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슬링 명산지 모젤강변의 고요한 마을 트리텐하임(Trittenheim)
2018 독일 모젤 여행 <1> 트리텐하임(Trittenheim)
'라인의 평화로운 여동생' 모젤강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 호텔 바인&타펠하우스(WEIN &TAFELHAUS)
WEIN & TAFELHAUS, Trittenheim, Germany
독일 여행은 처음이다. 베를린, 뮌헨도 가보지 못했는데, 첫 여행지는 베를린에서 서쪽으로 약 7시간 떨어진 모젤강(Moselle River, 독일어로 Mosel)이었다. 독일 화이트와인 리슬링(riesling)의 명산지인 모젤강은 프랑스 보주산맥에서 시작되어 로렌 지방을 지나 룩셈부르크를 거쳐 독일 트리어(Trier)부터 동북쪽으로 흘러 코블렌즈(Koblenz)에서 라인강(Rhine River)과 만난다.
굽이굽이 흐르는 모젤강에는 백조가 노닐고, 가파른 언덕에는 포도밭이 스펙터클하게 펼쳐진다. 그 언덕 위에 우뚝 솟은 중세의 성과 요새들, 그리고 강변으로는 동화책 속에 있을법한 마을들이 이어지는 로맨틱한 풍광으로 세계에서 여행객들이 모여든다. 모젤강은 "라인강의 평화로운 여동생 (Rhine's peaceful little sister)"으로 불리운다. 모젤 크루즈가 라인 크루즈보다 더 매혹적인 이유는 아기자기하고, 로맨틱하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달착지근하고 상냥한 맛의 리슬링 테이스팅은 보너스다.
프랑스 샴페인(샹파뉴, Champagne) 도시 랭스(Reims)에서 렌탈카로 출발해 룩셈부르크를 지나 독일로 들어갈 때까지 국경을 눈치챌 수 없었다. 고속도로에 보초병 한명 없이 'Bundesrepublik Deutschland(독일연방공화국)'이라는 파란색 바탕에 노란 별이 원으로 그려진(EU) 표지판 하나였다. 1993년 유럽의 정치, 경제를 통합하기 위해 출범한 유럽 공동체(EU, European Union)는 2016년 6월 세계인을 경악시킨 영국의 탈퇴(Brexit) 이후 흔들리고 있고, 미국은 도날드 트럼프의 멕시코 장벽으로 인류가 퇴행 중인 것은 아닌가.
모젤계곡의 가파른 리슬링 포도밭과 모젤강 유람선, 때로는 백조가 산책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중학교 때인가 교과서에서 백범 김구(1876-1949) 선생의 '나의 소원'이 떠올랐다. 세계 인류가 네오 내오 없이 한 집이 되어 사는 것은 좋은 일이요, 인류의 최고요 최후인 희망이요, 이상이다." 백범 선생은 '백범일지'에서 또한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생각해보면 김구 선생은 독립운동가이자 미래를 내다본 선지자였다. 1947년 당시 백범의 기개가 새삼 경이로와서 문귀를 찾아봤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김구, '백범일지'(1947) 중에서-
WEIN & TAFELHAUS, Trittenheim, Germany
약 4시간의 주행 후 우리의 목적지인 모젤강의 작은 마을 트리텐하임(Trittenheim)에 도착했다. 이미 밤이라 모젤강도, 언덕의 포도밭도, 모두 칠흑같은 어둠 속에 묻혀서 첫 독일 마을의 인상은 '검은 마을'로 시작했다. 앞으로는 새로운 여행지 도착 시간을 최소한 해지기 전으로 계획해서 타운의 첫인상을 밝게 포착해야겠다.
모젤강에서도 여행객들이 적은 트리텐하임에서 2박을 머물게 된 것은 테이스팅 선약이 된 리슬링 명가 조조 프룸 와이너리(Weingut Joh. Jos. Prüm)에서 추천해준 호텔 중 하나인 '바인&타펠하우스(Wein Tafelhaus, 영어로 Wine & Table House)'였기 때문이다. 조조 프룸 측에서는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으로 아름다운 객실과 훌륭한 와인 셀렉션을 갖춘 아늑한 와인바"라고 이메일을 보내주었다. 여행지에서는 인사이더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관광객들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WEIN & TAFELHAUS, Trittenheim, Germany
모젤강변에 자리한 바인&타펠하우스는 앞마당에 리슬링 포도밭과 테라스가 있는 레스토랑 겸 호텔이다. 숙소는 레스토랑 위층에 자리해 있는데, 방이 네개 정도로 보이는 규모로 호텔이라는 이름이 민망할 정도. 하지만, 객실은 디자인 센스가 느껴지며 우아했고, 욕실은 침실만큼이나 컸다. 참신한 디자인의 전신거울이 달린 회전용 옷장에서 티 주전자 등 디테일까지 모던하고, 세련된 방이다.
