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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유년기와 치유의 조각 

MoMA 전후 여성작가 (1) 루이스 부르주아 Vs. 에바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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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e Bourgeois by Robert Mapplethorpe, 1982/ Eva Hesse by Stephen Korbet

 

 

루이스 부르주아(1911-2010)와 에바 헤세(1936-1970).

이들은 25세 꼭 한 세대 차이가 나지만, 공통점이 있다. 두 조각가는 유럽에서 태어나 뉴욕에 정착했다. 부르주아는 파리에서, 헤세는 함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이들은 또한, 불행한 유년기를 보냈고, 부모의 이혼과 엄마의 사망은 평생의 트라우마였다. 부르주아의 아버지는 그녀의 영어 교사 겸 내니와 바람을 피웠고, 엄마는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후 아버지가 자신을 통제하기 시작하자, 부르주아는 1938년 27세에 미국인 미술사학자를 만나 결혼, 뉴욕으로 도피한다. 

 

한편, 헤세는 1938년, 두살 때 나치를 피해 영국을 거쳐 이듬해 뉴욕으로 이주했다. 그러나, 부모가 별거에 들어갔고, 아버지가 재혼한 이듬해 엄마가 투신자살한다. 이때 헤세는 겨우 10살이었다. 

 

부르주아는 98세까지 장수했지만, 헤세는 고작 34세에 요절했다. 그리고, 두 작가의 작품은 그들의 트라우마를 표현하는 일기와도 같았다.     

 

 

Louise Bourgeois 루이스 부르주아(1911-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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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부르주아

 

“미술은 복원이다. 그 목적이란 삶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 개인의 두려움과 불안이라는 파편화한 것을, 완전한 무엇으로 만드는 일이다."

-루이스 부르주아-

 

 

# 1911년 크리스마스 파리에서 태피스트리 복원 사업을 하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이 사업은 외가에서 부모가 물려받은 것이었다. 직물은 훗날 부르주아의 작품에 영향을 준다.  

 

# 아버지의 애인: 어린 루이스에겐 영국에서 온 가정교사 겸 내니가 있었다. 영어를 가르친 내니가 아버지와 바람을 피우는 것을 알게되어 두 사람 모두에게 배신감을 느끼며 자살까지 시도했다. 그러나, 당시 치명적인 유행병인 스페인 독감에 걸린 엄마를 간호하다가 1932년 21살 때 엄마가 세상을 떠난다. 이때부터 평생 버림받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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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e Bourgeois, Self-Portrait as Bird, 1945, MoMA

 

 

# "나선은 나에게 중요하다. 나선은 비트는 것이다. 어릴 적에 강물에 태피스트리를 빤 이후 난 비틀어서 고리를 만들었다...그후엔 아버지의 애인에 관한 꿈을 꾸었다. 그녀의 목을 조르는 꿈을 꾸었다. 통제와 자유를 상징하는 나선을 사랑한다."

   

# 소르본느 대에서 수학과 기하학을 전공하면서 아버지 바람으로 흩어진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지만, 규칙이 아무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1932년 엄마가 사망하자 충격을 받아 수학을 버리고, 미술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아버지가 화가를 경멸하며 학비 지원을 거부하자 영어 통역가로 일하면서 수업료를 면제받았다. 이때 스승 페르낭 레제를 만났고, 레제는 그림보다는 조각을 하라고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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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e Bourgeois & Robert Goldwater

 

# 미국인과의 결혼: 부르주아는 아버지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1938년 파리에서 만난 미국인 미술사학자 로버트 골드워터(Robert Goldwater)와 결혼해 뉴욕으로 이주했다.  

 

# 미술사학자 남편 로버트 골드워터는 컬럼비아대와 하버드대 석사를 거쳐서 뉴욕대에서 '현대미술 속의 원시주의(Primitivism in Modern Art)'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루이스 부르주아와 결혼 후 퀸즈 칼리지와 뉴욕대 교수로 강의하다가 1957년 미드타운 54스트릿의 원시미술관(Museum of Primitive Art) 초대관장을 지냈다. 골드워터는 뉴욕 뮤지엄 최초로 아프리카 미술 전시회를 기획했다. 넬슨 록펠러가 창립한 원시미술관은 1976년 폐관하고, 컬렉션은 메트로폴리탄뮤지엄으로 들어갔다.  골드워터는 1973년 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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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e Bourgeois & Jerry Gorovoy

 

# 제리 고로보이(Jerry Gorovoy): 1980년 부르주아는 마치 조지아 오키프와 후안 해밀턴의 관계처럼 여생의 우정을 지속할 조수 제리 고로보이를 만났다. 당시 큐레이터였던 고로보이와의 만남에 대해 부르주아는 말한다. "당신이 우물의 바닥에 있을 때 주변을 살펴본다. 누가 나를 밖으로 이끌어낼까? 이 경우 제리가 다가와 밧줄을 던져주고, 나를 끼워서 세상 밖으로 끌어냈다"고 밝혔다. 고로보이는 현재 루이스 부르주아 재단의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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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e Bourgeois, The Quartered One, 1964-65, Bronze, MoMA

 

#MoMA 회고전: 1982년 70세에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여성작가로 최초 회고전을 열었다. 

