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한(Jin Han) 출연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M. 버터플라이'
데이빗 헨리 황 & 줄리 테이머의 'M. 버터플라이(M. Butterfly)'
오리엔탈리즘에 비수를 꽂은 '나비씨'
클라이브 오웬, 한인 배우 진 한(Jin Han) 출연, 12월 17일 폐막
진 한(Jin Han)씨의 브로드웨이 데뷔 연극 'M. 버터플라이', 공식 개막 2개월이 채 못되어 막을 내린다. Photo: Matthew Murphy
나를 사랑한 스파이. 중국판 마타하리.
1960년대 북경 주재 프랑스 대사관 직원과 연인관계였던 북경오페라 배우가 스파이에 여장 남자였다는 실화는 드라마틱했다. 그 이야기를 중국계 희곡작가 데이빗 헨리 황(David Henry Hwang)이 연극 대본 'M. 버터플라이(M. Butterfly)'로 픽션화했고, 1988년 브로드웨이 유진오닐 시어터에 올려져 2년 가까이 777회 공연하는 성공을 거두게 된다. 데이빗 헨리 황은 아시아계 최초의 토니상 수상작가가 되었고, 중국계 배우 B.D. 왕은 토니상 남우조연상을 거머쥐게 된다. 그리고, 데이빗 헨리 황은 '아시아계 아메리칸 배우들의 대부'가 됐다. 아시아계 배우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작가는 소중하다.
'M. 버터플라이'는 닐 조단 감독의 영화 '크라잉 게임(The Crying Game, 1992)'과 첸 카이거 감독의 '패왕별희(Farewell My Concubine, 1993)'에 영향을 준 흔적도 보인다. '크라잉 게임'에서 여장 남성의 쇼킹한 누드 씬이나, 장국영이 북경 오페라의 여장남자 배우로 출연한 '패왕별희'는 'M. 버터플라이'에 빚을 진 것처럼 보인다. 1993년엔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 제레미 아이언스와 존 론 주연의 영화 'M. 버터플라이'가 나왔다.
1988년, 당대의 문제작 'M. 버터플라이'가 1세대가 훌쩍 지나 올 10월 코트 시어터(Cort Theater)에서 리바이벌됐다. 연출은 역사상 최대의 흥행 공연물로 기록된 뮤지컬 '라이온 킹'의 줄리 테이머(Julie Taymor)가 맡았다. 아시아계 작가와 여성 연출가, 'The Great White Way'로 불리우는 브로드웨이'에선 아웃사이더 축에 속하는 지성과 재능이 골든 랑데부를 했다. 여기에 할리우드 배우 클라이브 오웬(Clive Owen)과 공연하는 한인배우 진 한(Jin Han)씨가 브로드웨이에 데뷔한 의미있는 작품이 'M. 버터플라이'다.
지난 10월 30일 소호 하우징웍스에서 열린 데이빗 헨리 황과 줄리 테이머의 대화 시간.
1988년에서 2017년으로 건너 뛴 'M. 버터플라이'는 우리 시대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까? 동성애 결혼이 허용되고, 유니섹스가 흔하며, 아시아 문화가 미국 대중문화 주류가 되고 있는 오늘 'M. 버터플라이'는 어떤 화두를 던지게될까?
원래 데이빗 헨리 황은 뉴욕타임스에 난 1단짜리 기사를 보고 'M. 버터플라이'를 집필하게 됐다고 한다. 프랑스 대사관 직원 베르나르 부르시코가 북경오페라 배우 쉬페이푸에 반해 근 20년간 관계를 지속했고, 아들도 낳았는데 스파이에 남자였더라는 기이한 실화에 데이빗 헨리 황은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 부인'과 중국 전설 '나비 연인들(양산박과 축영대)'를 접목시켰다. 연극에서 프랑스 외교관 르네 갈리마르(클라이브 오웬 분)는 오페라 '나비 부인'의 팬이며, 경극 배우 송릴링은 중국 설화 '나비 연인들'의 여인 축영대로 분한다.
'M. 버터플라이'에서 프랑스 외교관 르네 갈리마르 역의 클라이브 오웬과 경극 배우 송릴링 역의 진 한. Photo: Matthew Murphy
미 해군장교 핑커톤에게 버림받아 자결하는 초초상의 이야기 '나비 부인'은 뮤지컬 '미스 사이공'처럼 서구의 아시아에 대한 환상, 즉 오리엔탈리즘의 전형이다. 데이빗 헨리 황은 여기에 태클을 건다. 남장여자 축영대의 비극을 그린 '나비 연인들'로 서구의 스테레오 타입을 전복한다. 설화에서 축영대는 양산박의 무덤 앞에서 자결하며 둘은 나비로 환생한다. 데이빗 헨리 황은 동양의 신비주의와 환상에 사로잡힌 갈리마르와 첩보원 노릇을 하는 경극 배우 송릴링의 관계의 종말에서 갈리마르를 죽음으로 몰고간다. 갈리마르가 자살을 택한 이유는 배신감이었을까? 아니면 수치심이었을까?
