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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s in the City

2017.01.23 13:36

베르메르, 렘브란트, 마네, 드가... 5억달러 미술품 도난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뮤지엄

su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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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보스턴의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뮤지엄에서 도난당한 13점의 행방에 대해 결정적인 제보자에게 주는 보상금 1천만 달러가 오는 12월 31일에 만료된다. 2018년부터 보상금은 500만 달러로 감소된다고.

이 명화 도난 사건은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감독은 '로보캅'를 리메이크(2014)한 브라질 출신 호세 파딜라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작은 보스턴 글로브지 기자 스티브 커크지안의 스토리. 다큐멘터리 '아이콘클래스트(Iconclast)'의 미셸 반 레인도 그 명화도둑 후보, 혐의자.

Boston Highlights <3>

보스턴의 보석 미술관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뮤지엄 Isabella Stewart Gardner Museum

베니스 15세기 궁전 양식으로 지어진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뮤지엄의 코트야드.

미술계엔 재력있는 후원자가 필요하다. 뉴욕에 아트컬렉터 페기 구겐하임(1898-1979)이 잭슨 폴락 등 화가들을 도왔던 것처럼, 보스턴에는 그녀보다 반세기 전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1840 –1924)라는 컬렉터가 있었다. 그녀가 설립한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뮤지엄의 소장품 규모와 분위기는 뉴욕의 중세뮤지엄 클로이스터(Cloisters)와 프릭 컬렉션(Frick Collection)을 연상시킨다.

가드너는 뉴욕의 침대보 사업가 가정 출신으로 10대에 파리에서 유학했다. 밀라노 여행 중 지안 지아코모 폴디 페졸리의 르네상스 미술 컬렉션을 본 후 자신도 언젠가 유산을 물려 받으면, 그와 같은 자그마한 미술관을 지으리라고 마음 먹게된다. 스무살에 친구 오빠인 보스턴의 갑부 존 로웰 가드너 주니어와 결혼해 아들을 두었지만, 두살이 채 안되어 사망했다.

존 싱거 사전트의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초상(왼쪽)과 지오토 작 '예수의 봉헌'.

이후 가드너 부부는 유럽, 중동, 아시아 등지로 여행다니며 미술품을 수집하게 된다. 1891년 아버지의 사망으로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으며, 가드너는 미술품 구매에 박차를 가했다. 티치아노, 보티첼리, 렘브란트, 벨라스케즈, 베르미르에서 중국과 일본 미술품까지 수집했다. 가드너는 미국에서 르네상스 거장의 작품을 소장한 첫 미국인이기도 했다. 사교성이 많았던 가드너 여사의 서클에는 존 싱거 사전트, 제임스 맥닐 휘슬러같은 화가, 헨리 제임스 등 작가들이 몰려들었다.

존 싱거 사전트의 '엘 할레오(El Jaleo, 댄스)'

가드너는 1898년 남편 사망 후 소장품을 모아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게 된다. 그녀가 즐겨찾던 베니스의 15세기 궁전 팔라쪼 바르바로 스타일의 뮤지엄을 염두에 두고 건축가 윌라드 T. 시어스(Willard T. Sears)를 고용해 함께 설계했다. 건물이 완성된 후 1년간 가드너는 자신의 소장품 2500여점 중 골라 회화, 조각, 가구, 텍스타일 등을 방마다 테마별로 전시했다. 뮤지엄은 1903년 1월 1일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콘서트에 샴페인과 도넛을 메뉴로 한 파티로 오픈하게 된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 티치아노 작 '유로파의 강간'

1924년 가드너 사망 후 유언이 공개됐다. 뮤지엄내 아트 컬렉션이 자신의 디스플레이 취향 그대로 영원히 대중에게 보여지고, 교육될 수 있게 하라는 유언으로 100만 달러가 남겨졌다. 만일, 가드너의 소망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엔 컬렉션과 부동산을 매각해서 하버드대에 전액 기부하는 조건이었다고 한다.

보티첼리의 '성모자와 천사'

2012년 뮤지엄의 개조 확장 붐에 따라 가드너 뮤지엄도 확장하게 된다. 뉴욕 모건 라이브러리&뮤지엄을 확장하고, 다운타운 휘트니뮤지엄을 히트시킨 이탈리아 건축가 렌조 피아노의 설계로 유리 건물 부속관이 완공됐다. 건축비 1억1800만달러를 들인 새 건물엔 특별전 갤러리, 콘서트, 교육실, 온실, 카페, 숍이 마련됐다.

