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작품상, 여우주연상 수상 '레이디 버드(Lady Bird)' ★★★★
뉴욕 영화제 NYFF 2017(9/28-10/15)
새크라멘토와 엄마에게 바치는 러브 레터
배우 출신 그레타 거윅의 감독 데뷔작 '레이디 버드(Lady Bird)' ★★★★
*레이디 버드(Lady Bird)' 예고편 Lady Bird
지난해 뉴욕영화제 '21센추리 여성(21th Century Women)'에서 아네트 베닝의 집에 하숙하는 펑크 사진가로 열연했던 그레타 거윅(Greta Gerwig)은 기자회견에 불참했었다. 이유는 영화를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올해 그 결과물로 자신의 감독 데뷔작 '레이디 버드(Lady Bird)'를 들고 링컨센터를 찾았다.
배우들의 야심찬 감독 데뷔는 언론의 주목을 끌기 마련이다. 하지만, 로버트 레드포드나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걸작을 만들 수도, 다이앤 키튼이나 안젤리나 졸리처럼 해프닝이 될 수도 있을 터이다. 그레타 거윅은 고향 새크라멘토에 바치는 러브레터 '레이디 버드'로 시나리오와 연출의 능력을 검증받았다.
10월 6일 기자시사회 후 비평가 켄트 존스와 대화 중인 그레타 거윅 감독.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출신의 그레타 거윅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직접 시나리오를 써서 메거폰을 잡았다. '레이디 버드'는 뉴욕에서 전전긍긍하는 새크라멘토 출신 댄서로 출연했던 노아 바움바크(Noah Baumbach) 감독의 '프란시스 하(Frances Ha, 2012)'의 전편 격인 영화다.
올 뉴욕영화제에 애인 노아 바움바크 감독은 뉴욕 유대인 가족 이야기 '마이어로비츠 스토리(The Meyerowitz Stories)'로 그레타 거윅과 함께 초대됐다. 지난해엔 프랑스 감독 커플이 뉴욕영화제에 나란히 초대됐는데, 매기 청(장만옥)의 전남편 올리비야 아싸야(Olivier Assayas)와 오래 전 그의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 출신 감독 미아 한센 뢰브(Mia Hansen-Løve) 부부가 각각 '퍼스널 쇼퍼(Personal Shopper)와 '다가오는 것들(Things to Come)'로 뉴욕영화제를 찾았었다.
Lady Bird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엔 프로농구팀 킹스(Kings)가 있지만, 인구는 50만명 정도로 캘리포니아에서 6번째, 전국에서 35번째로 큰 도시다. 그러니 새크라멘토의 고등학생이 뉴욕의 대학으로 유학가는 것은 개천에서 용난 케이스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감독 그레타 거윅은 자신의 고향 새크라멘토에서 탈출해 동부의 대학생을 꿈꾸는 반항의 여고생 크리스틴의 이야기를 따사롭게 그린다. '레이디 버드'는 바로 새크라멘토에서 성장해 뉴욕의 바나드칼리지로 유학왔던 자신의 스토리이기도 하다.
Lady Bird
아버지는 실직 위기, 엄마는 밤낮으로 병원에서 일해야 하고, 입양된 오빠는 여자친구와 수퍼의 캐셔로 일하며 집에서 더부살이 중이다. 새크라멘토 카톨릭 학교에 다니는 고3 크리스틴(서샤 로난 분)은 근처 시립대학에 들어가라는 엄마와 늘 말다툼을 한다. 또, 자신의 자유로운 생각을 받아주지 못하는 수녀 선생님들과도 부딪힌다. 하지만, 교내 연극반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크리스틴은 문화가 있는 뉴욕 인근의 대학을 꿈꾸지만, 성적은 안되고, 아버지 실직으로 등록금도 부담스러운 형편이 된다.
Lady Bird
부모가 준 이름 '크리스틴'조차 떼어버리고 싶은 여고생, 자신의 별명은 귀족적인 '레이디 버드(Lady Bird)', 남자라면 'Lord Bird'였을 터이다. 전선 위의 종달새(A Bird on the Wine)'처럼 늘 불안하지만, 자존감은 스스로에 작위를 붙일 만큼 하늘을 치솟는 자존의 새다. 크리스틴은 새크라멘토라는 안전한 둥지(comfort zone)에서 벗어나 뉴욕에서 날고 싶은 자유의 새다.
Lady Bird
그레타 거윅은 자신의 알터 에고로 서샤 로난을 세우고, 카메라 뒤에 섰다. 그리고, 배우 출신으로서 각 캐릭터의 연기를 자연스럽고, 리얼하게 끌어냈다. '레이디 버드'의 강점은 배우들의 앙상블 연기에 있다.
아이리시 이민자의 이야기를 그린 '브루클린(Brooklyn)'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아이리시 배우 서샤 로난(Saoirse Ronan, 23)이 반항하는 여고생 크리스틴으로 신빙성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서샤 로난은 메릴 스트립과 줄리안 무어를 잇는 차세대 연기자로 주목할만 하다.
Lady Bird
크리스틴의 단짝 친구 줄리 역의 비니 펠드스타인은 뮤지컬 '헤어스프레이(Hairspray)'의 주인공 트레이시처럼 비만하면서도 유머감각으로 감초같은 맛깔스런 연기를 한다. 크리스틴과 줄리 콤비는 '고스트 월드(Ghost World, 2001)'의 시니컬한 매력이 있던 여고생 커플 스칼렛 요한슨과 토라 버치를 떠올린다.
Lady Bird
크리스틴의 두 남자 친구도 환상적인 캐스팅이다.
'바다 옆 맨체스터(Manchester by the Sea)'에서 떠오른 신성 루카스 헷지스(Lucas Hedges)는 게이 성향의 고교생으로, 올 뉴욕영화제의 수작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Call Me By Your Name)'의 티모세 샬라멧(Timothée Chalamet)은 바람둥이 로커로 출연하는 것도 즐거운 볼 거리다.
Lady Bird
또한, 무대에서 관록을 쌓은 중견배우 로리 멧칼프(Laurie Metcalf)는 터프하면서도 속이 깊은 엄마 역으로 기억에 남을 만한 열연을 보여준다. 자상한 아버지 트레이시 렛츠(Tracy Letts)의 중후한 연기도 그레타 거윅의 배우의 연기를 잘 끌어내는 재능으로 보인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레이디 버드'에서 이 세상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네 꿈을 펼쳐라'며 날개를 달아준다. 젊은이들의 로망, 뉴욕에 살고 있는 관객에게는 기분좋은 영화다. 93분. https://www.filmlinc.org/nyff2017/films/lady-bird
*NYFF 상영일정
10/8 9:30PM@Alice Tully Hall
10/9 1:30PM@Walter Read Theater
11월 3일 미국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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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영화관에서는 일년에 한두편 정도 영화보는데 올해는 Lady Bird를 골랐어요. Sukie님의 영화에 대한 글은 상세하기도 하고 깊이가 있어 즐겨읽는 답니다. 연기자들도 다들 연기를 잘하고 Lady Bird가 성장하는 아픔을 그리지만 코믹한 타치로 발란스를 유지해주고 sukie님 말대로 기분좋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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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버드' 보셨군요! 연기 잘 하는 배우들을 보면 스토리가 좀 약해도 기분이 좋아져요. 제가 올해 본 영화 중에서는 'Call Me By Your Name'과 'The Florida Project'도 적극 추천해드려요. 영화 보는 동안 그들의 삶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기분이 황홀합니다. 횡설수설하는 제 영화 글 즐겨 읽으신다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