바인&타펠하우스는 숙박료에 아침식사 포함, 테이스팅 메뉴 포함 등 다양한 옵션이 있다. 샴페인에서도, 모젤에서도 1인 객실 요금과 2인 객실 요금이 따로 책정되어 있었다. 호텔 예약할 때 염두할 점이다.
바인 & 타펠하우스 저녁 식사 Dinners at Wein & Tefelhaus, Trittenheim, Germany
레스토랑은 식도락가들을 위한 테이스팅 메뉴 전문 다이닝 공간(고메용)과 메뉴에서 주문할 수 있는 다이닝 공간(캐주얼용)으로 나뉘어졌다. 우리는 가격 부담이 덜한 캐주얼 식당에서 저녁식사 두번, 아침식사를 두번 했다.
# 첫날 저녁식사(사진 위 왼쪽부터) 식전빵과 하우스 메이드 사슴고기 소시지(venison sausage), 올리브 타페나드/ 야채로스트와 햄, 치즈 애피타이저/프리타텐수페. 비엔나 슈니첼, 감자 샐러드.
바인&타펠하우스는 지중해 터치 독일/오스트리아 요리를 제공한다. 셰프는 알렉산더 우스(Alexander Oos). 식전에 올리브 스프레드와 사슴고기 살라미가 빵과 함께 나왔다. 독일에서 사슴고기를 먹게될줄이야. 로버트 드 니로가 비운이 월남용사로 출연했던 월남전 영화 '디어 헌터(Deer Hunter)'를 떠올리면서, 롱아일랜드 도로에 나타났던 사슴가족을 생각하면서 맛을 보았는데, 담백하며 짭조롬했고 사슴고기라고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쇠고기로 알았을 것이다.
프리타텐수페(Frittatensuppe)는 오스트리아식 칼국수. 오스트리아는 늘 식사를 수프로 시작하는 '수프의 천국'이라고 한다. 면 대신 팬케이크를 국수처럼 잘라서 쇠고기 국물에 말은 프리타텐수페는 오뎅과 국수 사이, 마치 간장과 가츠오부시로 조리한듯한 익숙한 맛이라 '컴포트 푸드' 자체였다. 다음날 다른 식당에서 또 프리타펜수페를 맛볼 수 있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탄생한 비에너 슈니첼(Wiener schnitzel, pork cutlet)은 프랑스를 거쳐 일본으로 가서 돈까스/비프까스가 됐다. 송아지 안심을 얇게 저며서 빵가루를 입혀 튀긴 비에너 슈니첼은 의자에 놓고 앉았을 때 바지에 기름이 묻어나지 않아야 잘 만든 것으로 간주된다는 설이 있다. 돈까스처럼 소스가 뿌려지는 것이 아니라 레몬즙과 감자 샐러드와 함께 나왔다. 바인&터플하우스의 슈니첼은 미랭 1스타 셰프 레스토랑답게 바삭하고, 고소하면서도, 기름지지 않고, 고기맛이 담백해 별미였다.
# 다음날 저녁식사(사진 위 왼쪽부터) 식전빵과 사슴고기햄, 가지퓨레, 그날의 스페셜로 팬케이크(판쿠헨)에 말은 훈제 숭어 요리(Tartar from smoked trout with pfannkuchen)/ 닭요리/ 송이버섯 리조토(Risotto mit Steinchampignons und Bergkäse)
숭어를 훈제해서 계란말이처럼 팬케이크(판쿠헨)으로 말은 요리는 기억에 가물가물하다. 송이과의 샴피뇽버섯(Champignon Mushrooms, 양송이 버섯)을 저며 올려 마운틴치즈를 뿌린 리조토는 버섯의 향미가 고스란히 담긴 별미였다.
# 모젤 리슬링 Rieslings from Mosel
첫날 저녁식사에선 애피타이저(샐러드, 누들수프)와 트리텐하임의 로컬 리슬링 Trittenheimer Grans-Fassian Riesling Kabinett 2015를 곁들였다. 복숭아와 귤의 상큼한 향미에 부드럽게 넘어가면서 생기있는 산도과 미네럴한 여운이 입맛을 돋구었다. 그란스-파씨안은 1624년부터 그란스 가문이 13대째 운영해오고 있는 와이너리로 32에이커 규모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https://www.grans-fassian.de/en/weingut
비에너 슈니첼과는 바인&타펠하우스가 자리한 모젤강 건너편의 포도밭에서 수확한 드라이 리슬링 Trittenheimer Apotheke F. Eifel Riesling "Su wie frieja" Trocken 2014을 주문했다. 프란츠 요셉 아이펠(Franz Josef Eifel)의 4대째 내려오는 리슬링 가문으로 레이블마다 지문을 새기는 것이 특이하다. 상큼하고, 우아하며, 알콜 농도가 11.5%에 불과한 가벼운 와인으로 비프가스와 잘 어울렸다. http://www.fjeifel.de 다음날 저녁식사에서는 치킨과 리조토에 둘다 어울릴 독일산 피노 누아를 택했다.