 

#베니스 비엔날레 1993: 루이스 부르주아는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미국관 대표로 선발되어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다.

 

#거미 조각 '마망': 1996년 부르주아는 1947년 잉크&목탄 드로잉으로 그렸던 거미에서 착안해 첫 강철 거미 조각 'Spider'를 제작했다. 거미는 부르주아의 엄마에게 헌사하는 작품으로 '베틀을 돌리고, 짜고, 양육하고, 보호하는 모성'을 상장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1999년에 런던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미술관을 위해 '마망(Maman)'을 제작한다.'마망'은 테이트 모던을 비롯, 삼성 리움미술관, 빌바오 구겐하임뮤지엄, 캐나다국립갤러리(오타와), 도쿄 모리미술관, 크리스탈브리지 미술관(아칸사주 벤튼빌), 도하 카타르국립컨벤션센터 등에 소장되어 있다.    

 

"거미는 나의 엄마에 대한 송가(ode)다. 엄마는 내 최고의 친구였다. 거미처럼 엄마는 베짜는 사람이었다. 우리 가족은 태피스트리 복원사업을 했으며, 엄마는 워크숍을 책임졌다. 거미는 엄마처럼 매우 영리했다. 거미는 모기를 잡아먹는 친근한 존재다. 우리는 거미가 질병을 퍼트리므로 원치않는다. 그래서 거미들은 우리 엄마들처럼 도움이 되고 보호한다."

-루이스 부르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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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e Bourgeois, Quarantania, 1941, Whitney

 

#98세로 사망: 2010년 5월 31일 루이스 부르주아는 세상을 떠났다. 사망 직전 첼시의 타운하우스 옆 건물을 매입해서 학자와 아티스트들을 위한 리서치 센터로 만들 예정이었다. 부르주아의 작품과 일기 등을 볼 수 있도록 

 

#경매: 2011년 '거미(Spider)'는 1070만 달러에 경매되며 여성작가 최고가를 기록했다. '거미'는 2015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2820만 달러에 낙찰되며, 그 기록을 경신했다. 

 

#유족: 로버트 골드워터와 사이의 아들 셋은 엄마 성을 따랐다. 입양한 아들 장-루이 부르주아(Jean-Louis Bourgeois, 1940-)는 하버드대에서 문학과 건축사를 전공한 작가로 아프리카 말리에서 살고 있다. 알랭 부르주아(1941- ), 막내 아들 미셸 부르주아는 1990년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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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구겐하임뮤지엄 회고전에서 'Spider Couple'. Photo: David Heald/Solomon R. Guggenheim

 

 

에바 헤세 Eva Hesse(1936-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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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헤세

 

"미술과 작품, 미술과 삶은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내 삶 전체는 부조리했다. 내 개인의 건강, 가족, 경제 상황까지 모두가 극단적이었다. 부조리함이 바로 핵심어다."

-에바 헤세-

 

# 1936년 독일 함부르크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두살 때 언니와 나치를 피해 도피한다. 언니 헬렌과 네덜란드로 가는 유대인 어린이용 기차(Kindertransports)를 탄 후 6개월만에 영국에서 부모와 재회했고, 1939년 뉴욕으로 이민왔다. 

 

# 맨해튼 워싱턴하이츠에 정착했는데 1944년 에바 헤세가 8살 때 부모가 별거에 들어갔고, 이듬해 아버지는 재혼한다. 그리고, 1946년 우울증에 걸린 엄마는 18층에서 투신 자살한다.

 

# 16살 때 뉴욕산업미술학교(New York's School of Industrial Art) 졸업 후 프랫인스티튜트에 입학했지만, 이듬해 중퇴했다. 18세에 패션잡지 '세븐틴'의 인턴으로 일하면서 아트스튜던트리그에서 수업을 들었다. 이후엔 쿠퍼유니온을 거쳐 예일대학교에 들어가 조셉 알버스(Josef Albers) 밑에서 추상표현주의의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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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 Hesse, No title, 1969-70, Latex, rope, string, and wire,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 예일대 졸업 후 뉴욕으로 돌아와서는 젊은 미니멀 아티스트 솔 르위트, 도날드 저드, 야요이 쿠사마와 어울렸다. 특히 같은 유대계였고, 소울 메이트였던 솔 르위트와의 플라토닉 러브는 전설적이다. 르위트는 헤세보다 8살 위였다. 남편보다 더 그녀를 깊이 이해했던 솔 르위트와의 우정도 그녀의 죽음으로 종지부를 찍는다. 

