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레스토랑 위크: DB 비스트로 모던(DB Bistro Moderne)의 럭셔리 햄버거 런치
New York Restaurant Week lunch
DB 비스트로 모던(DB Bistro Moderne)
푸아그라, 트러플 첨가 DB 햄버거, 오이 가즈파초, 마들렌느의 트리오
Restaurant Week Lunch at DB Bistro Moderne, NYC
타임스퀘어와 브로드웨이 극장가 인근,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북쪽으로 두 블럭 위 44스트릿엔 하버드대 클럽, 컬럼비아대 클럽, 펜 클럽, 미 대학 동창회관과 요트 클럽, 그리고 로얄톤, 알콘귄 등 호텔이 줄지어 있다. 미동창회관들은 동문들을 위해 호텔처럼 운영한다. 하버드 클럽의 객실은 상징색인 자주빛 벽에 동문, 스포츠 팀의 사진들이 갤러리처럼 걸려 있었다. 그랜드센트럴터미널과 같은 건축가가 설계한 요트 클럽은 마호가니 목재가 우아하다.
이 거리의 프렌치 레스토랑 'DB 비스트로 모던(DB Bistro Moderne, *프랑스어이므로 정식 발음은 '모데르느')'은 프렌치 셰프 다니엘 불루(Daniel Boulud)가 미슐랭 3스타 다니엘(Daniel)로 고공행진을 하던 2001년 오픈한 캐주얼 식당이다. 오픈 직후 DB 비스트로 모던의 화제는 27달러짜리 오리지널 DB 햄버거(THE ORIGINAL db BURGER)였다. 파미산 치즈 빵 안에 등심 패디, 갈비, 푸아그라(거위간), 블랙 트러플(송로버섯)이 들어간 '로열 버거'다. 세계의 3대 진미로 꼽히는 푸아그라, 트러플, 캐비아를 첨가했으니 미국의 컴포트 푸드가 베르사이유 궁전급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DB Bistro Moderne, NYC
2019년 오리지널 DB 버거의 가격은 35달러로 올라갔다. 늦가을 트러플 시즌에 '더블 트러플'을 주문하면 DB 버거의 가격은 120달러로 껑충 뛴다. 이번 뉴욕 섬머 레스토랑 위크(7/22-8/16) 메뉴에 DB 버거가 올라가 있었다. 2코스 26달러 런치, 버거를 주문할 경우 8달러를 추가하면 된다. 이 경우 총 34달러 이므로 버거 하나($35) 가격에 애피타이저를 덤으로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오랜만에 DB 비스트로 모던으로 갔다.
이번에 알게된 사실인데, DB 비스트로 모던은 생소한 호텔 시티클럽(City Club) 빌딩 안에 자리해 있었다. 클럽이 많은 거리라서 호텔 이름도 그렇게 지었는지도 모르겠다. 입구에 바와 거울이 달린 벽과 빈티지 사진들, 계단을 올라가면 평행으로 테이블들이 있고, 더 들어가면 널찍한 다이닝 공간이 있다. 우리는 바의 라운지 테이블에 앉았는데, 웨이터들의 스테이션 옆이라 좀 시끄러웠지만, 웨이트레스가 신경을 써주어서 편리했다.
레스토랑 위크 기간 어떤 식당들은 저렴한 식재료(닭, 홍어/skate, 간단 파스타)로 조리한 메뉴를 올리며, 선택의 폭도 3가지 정도로 제한하기도 한다. 하지만, DB 비스트로 모던의 레스토랑 위크 런치 메뉴는 다양했다. 애피타지어 7종, 메인 디쉬는 9종에 달했다. 또한, 런치에서 공식적으로 제외한 디저트 메뉴도 7종이나 구비해 6달러만 추가하면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우리는 메인을 버거로 통일하고, 애피타이저는 가즈파초와 섬머 샐러드로 정했다. 그리고, 다니엘의 시그내쳐인 금방 구어낸 미니 마들렌과 치즈 한 접시를 선택했다.
A Lunch at DB Bistro Moderne, 2019 New York Restaurant Week
#오이 가즈파초 Cucumber Gazpacho
스페인 음식 가즈파초는 야채를 갈아 차게 만든 수프. 여름철의 별미로 토마토 가즈파초가 유명한데, 다니엘 불루의 버전은 오이였다. 녹색의 호수 안에 노스캐롤라이나산 찐새우와 바게트가 섬처럼 떠있으며, 진한 올리브유로 액션 페인팅을 구사한듯 하다. 오이에 청포도를 넣어 조리해 상큼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토마토의 시큼한 맛보다 상큼한 오이 가즈파초가 월등한 것을 이제 알았다.
# 섬머 샐러드 Summer Salad
녹색 상치류에 염소치즈, 구운 복숭아, 피스타치오 크럼에 체리 식초 드레싱으로 달달하며, 상큼하고, 고소한 맛이 식욕을 돋구었다. 시저 샐러드나, 그린 샐러드보다 품격있는 샐러드다.