트리텐하임의 세인트 클레멘스 교회(Church of St. Clemence)는 1569년 세워졌으며, 현재의 노란색 건물은 1790년에 건축됐다. 교회당 내부의 스테인드 글래스 창문은 마태복음 중 '8가지 참행복'을 묘사했다.
Church of St. Clemence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슬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온유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만족할 것이다./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나님을 뵙게 될 것이다./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나님의 아들이 될 것이다./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를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나 때문에 모욕을 당하고 박해를 받으며 터무니없는 말로 갖은 비난을 다 받게 되면 너희는 행복하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받을 큰 상이 하늘에 마련되어 있다./ 옛 예언자들도 너희에 앞서 같은 박해를 받았다." -마태오 복음서 Beatitudes of Matthew's Gospel (Matt. 5: 3-12)-
모젤 도로에 내린 안개.
모젤강 건너로 '트리텐하임 아포테케(Trittenheimer Apotheke)'의 초록물결 포도밭이 보이는 바인&타펠하우스에서 햄과 치즈에 로제 샴페인과 함께 아침식사를 즐겼다. 오전 10시로 약정된 리슬링 명가 조조 프룸(Joh. Jos. Prüm)으로 테이스팅하러 향하는 길엔 안개가 운치있게 끼었다. 맞다. 트리텐하임은 안개마을처럼 고요하게 잠들어있는 타운이었다. 물론 바인&타펠하우스는 음식도, 숙소도 훌륭했다. 하만, 무드 전환을 위해 그날은 다른 숙소를 찾기로 했다. 역시 인사이더들의 자문을 얻어서.
WEIN & TAFELHAUS
Moselpromenade 4 , 54349 Trittenheim
https://www.wein-tafelhaus.de
모젤강 여행 요령
모젤강은 남쪽 도시 트리어(Trier)에서 라인강과 만나는 북쪽 도시 코블렌즈(Koblenz)로 리본처럼 굽이굽이 195km를 흐른다. 트리텐하임은 트리어로부터 30분, 코블렌즈로부터는 약 1시간 30분 거리다. 룩셈부르크 인근 트리어는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으며, 로마시대 유적지 포르타 니그라(Porta Nigra, 검은 문), 원형극장, 다리, 황제의 욕탕, 이겔의 기둥과 트리어 성당 등이 관광명소. 칼 마르크스의 생가가 트리어에 있다. 라인강과 모젤강이 만나는 코블렌즈 역시 고도시다. 유럽에서 두번째로 큰 요새 에렌브라이트슈타인 요새(Festung Ehrenbreitstein), 바로크 양식의 '도이체스 에크(Deutsches Eck, 독일의 모퉁이)' 등이 관광 명소다.
코블렌즈와 트리어 사이에 코헴(Cochem), 젤(Zell), 트라벤-트라바흐(Traben-Trarbach), 번캐슬(Bernkastel)도 관광 명소다. 비탈길 와이너리로 하이킹 트레일도 마련되어 있으며, 모젤강 따라 자전거를 즐기는 이들도 많다. 우리는 프랑스 샴페인에서 렌탈카로 이동했지만,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코블렌즈까지는 차로 1시간-1시간 20분 가량 걸린다. 코블렌즈에서 트리어까지 기차(Moselstrecke, 70분)가 운행되며, 보트로 관광할 수 있다. 라인강과 모젤강을 함께 관광하는 크루즈도 운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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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king River Cruise 가 너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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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젤강 하이라이트 모두 보셨겠네요^^ 저희는 렌탈카로 다녔는데, 리슬링 테이스팅 선약들 때문에 주요 관광지(코블렌즈, 트리어, 코헴, 젤 등지)는 못갔구요. 나흘간 트리텐하임에서 번캐슬/베른카스텔, 젤팅거, 트라벤-트라바흐를 둘러봤는데, 트라벤-트라바흐가 가장 좋았습니다. 차로 다니니깐 크루즈가 부럽고, 자전거 일주도 하고 싶던데요. 모젤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하루 더 머무르려고 했는데, 방이 없더라구요. 딱 하나, 배에서 200유로 내고 잘 수 있지만, 정오에 내려야 한다고 해서 포기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