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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의 미술(art) 마술(magic) 사이

WALKING ON WATER ★★★★


5월 17일 필름포럼(Film Forum)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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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ING ON WATER Directed by Andrey Paounov


크리스토와 잔느-클로드(Christo and Jeanne-Claude)는 파리 퐁네프 다리를 황금색 천으로 감싸고(The Pont Neuf Wrapped, 1984), 센트럴파크에 7천500여개 주황색 천으로 문의 행렬(The Gates, 2005)을 설치했던 대지 미술가(land artists) 커플이다. 이들은 친숙한 자연과 건축물에 천이나 비닐(fabric, vinyl)로 포장하는 설치작업으로 색다른 풍경을 보여주면서 특정 장소를 인기 관광지로 만들고, 감싸서 감춤으로써 그 존재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할 기회를 던져준다. 그러나, 그들이 창조한 미술은 약 2주간의 전시 후엔 철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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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o and Jeanne-Claude at The Gates, Central Park, 2005 https://www.instagram.com/christojeanneclaude


불가리아 출신 크리스토(본명 Christo Vladimirov Javacheff)와 프랑스인 잔느-클로드(본명 Jeanne-Claude Denat de Guillebon)는 1935년 6월 13일 태어났다. 같은 시간, 다른 장소(불가리아의 가브로보와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에서 태어난 이들은 1958년 파리에서 만나게 된다. 직물공장집 아들인 크리스토는 공산 치하 불가리아를 떠나 오스트리아를 거쳐 파리로 망명, 23세 때 잔느-클로드 엄마의 초상화를 그려주면서 만나 결혼했다. 


영어도 불어도 못했던 불법체류자 아티스트 크리스토와 라틴어와 철학을 전공한 잔-클로드는 예술적 파트너가 되었다. 동시다발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부부는 비행기도 따로 타며 누군가 사고사를 당해도 프로젝트를 완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2009년 잔느-클로드는 뇌동맥류 합병증으로 사망하고, 크리스토가 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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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ING ON WATER Directed by Andrey Paounov


Christo's Rhapsody 크리스토의 광시곡(狂詩曲)


크리스토와 잔느-클로드의 프로젝트는 47건이 '미션 임파시블(Mission Impossible)'로 좌절됐으며, 23개만 현실화됐다. 2016년 크리스토는 이탈리아 롬바르디의 이세오 호수(Iseo Lake)에 잔느-클로드와 오래 전 구상했던 '떠있는 부두(The Floating Piers)'를 설치하게 된다. 불가리아 출신 안드레이 파우노프(Andrey Paounov) 감독의 다큐멘터리 '물 위를 걷다(Walking on Water)'는 이 프로젝트가 스케치에서 완성되기까지를 박진감 넘치게 포착한 영화다. 


영화는 '떠있는 부두' 공개일인 2016년 6월 18일을 향해 크리스토의 드림 프로젝트가 현실화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첫 장면은 스튜디오에서 고요하게 작업하는 크리스토의 모습을 보여준다. '떠있는 부두'를 위한 드로잉과 스프레이 작업이다. 크리스토는 사무실로 가서 조수와 이탈리아 현지의 프로젝트 팀과 비디오 대화를 나눈다. 프로젝트 현장 감독은 1991년부터 함께 일해온 크리스토의 조카 블라디미르 야바체프(Vladimir Yavachev)로 크리스토의 작가 정신, 예술혼, 열정, 꿈과 늘 상충되는 안타고니스트(antagonist)로 등장해 다큐멘터리를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Walking on Water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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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ING ON WATER Directed by Andrey Paounov


크리스토와 잔느-클로드는 1961년부터 모든 프로젝트를 철저하게 자기 자본으로 조달하며 예술가로서의 독립성을 고수했다. 위임 작업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부금이나 어느 단체의 후원금도 거부했으며, 자원봉사 역시 수락하지 않았다. 또한, 머천다이징도 금지했다. 프로젝트의 드로잉과 사진을 팔아 재정을 충당한 순수 예술가들이다. 때문에 '떠있는 부두' 역시 순탄할 수 없었다. 사사건건 조카 블라디미르와 부딪히고, 이탈리아 자그마한 마을의 시장과 정치인들, 관료주의와도 대립했다. 날씨도 때로는 그의 기대를 배반했다. 


