어가 운영하는 인기 레스토랑 그래머시 태번(Gramercy Tavern)과 같은 블럭(20스트릿, Broadway & Park Ave.)에 자리한 르 코크 리코는 미슐랭 3스타 요리사 안트완 웨스터만(Antoine Westermann)이 대표다. 파리엔 통닭구이(로티서리 치킨)로 유명한 레스토랑 '셰 라미 루이(Chez l'Ami Louis)가 많은 관광객들의 버킷 리스트다. 르 코크 리코가 뉴욕의 셰 라미 루이로 등극할까? 사실은 은근히 걱정부터 된다.
 
르 코크 리코는 자석같은 U자형이라 입구가 헷갈린다. 식당을 향해 오른쪽의 문으로 들어가면, 좁은 골목길 입구에 바가 있으며, 메인 다이닝룸은 단색화같은 미니멀리즘 벽에 중국식당처럼 대형 벽거울이 식당을 더 넓어보이게 한다. 복제품이라도 로트렉이나 만 레이같은 미술품이 있으려면 좋으련만, 벽에 걸린 유일한 미술품이란 파란색 배경의 치킨이다. 노래하는 지, 절규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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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ILED marinated octopus & cabbage salad with cumin
 
르 코크 리코에서 3코스 런치를 주문하다보니 달걀-닭-달걀의 All Chicken Family Lunch가 됐다.
삶은 계란을 이용한 애피타이저 데블드 에그(DEVILED)엔 문어와 양배추 샐러드가 곁들여졌다. 친척 댁에 가면, 늘 먹는 데블드 에그라 특별하지는 않았다. 사실 마요네즈와 겨자를 섞은 노른자가 헤비한 편이었다. 더구나 다게트와 버터로 허기를 채운 후라서. 문어는 부드럽고, 시큼했지만 감질날 정도의 분량이었고, 쿠민(인도 향료**?)을 쓴 샐러드는 이국적으로 군침을 돌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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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RTER CHICKEN WITH SEASONAL SALAD Brune Landaise- 110 days
 
메인디쉬는 치킨이다. 
웨스터만은 '더러운 새'를 '아름다운 새'로 승격시키기위해 족보를 찾아 최고의 치킨을 키친으로 가져온다.
르 코크 리코의 대표 요리는 뉴욕타임스 피트 웰스가 찬사를 보낸 뉴잉글랜드산 통닭 플리머스 록(Plymouth Rock, $95)과 프랑스산 통닭 '브륀 란데즈(Brune Landaise)'. 플리머스 록은 1800년대 뉴잉글랜드 지방에서 개량된 잡종 닭으로 검은색에 흰 줄무늬닭을 구운 것. 
 
셰프 안트완 웨스터만은 90일 된 플리머스 록 치킨을 쓴다. 프랑스산 귀족 치킨 브륀 란데즈를 쓴 웨스트만즈 백코피(Westermann’s Baeckeoffe, $120)는 생후 110일된 치킨으로 감자, 토마토, 양파, 아티초크와 리슬링(화이트와인) 한병을 넣어 조린 것.  대개 시중 마켓에 나오는 닭(Perdue, D’Artagnan 브랜드 등)은 생후 40일만에 학살된 가여운 종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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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코크 리코에서 제공하는 족보있는 닭 Brune Landaise(왼쪽)과 Plymouth Barred Rock.
 
*통닭 (4인용) 메뉴
BRUNE LANDAISE, 110 days, $96.
PLYMOUTH BARRED ROCK, 90 days, $95.
NEW HAMPSHIRE*, 90 days, $94.
CORNISH*, 90 days, $95.
CATSKILL GUINEA FOWL, $130 days, $96.
 
 
우리는 런치 스페셜로 1/4 사이즈의 로스트 브륀 란데즈를 시켰더니(그러므로 반닭), 통 마늘 2개가 따라나왔다. 육질이 부드럽긴 했지만, 특별한 닭은 아니었다. 노매드처럼 푸아그라와 트러플은 아닐지라도 로즈메리나 타임 등 허브를 넣어 구우면 향미가 있을텐데. 차라리 진짜 족보있는 오가닉 지오니니 치킨(*어퍼이스트사이드의 그레이스 마켓에서 판매)을 집에서 해먹는 것이 더 부드럽고,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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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LE FLOTTANTE soft meringue, red praline & creme anglaise. 다시 르 코크 리코에 가고 싶은 이유는 '떠도는 섬' 때문일 것.
 
 
아, 아! 르 코크 리코의 진정한 스타는 닭보다 디저트였다. 
매튜 사이몬(Matthieu Simon)의 떠도는 섬(I'ile Flottante/Floating Island,$10)는 밀키한 호수 안에 떠있는 하얀 동산같은 섬 디저트로 사실 계란 흰자를 휘저어 만든 머랑(meringue)에 약간 설탕 바른 곳이 태워져 있는데, 섬은 입에서 부드럽게 사르르르 넘어가며, 갈색 부분 껍질은 바삭하다. 
 
그리고, 부드럽고, 고소한 밀크 호수엔 구운 아몬드 씹히는 맛이 즐겁다. 달지않아서 물리지않아 사과만한 섬을 다 먹을 수 있었다. 르 코크 리코에서 이 디저트가 없었더라면, 억울한 점심식사가 되었을 것이다. 치킨에서 실망한 혀를 다독다독 달래주었다. 10달러짜리 디저트 떠도는 섬이야말로 그날의 스타였다.
 
3종 아이스크림 디저트도 훌륭했다. 딸기 소벳과 망고-패션푸릇 소벳, 그리고 바닐라(마다가스카르)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는데, 아담한 고구마 사이즈로 나왔다. 바닐라는 '떠도는 섬'의 맛과 유사해서 특별하진 않았지만, 새콤한 딸기맛이 좋았고, 망고-패션프룻은 시큼했다. 
 
닭요리로 파리에서 수입된 르 코크 리코가 성공할지 우려된다. 여럿이 식사할 때 그 식당에서 닭 말고 메뉴에서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면 르 코크 리코는 제외되기 쉬울 것 같다. 
 
 
Le Coq Rico
30 E. 20th St., New York
212-267-7426  http://www.lecoqricony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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