"오직 남자만이 여자가 어떻게 연기를 해야하는 지를 알지요."
-M. 버터플라이-
'M. 버터플라이'는 1980년대 국가 기밀 누설죄로 수감된 갈리마르가 송릴링과의 관계를 회고하면서 시작한다. 그가 마음의 감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환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맹목적인 환상은 배신과 수치심의 벼랑 끝으로 몰고 간다. 미성년자 '나비 부인'의 해군장교 핑커톤처럼 뻔뻔스럽지 않지만, 20년간 통정한 송릴링이 남자임을 알아채지 못한 어리석은 남성이다. 액션 영화 '본 아이덴티티'에서 맷 데이먼과 공연했고, 007 제임스 본드 물망에 올랐던 클라이브 오웬은 어리석은 갈리마르 캐릭터와 동떨어진 미남에 카리스마가 있다. 때문에 열연에도 불구하고, 갈리마르로서 좀체로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클라이브 오웬의 스케줄 때문에 제작이 1년 연기되었다고 한다.
모택동 문화혁명기의 포스터 병풍이 등장하는 줄리 테이머의 스펙터클한 무대, 'M. Butterfly' Photo: Matthew Murphy
송릴링은 초초상보다 현명한 여장남성이자 예술가로 스파이로 활동한다. 갈리마르를 유혹하고, 결국 파멸에 이르게 하며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을 비웃는다. 하지만, 송릴링이 갈리마르를 사랑했는지, 이용만 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가녀린 체구의 진 한씨는 나직한 목소리와 액센트, 우아한 움직임으로 남자이자 여자, 연인이자 첩자, 예술가이자 공산당원이라는 복잡한 이중 캐릭터를 맡아 호연하고 있다. 마지막 쇼킹한 누드 장면까지 비장하게 몸 전체로 연기한다.
뮤지컬 '라이온 킹', 오페라 '마술 피리' 영화 '프리다(Frida)' 등 다양한 장르에서 스펙터클한 장면을 연출해온 줄리 테이머와 세트 디자이너 폴 스타인버그는 대형 병풍 10여개로 장면을 영화처럼 수시로 전환한다. 갈리마르의 감옥에서 경극 무대, 모택통 문화혁명의 현장에서, 송릴링의 거실, 그리고 법정으로 박진감있게 바뀐다.
또한, 거울의 이미지로 갈리마르의 환상을 명징하게 시각화했다. 북경 오페라의 화려한 의상과 문화혁명기의 선전 포스터 병풍은 송릴링을 압박하는 예술적, 정치적, 개인적 딜레마를 보여준다. 여기에 줄리 테이머의 오랜 연인인 작곡가 엘리엇 로젠탈이 푸치니 오페라와 자작곡 북경 오페라를 믹스했다.
1988년 오리지널 'M. 버터플라이'는 2년간 공연됐지만, 리바이벌은 12월 17일까지 2개월만에 막을 내리게 되었다.
그러면, 'M. 버터플라이'는 푸치니 오페라 '나비 부인'의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데이빗 헨리 황의 반격이자, 통쾌한 복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의 본질이 일종의 환상이 아니던가? 유니섹스와 가짜 뉴스의 시대 M.(*프랑스어로 '마담(Madam)'과 '무슈(Monsieur)')이 제기하는 정체성과 진실 문제와 나비로 상징되는 감정의 비약, 변형/탈바꿈(metamorphosis), 그리고 영원한 자유로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연극이다.
시대가 요구했던 리바이벌 'M. 버터플라이'는 당대의 두 지성과 재능이 만났지만, 오리지널의 성공에 미치지 못했다. 뉴욕타임스의 비평가 벤 브렌틀리는 'M. 나비'를 'M. 나방(Moth)'라고 폄하했다. 관객 동원도 미진했다.
뮤지컬 '해밀턴' '라이온 킹' '알라딘' 등이 2백-3백만 달러 주간 입장료 수입을 올리는 가운데 'M. 버터플라이'는 1082석의 비교적 작은 코트 시어터에서 절반의 객석 점유율에 50만 달러 미만에 머무르며 흥행이 부진했다. 이에 12월 17일 폐막하기에 이르렀다. 'M. 버터플라이'는 걸작이지만, 오늘의 흥행 뮤지컬들에 비해 너무 어두운 테마의 연극이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오리엔탈리즘이 가득한 리바이벌 뮤지컬 '미스 사이공(Miss Saigon)'도 1월 14일 막을 내린다. https://mbutterflybroadw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