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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카르멘(Carmen)'이 6월 16일 오후 1시(뉴욕 인근) PBS-TV(Cha. 13)에서 방영된다. 
카르멘 역은 메조소프라노 클레망틴 마르겐, 돈 호세 역은 로베르토 알라냐가 맡았다. 
http://www.pbs.org/wnet/gperf/gp-at-the-met-carmen-about-the-opera/9687


메트 오페라 비제의 비극 '카르멘(Carmen)' 리바이벌
자유와 성과 폭력에 대한 갈망...잔혹미학의 카타르시스

11월 10일, 15일 테너 이용훈씨 돈 호세로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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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ghoon Lee as Don José and Clémentine Margaine in the title role of Bizet's "Carmen." Photo: Marty Sohl/ Met Opera

"사랑은 반항하는 새/ 아무도 길들일 수 없지요.
사랑은 집시의 아이/ 사랑은 켤코 법을 모른답니다." 

세계 메조소프라노에게는 로망의 역할 '카르멘(Carmen)'. 조르쥬 비제(Georges Bizet)의 걸작 오페라 '카르멘'이 올 메트로폴리탄 오페라(Metropolitan Opera)에 돌아왔다.    

10월 30일 시작된 메트오페라 2018-19 시즌 첫 '카르멘' 공연에서 프랑스 출신 메조 소프라노 클레망틴 마르게인(Clémentine Margaine)이 돈 호세 역으로 무대에 오른 한인 테너 이용훈(Yonghoon Lee)씨와 호흡을 맞추었다. 베를린도이치오페라, 뮌헨의 바바리안스테이트오페라, 파리국립오페라, 로마오페라극장, 워싱턴국립오페라 등지에서 카르멘으로 입지를 다진 마르게인은 불같은 정열과 얼음같은 냉소를 겸비한 관능적인 카리스마로 관객을 몰입시켰다. 유혹의 아리아 "하바네라(Habanera)"는 메트오페라하우스 3천800석을 울리며 파괴적인 '팜므 파탈(Femme Fatale)'로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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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ghoon Lee as Don José and Clémentine Margaine in the title role of Bizet's "Carmen." Photo: Marty Sohl/ Met Opera

이용훈씨 역시 돈 호세 베테랑이다.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 시카고릴릭오페라, 바바리안스테이트오페라, 호주오페라 등지에서 '카르멘'의 상대역으로 무대에 올랐던 이용훈씨는 클래시컬 리뷰에서 "파워, 진폭과 우아함을 겸비한 인상적인 목소리를 갖고 있다. ‘꽃 노래’(La fleur que tu m'avais jetee)는 단연코 그날 저녁의 클라이맥스였을 것이다. 그는 정열적이고, 섬세한 감정과 연기로 노래해 열광적인 갈채를 받았다"는 평을 받은 돈 호세다. 

순박한 약혼녀 미카엘라를 두고 카르멘에 빠져드는 병사 돈 호세로 분한 이용훈씨는 선량한 청년에서 질투와 욕정에 사로 잡혀 범죄를 저지르는 클라이맥스까지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했다. 그리고, 2막 선술집에서 카르멘을 향해 부르는 절실한 고백 "꽃노래(Flower Song, La fleur que tu m'avais jetee)"로 청중의 갈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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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et’s “Carmen” Photo: Ken Howard/Met Opera

이스라엘 출신 젊은 지휘자 오머 마이어 웰버(Omer Meir Wellber)의 스피디한 지휘는 카르멘과 돈 호세의 불같은 감정의 소용돌이와 비극으로 치닫는 오페라 '카르멘'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갔다. 웰버는 다니엘 바렌보임의 부지휘자로 활동했다. 리처드 에어(Richard Eyre) 경 연출의 오페라 '카르멘'은 시각적으로도 볼 거리가 풍부하다. 막 이 오르기 전 검은 커튼에 번개같은, 붉은색 피의 칼자국으로 '카르멘'의 운명과 극의 톤을 예고한다.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클리포드 스틸(Clyfford Still)의 찢겨진듯한 회화를 연상시키는 커튼이 올라가면, 찢겨진 무대 핏자국 배경으로 2인무가 펼쳐진다. 안무가 크리스토퍼 휠든(Christopher Wheeldon)의 레드 배경의 센슈얼한 댄스는 2막의 선술집에서 그룹 댄스로 절정에 오르며, 4막에서 블루 배경의 2인무로 전이 된다. 불과 얼음같은 감정의 변화를 암시하는듯 하다.  