무려 22만개의 폴리에틸렌 큐브, 부두엔 10만평방미터의 노란색 천, 진입로엔 3킬로 미터의 천이 사용됐다. '떠있는 부두'가 공개되자 시장은 관광객 수를 안전수치 이상으로 늘리면서 언론 홍보에만 혈안이 되었다. 이에 크리스토는 철거 협박을 하며 제동을 걸었다. 예술가의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이 힘을 발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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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ING ON WATER Directed by Andrey Paounov


'떠있는 부두'의 주황색 천 위로 물 위를 걷는 사람들을 상상하는 크리스토의 꿈은 아마존 정글에 오페라 하우스를 건설하려했던 피츠카랄도를 연상시킨다. 베르너 헤르조크(Werner Herzog) 감독의 '피츠카랄도(Fitzcarraldo, 1982)'에서 오페라광 클라우스 킨스키의 광끼야말로 인류 문명의 촉매였던 예술혼의 정수다. 컴퓨터 문외한인 아날로그 아티스트 크리스토는 광분해서 "이건 괴물 이야기야!" 하며 "내 방식대로 추진할꺼야!" "난 실제를 위해 살아. 진짜의 두려움과 진짜의 기쁨을 위해!"라며 소리를 지른다. 


크리스토의 황당무계했던 백일몽 프로젝트는 그의 집념과 추진력으로 현실화된다. 그의 미술은 마술이 되었고, 미치광이 예술가는 영웅으로 칭송됐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시간, 물 위를 걷는 환상은 모세가 가른 홍해의 기적에 견줄만한 크리스토프의 위대한 선물이었다. 그 선물은 16일만에 철거되었다. 유럽은 브렉시트(Brexit)로 혼란에 빠졌다. 이세오 호수에 떠있던 부두는 사라지고, 공(空)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호텔 방에서 짐을 싸는 노장 크리스토의 뒷 모습은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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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ING ON WATER Directed by Andrey Paounov


감독은 크리스토가 날계란을 먹는 장면, 조카 블라디미르가 큰 가위로 크리스토프의 속눈썹을 잘라주는 장면에서 유머와 인간미라는 양념을 추가하며, 기자 시사회에서 몰려드는 카메라맨들과 오프닝 파티에서 촬영을 요구하는 인사들과 햄을 촬영하는 게스트들을 포착하며 인간의 허영성을 꼬집는듯 하다. 대니 벤시(Danny Bensi)와 손더 주리안스(Saunder Jurriaans)의 실로폰, 베이스, 퍼커션을 사용한 오리지널 음악은 프로젝트를 둘러싼 긴장과 갈등, 해소를 강화하는데 효과적이었다. 특히 심장이 박동하는듯한 스티브 라이히(Steve Reich) 작곡의 '맥박(Pulses)'은 기대감을 증폭시킨 안성맞춤의 선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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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ING ON WATER Directed by Andrey Paounov


할리우드 극영화에는 목표가 있다. 사랑의 완성(멜로드라마, 로맨틱 코미디 등)이나 권선징악(서부극, 액션, 스릴러 등)의 해피 엔딩이다. 안드레이 파우노프 감독은 이 다큐멘터리를 '떠있는 부두' 프로젝트의 완공이라는 D-데이를 목표로 할리우드 영화처럼 끌고 간다. 하지만, 허구는 없다. 넌픽션이다. 크리스토의 광끼어린 열정이 수많은 장애를 딛고, 현실화되는 과정 자체가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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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ING ON WATER Directed by Andrey Paounov


이제 평화로운 휴식일까? 크리스토는 또 길을 떠났다. 아름다움과 기쁨을 위한 또 하나의 프로젝트를 찾아서. 이번엔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의 사막이다. 고분 프로젝트 '마스타바(Mastaba)'를 구상하는 모습이다. 손가락을 편 두 손은 크리스토가 바티칸의 시스틴 채플에서 둘러보던 미켈란젤로의 '창세기' 중 신이 아담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장면을 떠올린다. 


크리스토의 예술혼은 계속된다. 다음 프로젝트는 무엇일까? 내년 4월엔 파리의 개선문을 포장할 계획(L’Arc de Triomphe Wrapped)이다. 수십년 걸려 시행된 프로젝트, 그러나 2주 후에 철거되는 크리스토 프로젝트의 운명. 다큐멘터리로 남겨질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러닝타임 105분. 5월 17일 뉴욕 필름 포럼(Film Forum), 5월 24일 LA,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개봉, 5월 31일 워싱턴 D.C. 개봉. https://www.kinolorber.com/film/view/id/3356


WALKING ON WATER

Film Forum, NYC

Opens Friday, May 17: 12:30pm/ 2:35pm/ 4:45pm/ 7:00pm/ 9:15pm

https://filmforum.org/film/walking-on-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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