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최우수외국어영화상 '세일즈맨' ★★★★
오스카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수상작
이란영화 '세일즈맨(The Salesman)' ★★★★
아스가 파하디 감독 2011 '별거' 이어 두번째 오스카 트로피
The Salesman
이란 영화를 처음 본 곳은 1993년 봄 홍콩 국제영화제에서였다. 거장 아바스 키아로스타미(Abbas Kiarostami)라는 당시 생소했던 감독의 영화 서너편을 보여주었는데, '숙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에'를 보고 금방 매료되어 버렸다. 가난한 마을에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소박하게 그린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는 '중동 화약고' '아랍=이슬람=테러'라는 선입견을 모두 날려보냈다. 그 선입견은 편견이었고, 이란의 푸른 바닷물색 도자기와 카페트, 그리고 음식(페르세폴리스/Persepolis의 체리밥!)까지 좋아하게 되었다. 1997년 그는 '체리의 맛'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다.
아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숙제'(왼쪽)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에?'
뉴욕에 와선 키아로스타미 이후 프랑스로 망명한 모센 마카말바프(Mohsen Makhmalbaf), 인권운동가 자파르 파나히(Jafar Panahi), 그리고 2010 타임 선정 세계에서 영향력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된 아스가 파하디(Asghar Farhadi) 감독 영화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었다. 1979년 팔레비 왕조를 붕괴시킨 이란혁명 이후 척박한 환경 속에서 시네아스트들이 줄이어 나오며, 이란 영화혁명을 일으켰다. 이들의 작품이 영화라는 예술이 종교와 정치적 이념을 넘어서 인류의 보편적인 언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키아로스타미와 후예들이 유럽과 미국에서 국제영화제에서 찬사를 받고 전진하던 무렵, 9/11 참사가 터졌고 이후 이란은 물론 아랍권 문화에 대한 거리두기가 느껴졌다. 메트로폴리탄뮤지엄의 이슬람 갤러리는 보수공사를 내세우며 10년 가까이 문을 닫았고, 브루클린뮤지엄도 이슬람 갤러리를 한동안 폐쇄했다. 이란 영화 붐이 주춤해지면서 김기덕, 홍상수, 박찬욱 감독의 한국영화가 부상하게 된다.
이란 출신 아스가 파하디 감독이 다시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랐지만,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에 반발하며 시상식에 불참한다. '세일즈맨'의 주연 샤합 호세이니와 타라네 알리두스티. 2011년 '별거'로 오스카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감독.
최근 이란 영화가 제 2의 파고를 일으키고 있다. 2015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자파르 파나히의 '택시'가 최우수작품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했고, 아스가 파하디는 지난해 '세일즈맨(The Salesman)'으로 칸 영화제 각본상과 남우주연상(샤합 호세이니)을 거머쥐었다. 전작 '별거'로 2011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에 이어 올해 '세일즈맨'으로 다시 최우수 외국어상을 다시 한번 수상했다.
26일 오스카상 시상식에서 아누셰 안사리가 수상 소감을 대신 읽고 있다.
그러나, 올 1월 27일 도날드 트럼프의 아랍 7개국 여행금지 행정명령으로 아스가 파하디는 2월 26일 열리는 오스카상 시상식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감독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불참하는 대신 NASA의 첫 여성 우주 관광객인 이란 출신 아누셰 안사리(Anousheh Ansari)가 그를 대표해서 시상식에 참가해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수상 소감을 대신 낭독했다. 파하디 감독은 "나는 미국에 이민자들의 입국을 금지하는 비인간적인 법에 의해 멸시된 내 조국과 다른 6개 나라 국민들 존경하는 의미에서 불참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영화는 우리와 타자를 이해하는 도구하고 밝혔다.
이로써 파하디 감독은 아카데미상 역사상 이탈리아 페데리코 펠리니(4회: 길 1956, 카비리아의 밤 1957, 8 1/2 1963, 아마르코드 1971, )와 이탈리아 비토리오 데 시카(4회: 구두닦이 1947, 자전거 도둑 1949, 핀지 콘디니스의 정원 1971, 어제 오늘 내일 1976) 감독, 스웨덴 잉그마르 베르히만(3회: 처녀의 샘 1960, 거울을 통해 어렴풋이 1961, 화니와 알렉산더 1983) 감독, 프랑스 르네 클레망(3회, 말라파가의 벽 1950, 금지된 장난 1952)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2회: 나생문 1951, 데루스 우잘라 1975) 감독에 이어 오스카상을 2회 수상한 감독이 됐다.