가드너가 수집한 조선 18세기 물고기 모양의 옻화병(가운데).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뮤지엄 입장 디스카운트 프로그램이 있다. 관람객 이름이 이사벨라일 경우, 자신의 생일날 방문하는 관람객은 뮤지엄 입장료가 무료다. 또한, 이웃의 보스턴미술관 방문 이틀 내 방문하거나, 보스턴 프로야구팀 레드삭스의 유니폼이나 모자 차림일 때 입장료를 2달러 할인해준다. 입장료: 성인($15), 65세 이상($12), 대학생($5), 오디오 투어($4).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신관. 25 Evans Way, Boston MA, 02115 http://www.gardnermuseum.org

미술계를 뒤흔든 명화 13점 도난 사건

네덜란드 룸엔 렘브란트의 '검은 옷을 입은 숙녀와 신사', '갈릴리 바다의 태풍'이 도난당해 자국의 프레임이 걸려있다.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뮤지엄이 더 유명해진 것은 세기의 명화 도난 사건 때문이다.

1990년 3월 18일 경찰로 위장한 도둑 2명이 베르미르, 렘브란트, 마네, 드가 등의 작품 13점을 액자에서 도려내 훔쳐 달아났다. 도난 미술품의 총 가치는 5억 달러에 이르며 역사상 가장 큰 액수의 개인 재산 도난 사건으로 기록된다. 그리고, 도난 작품의 행방은 오늘까지 오리무중이다.

1990년 3월 18일 세인트패트릭스 데이로 소란했던 날 새벽 1시 24분 경 경찰로 위장한 2인조 강도가 빨간색 닷지 데이토나 자동차를 가드너 뮤지엄 앞에 세운 후 소동전화를 받고 방문했다며 벨을 눌렀다. 이들은 뮤지엄 경비원 두명을 지하로 끌고가 수갑을 채우고, 덕테이프로 포박해 놓고 13점과 함께 유유히 사라졌다. 베르메르, 렘브란트, 마네 등의 회화는 프레임에서 도려냈다. 총 34점 내외를 남긴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콘서트'는 가드너가 1892년 파리의 한 경매에서 구입한 작품으로 싯가가 2억 달러에 이른다.

베르메르의 '콘서트'가 도려나간 프레임(왼쪽)과 렘브란트의 23세 자화상(오른쪽)

18일 이른 아침 교대를 위해 출근한 경비원들이 경찰에 신고해 FBI가 수사에 들어갔고, 가드너 뮤지엄은 미술품 복귀에 결정적인 제보자에 500만 달러 현상금을 내걸었다. 올해는 보상금이 올라가 12월 31일까지 결정적인 제보자에게 1천만 달러를 내걸었다.

하지만, 사건 26년째 성과가 없다. FBI는 2000년대 초 도난 미술품이 코네티컷주에서 필라델피아로 옮겨진 흔적이 있었다고 발표하면서 동부 뉴잉글랜드에서 필라델피아 지역에 기반을 둔 마피아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보스턴의 마피아 바비 도나티인데, 1991년 갱들간의 싸움으로 살해됐다. FBI는 커네티컷주 하트포드의 마피아 로버트 젠타일가 범죄 가담을 부인하지만, 도난품의 소재를 알고 있다는 증거를 잡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늘까지 오리무중이다. 명화 도둑이 노리는 것은 물론 돈일 것이다. 하지만, 이토록 유명한 미술품을 어떻게 공개적으로 팔 수 있겠는가?

마네의 그림 '토르토니에서(Chex Tortoni)'가 있던 프레임. 위는 마네의 엄마 오거스트 마네의 초상.

가드너 뮤지엄 측은 누가 도난 미술품을 갖고 있던 간에, 좋은 조건에 보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앤 홀리 가드너 뮤지엄 관장은 미술품이 습도 50%에 화씨 70도의 안정된 장소에 보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마피아의 손에 넘어가 어느 창고에 숨겨져 있다면, 작품이 파손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가드너 뮤지엄의 도려나간 빈 프레임들을 보면, 가슴이 싸해지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뮤지엄 도난 미술품 13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