어린이들의 코러스는 '카르멘'을 그리스 비극의 코러스를 연상시키며, 미카엘라, 돈 호세, 카르멘, 에스카미요가 펼치는 사각 러브 스토리의 구경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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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멘' 막이 오르기 전(왼쪽),  크리스토퍼 휠든 안무의 2인무 from Bizet's "Carmen." Photo: Marty Sohl/ Met Opera

뭐니뭐니해도 '카르멘'의 하이라이트는 카르멘의 "하바네라"와 돈 호세의 연적인 에스카미요(베이스-바리톤 카일 케텔슨, Kyle Ketelsen)의 행진곡풍 아리아 "투우사의 노래(Toreador Song)"다. '카르멘'은 투우사의 노래로 시작, 비극을 암시하는 슬픈 멜로디로 이어진다. 스페인 세비야를 배경으로 무대를 오리지널의 1830년대에서 1930년대로 이동한 로브 하웰(Rob Howell)의 세트는 철창이 있는 병영에서 회색 벽돌벽을 주조로 콜롯세움처럼 파괴된 마을로 순회된다. 

이 배경은 인간의 마음 내부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철창과 벽돌이라는 억압된 마음, 뜨겁게 타다가 차게 식어버리는 동요, 잠재된 성과 폭력의 폭발까지. 어떻게 돈 호세가 약혼자 미카엘라를 버리고, 어머니의 기대를 저버리고, 군대의 규칙을 어기고, 카르멘이라는 유혹과 함정에 빠져드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완하는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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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ghoon Lee as Don José and Guanqun Yu as Micaëla/ Clémentine Margaine in the title role of Bizet's "Carmen."
Photo: Marty Sohl/ Met Opera

그런데, 로브 하웰의 의상은 아쉽다. 카르멘은 레이스 장식 블랙&레드 주조의 집시 드레스에서 기모노풍 패턴의 패치 드레스로 등장하는데, 무대에서 농염한 집시 여인로서 시각적으로 장악하는데 부족해 보인다. 의상은 캐릭터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카르멘의 의상이 보다 팜므 파탈스러워야했을 것이다. 특히, 순수한 시골 여인 미카엘라로 분한 중국 출신 소프라노 관컨 유(Guanqun Yu)의 다크블루 원피스에 크로스백은 마치 1960년대 중국 문화혁명기의 모던 여성을 연상시켜 극중 몰입을 방해한다.  

가녀리고, 애처러운 스타일의 소프라노 홍혜경씨가 분했던 미카엘라에 비하면 건장한 체구의 관컨 유는 아리아 "두렵지 않다고 말은 하지만(Je dis, que rien ne m'epouvante)"을 가련하기보다 씩씩하게 풍부한 성량을 한껏 발휘해 불렀다. 그리고 관컨 유의 미카엘라 데뷔에 청중은 "브라바"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관컨 유는 '노래하는 배우'로서 연기력 보강이 필요한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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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émentine Margaine in the title role of Bizet's "Carmen." Photo: Marty Sohl/ Met Opera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 베르디 작곡)', '라 보엠(La Bohème, 푸치니 작곡)'와 함께 3대 인기 오페라로 꼽히는 '카르멘'은 소프라노 역인 비올레타(라 트라비아타)나 미미(라 보엠)의 연약한 여인들과 차별화된 여인상이다. 사랑을 우습게 알고, 남자를 조종하며, 파멸로 이끄는 집시여인. 비올레타와 미미는 병으로 죽어가지만, 카르멘은 주인공 돈 호세에 의해 살해되는 '처참한' 비극의 주인공이다. 리처드 에어경의 프로덕션에선 카르멘의 최후를 맞은 후 투우장의 장면으로 이동해 잔혹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1875년 3월 파리 초연 당시 '카르멘'은 쇼킹한 내용으로 비판을 거세게 받았다. 비제는 이에 좌절해 빗 속에 우산도 없이 파리를 돌아다니다가 병에 걸린 것으로 전해진다. 비제는 이후 3개월간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심장병으로 사망한다. 비제의 나이 빈센트 반 고흐보다도 1세 어렸던 36세, '카르멘'은 그의 유작이 되었고, 혹평했던 비평가들은 180도 선회해서 '걸작'으로 칭송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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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6일 '카르멘' 공연 후 커튼 콜에서 관컨 유(왼쪽부터), 지휘자 웰버, 마르게인, 이용훈씨.

'카르멘'은 인간의 마음 속에 도사리고 있는 자유와 성과 폭력에 대한 갈망의 상징일지도 모른다. 카르멘은 순수하고, 이성적이던 남자, '아폴로(Apollo)' 돈 호세를 감정적이며 본능에 충실하는 '디오니서스(Dionysus)'로 변화시킨다. 제우스의 두 아들인 아폴로와 디오니서스 역시 이성과 감성, 질서와 혼란을 조율해야 하는 한 인간의 모습일 것이다. 마그마같은 카르멘의 러브 스토리가 죽음으로 끝난 후 카타르시스는 우리의 것이다. 

이용훈씨가 출연하는 '카르멘'은 11월 10일, 15일에도 공연된다. 내년 1월 9일부터는 스타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Roberto Alagna)이 '카르멘' 클레망틴 마르게인과 함께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지휘봉은 루이 랑그레(Louis Langrée)가 잡는다. 2월 2일 공연은 세계 70여개국 2천200개 극장에서 HD로 라이브로 상영된다. 러닝타임 3시간 21분. 러시티켓 $25부터.
https://www.metopera.org/season/2018-19-season/car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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