트럼프가 이슬람 다수 국가의 예술가들조차도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로 저격하는 파쇼정치로 '위대한 미국'이 아니라 '추악한 미국'에 앞장서고 있는 현실이다. 중세의 십자군 전쟁을 연상시키는 21세기의 종교전쟁으로 예술가들이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 7월 4일 키아로스타미는 암으로 눈을 감았고, 이란영화는 다시 비상의 날개를 펴다가 주춤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란영화 '세일즈맨(The Salesman/Le Client)'의 서스펜스 ★★★★
복수는 나의 것...마음도 건물처럼 새로 지을 수 있다면
The Salesman
아스가 파하디의 신작 '세일즈맨(The Salesman)'의 프랑스어 제목은 '고객(Le Client)'이다. 영화 속에 아서 밀러의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이 나오니, '세일즈맨'이 더 적합한 타이틀일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왜 파하디 감독은, 하필이면 '세일즈맨의 죽음'을 택했을까 며칠간 곰곰히 생각하게 만들었다. 연관성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이 영화는 얼핏 무척 지루하게 1시간이 흘러간다. 하지만, 후반 30분은 뒤통수를 치듯이 소스라치게 만드는 스릴러다.
테헤란에 사는 젊은 부부 에마드(샤합 호세이니, Shahab Hosseini)와 라나(타라네 알리두스티, Taraneh Alidoosti)는 아마추어 연극 배우다. 어느날 아파트가 흔들리고, 금이 가고, 가스가 새면서 붕괴 직전에 이르러 대피한다. 지진이 잦은 이란에서 늘상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옆 아파트 신축으로 생긴 인공 지진이다. 부부는 급작스럽게 아파트를 옮기게 된다. 이 아파트의 전 세입자였던 싱글맘으로 짐도 절반 이상 두고 이사나갔다. 그녀는 아마도 매춘하며 살았던 것 같다. 이들 부부는 그녀의 흔적이 남아있는 아파트에서 새로 삶을 시작해야 한다.
The Salesman
부부는 소극장에서 '세일즈맨의 죽음'에 주인공 윌리 로만과 아내 린다로 출연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 아내가 홀로 집에서 샤워하던 중 낯선이가 들어와 그녀를 폭행한 후 소지품을 남기고 달아난다. 아내는 얼굴 상처와 충격으로 연극 출연을 포기한다. 낮에는 교사, 밤에는 연극인으로 살아가는 남편 에마드는 아내를 폭행한 범인을 찾아 나선다.
범인이 남기고 간 열쇠와 트럭으로 추적한 결과, 늙은 남자를 지목하고 그를 자신의 아파트로 불러들인다. 에마드는 노인의 자백을 받아낼 뿐만 아니라 아내를 위해, 자신의 추락한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노인에게 복수하려 한다. 아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에마드는 노인이 그 앞에서 가족에게 범행을 자백하게 만들려고 한다. 노인은 굴욕적인 행위에 충격을 받고, 그의 가족은 아파트로 온다.
The Salesman
'세일즈맨'은 학생들의 롤 모델인 문학 교사이자, 연극 배우인 에마드가 어느 순간 복수의 화신이 되는 상황을 통해 인간의 이성과 감성, 본능의 분출과 잠재적인 폭력성에 대해 질문한다. 에마드는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다. 노인을 용서도 할 수 없고, 망각은 더 할 수 없다. 부부의 일상에 등장해 돌이킬 수 없는, 산산이 부셔놓은 노인이 증오스럽다. 노인의 비윤리적이며, 폭력적인 행위가 야기한 비극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영화 도입부에서 붕괴되던 아파트처럼, 개인들의 도덕성과 가족이라는 구조가 흔들리며, 극단적인 복수로 치닫는다.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출장 외판원 윌리 로만은 학교 성적을 의논하러 호텔에 찾아온 장남에게 여자와 동침한 모습을 들키고 만다. 모범생이었던 아들은 정신적인 지주였던 아버지에 대한 실망으로 자포자기하며 인생을 망쳐버린다. 그에 절망한 아버지 로만은 자살을 택하면서 외판원의 삶에 종지부를 찍는다. 영화 '세일즈맨'에서 에마드는 복수를 택하면서 아내의 간청과 학생들의 롤모델 역할을 저버린다. 노인은 윌리 로만처럼 그 아파트에 성매매를 하기위해 찾아갔던 것이다. 그리고, 에마드에게 잡힌 채, 자신의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범죄를 고백해야하는 수치심을 모면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에마드도 노인도 '세일즈맨'처럼 누군가를 실망시키게 되는 나약한 존재로 남게 된다.
에마드에게 현실은 연극보다 더 극적이었다. 아내가 조금 조심스러웠더라면, 폭력은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그마한 실수는 인생에 큰 사건과 상처를 가져다주고, 잠재해 있던 폭력성을 분출시킨다. 인생은 연극과 달리 이런 우연의 연속인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마음은 빌딩과 달라서 상처를 받으면 치유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고통은 좀체로 잊혀지지 않는다. 빌딩처럼 부수었다가 새로 지어질 수 없는 것이기에...
*세일즈맨(The Salesman) 상영관 http://www.fandango.com/thesalesman_148079/movietimes
Angelika Film Center(18 West Houston St.) https://www.angelikafilmcenter.com/nyc
Lincoln Plaza Cinema(1886 Broadway) http://www.lincolnplazacinema.com/
City Cinemas East 86th St. ( 210 East 86th St.) http://www.fandango.com/citycinemaseast86thstreet_aaecg/theaterpage
*2011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 수상작 '별거(The Separ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