 

솔 르위트는 훗날 결혼해서 두 딸을 두었고, 2007년 세상을 떠났다. 안도버의 필립스아카데미의 애디슨 갤러리(The Addison Gallery)에선 2015년 9월 헤세(1936–1970)와 르위트(1928–2007)의 아름다운 우정에 헌사하는 특별전 'Converging Lines: Eva Hesse and Sol LeWitt'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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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도일과 에바 헤세

 

# 1962년 아이리쉬계 조각가 톰 도일(Tom Doyle)에 반해 6개월만에 결혼했다. 1964년 독일에서 도일을 레지던트 작가로 초대하자 헤세도 동행, 25년만에 나치즘을 피해 떠나야했던 고향으로 돌아간다. 헤세는 유럽 곳곳 뮤지엄에서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얻었다. 독일의 버려진 직물공장에서 도일과 작업하면서 회화에서 조각으로 방향을 바꾼다. 

 

# 뉴욕으로 돌아왔을 때 부부 사이는 벌어져 있었다. 유대교로 개종까지 했던 도일은 바람둥이 기질과 음주벽을 버리지 못해 그녀를 불행하게 만들었고, 마침내 바워리 스트릿 작업실에서 쫓겨난다. 건너편 빌딩으로 이주한 도일은 이혼을 청구한다. 그리고, 결혼 4년만에 공식 이혼에 이른다.

 

# 소녀시절의 악몽과 정신적 지주였던 아버지의 사망, 그리고 이혼으로 인한 우울증과 불안, 뉴욕 뮤지엄에 만연한 성차별주의 분위기 속에서 작업에 대한 불확실함에 용기를 준 이는 동료 작가 솔 르위트(Sol LeWitt)였다. 그와 편지를 교환하며, 자신감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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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 Hesse, Untitled, 1966, MoMA Collection

 

# 헤세는 1965년 이후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으로 포스트모던, 포스트미니멀리스트의 대표주자로 주목을 받는다. 그로부터 5년간 라텍스, 파이버글래스, 플라스틱 등 혁신적인 소재와 방식으로 치열하게 작업했다.

 

# 1969년 뇌종양 진단을 받은 후 세번의 수술을 거쳤지만, 1970년 5월 29일 눈을 감는다. 작가생활 10년, 그녀 나이 34세였다. 이후 구겐하임, 테이트, MoMA, 퐁퓌두센터 등지에서 회고전이 이어졌다.

 

"인생의 모든 것이 나에겐 쉽지 않았다. 미술만 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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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바 헤세는 나치로부터의 도피, 부모의 이혼, 엄마의 자살, 결혼 실패와 아버지의 죽음으로 지속적인 상처를 받아 트라우마와 투쟁해야 했다. 미술은 정서적인 혼란에 시달렸던 헤세에게 치유의 방법이었다. 2016년 그녀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에바 헤세'가 제작됐다.   

 

 

*MoMA 전후 여성작가와 추상화의 공간을 만들다(4/15-8/13) 연재 순서

#1 두 여성 조각가의 유년기와 트라우마 일기

루이스 부르주아 Louise Bourgeois(1911-2010) & 에바 헤세 Eva Hesse (1936-1970) 

#2 마초 추상표현주의와 여성 쌍두마차 

조안 미첼 Joan Mitchell (1925-1992) & 헬렌 프랭켄탈러 Helen Frankenthaler(1928-2011)

#3 초미니멀리즘과 화려한 캔버스

아그네스 마틴 Agnes Martin(1912-2004) & 야요이 쿠사마 Yayoi Kusama(1929- )

#4 유명 화가의 아내로 산다는 것

리 크래스너 Lee Krasner (1908-1984) & 엘레인 드 쿠닝 Elaine de Kooning (1918-1989)

#5 무소의 뿔처럼...대형 조각의 에너지

루이스 네벨슨 Louise Nevelson (1899-1988) & 리 본테쿠 Lee Bontecou(1931- )

*MoMA 전후 여성작가와 추상화의 공간을 만들다(4/15-8/13)

 

The Museum of Modern Art

개방시간: 월, 화, 수, 토, 일 오전 10시30분-오후 5시 30분, 금요일 오후 8시. 추수감사절•크리스마스 휴관. ♤입장료: 성인($25), 65세 이상($18), 학생($14). *금요일 오후 4시 이후는 무료. 11 West 53rd St. www.moma.org.

 

*현대미술의 시작과 끝: MoMA 하이라이트

*아그네스 마틴 회고전@구겐하임

*다큐멘터리 '에바 헤세' 리뷰

*이상한 미술나라의 앨리스, 야요이 쿠사마

*천재화가와 두 여인: 잭슨 폴락과 리 크래스너

*앤 트루이트의 '교차로'@볼티모어뮤지엄

*브라질 구체미술의 기수 리지아 파페 회고전@메트 브로이어

*쿠바 여성작가 101세 휘트니뮤지엄 회고전

*조지아 오키프의 옷장을 열다@브루클린뮤지엄

*뉴욕 스토리 <255> 조지아 오키프의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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