#오리지널 DB 버거 Original DB Burger*
한국에서 롯데리아와 맥도날드 햄버거만 먹다가 미국 식당에서 햄버거를 보면 겁부터 났다. 너무 커서 질질 흘리며, 입 주변과 손에 묻히기에 딱 좋은 음식이다. 흰옷 입고 짜장면 먹을 때와 같은 불안감이 엄습한다. 어학원에서 강사가 "어떻게 치즈버거를 잘 먹는가"가 이민생활의 첫걸음이라나, 그런 식으로 설명한 적이 있었다. 미국의 자이언트 버거를 먹는데는 요령과 기술이 필요하다. 아니면, 패디만 빼서 함박 스테이크처럼 칼로 잘라 깰짝깰짝 먹는 방법도 있지만, 상대방에 매너가 아니다.
다니엘 불루의 오리지널 버거는 등심 패디에 갈비 저민 것, 푸아 그라 덩어리와 블랙 트러플까지 최고의 식재료를 조합했다. 고기의 육즙과 푸아 그라의 식감, 트러플의 향미가 어우러지며, 파미산 빵이 감칠맛을 더한다. 뉴욕대 인근 미네타 태번(Minetta Tavern)의 블랙 레이블 버거도 최고를 자부하지만, 푸아그라와 블랙트러플의 맛을 따를 재간이 없다. 하지만, 굳이 갈비찜까지 가미할 필요가 있었을까? 느끼할 수도 있었던 버거 안의 녹색 채소와 큼직한 토마토가 균형을 맞추어 주었다. 프렌치 프라이는 주름 빼고는 셰이크 섁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바삭하고, 고소했다.
#마들렌느 Freshly Baked Madeleines
메인디쉬를 가져간 후 디저트가 도착하는데 약 20분은 기다린 것 같다. 마들렌느를 굽는 시간일까? 서비스가 느려서 아쉬웠다. 마침내 흰 내프킨에 미니 마들렌느들이 슈가 파우더에 첫눈처럼 덮여서 나왔다. 방금 구워서 따뜻한 미니 마들렌느의 향긋한 내음이 코를 간질렀다. 말랑말랑한 마들렌느는 레몬향을 품으며, 상냥하게 입안에서 사르르르 녹았다. 이 사실 디저트보다는 커피 한잔과 함께 아침 식사로 완벽할 것 같았다. 침대 위에서 먹으면 더 좋을 듯. 팬 케이크를 KO 시킬만한 맛이다. 세어보니 15개 정도 되었다. 6달러 디저트로는 환상적인 딜이다.
#치즈 접시 Assiette de Fromages
프랑스 식사에서 디저트는 치즈라고. 소프트 치즈(유로파)와 하드 치즈(염소 치즈)에 콘디먼트와 견과 설탕조림이 비스킷, 빵 한조각과 함께 나왔는데 염소 치즈는 냉장고 냄새가 나서 아쉬웠다.
다니엘 불루 Daniel Boulud
2013 제임스비어드재단상 시상식에서 다니엘 불루(중앙)와 부인 캐서린 게이지.
다니엘 불루는 1955년 프랑스 리용 인근 생피에르 드샹듀이에서 태어났다. 15세에 프랑스의 견습 요리사 대회 최종 후보에 오른 후 프랑스와 덴마크를 거쳐 워싱턴 DC로 이주, 유럽 대표부의 전속 요리사로 일했다.
1986년부터 92년까지 뉴욕에서 프렌치 레스토랑 ‘르 서크(Le Cirque)’의 수석 요리사를 지내면서 1992년 제임스비어드재단상(JBFA) 뉴욕시 최우수 요리사상 수상했다. 이듬해 ‘르 서크’의 자리 이스트 65스트릿에 자신의 식당 ‘다니엘’ 오픈 후 미슐랭 3스타를 받았다.
뉴욕, 보스턴, 워싱턴 D.C. 라스베가스, 마이애미, 팜비치, 토론토, 몬트리올, 런던, 베이징, 싱가포르 등지에 진출했다. 불루는 뉴욕에만 미슐랭 3스타 다니엘(Daniel)을 비롯, DB 브라써리(DB Brasserie), 카페 불루(Café Boulud), DB 비스트로 모던(DB Bistro Moderne), 바 불루(Bar Boulud), DBGB 키친&바(DBGB Kitchen & Bar), 불루 수드(Boulud Sud) 등을 운영하고 있다.
1994 제임스비어드재단상(JBFA) 미 전역 최우수 요리사상, 2006 최우수 레스토랑 경영자상을 수상했으며, 2006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종 도뇌르 훈장 받았다.
모모푸쿠(Momofuku)의 스타 셰프 데이빗 장이 '카페 불루'에서 일했고, 한식당 단지(Danji)와 한잔(Hanjan)의 후니 김, 이스트빌리지 수길(Soogil)의 임수길씨, '크로넛' 열풍을 일으킨 도미니크 안셀이 다니엘에서 수련했다.
DB Bistro Moderne
55 West 44th St. 212-391-2400.
https://www.dbbistro.com/nyc
*2019 뉴욕 섬머 레스토랑 위크(7/22-8/16)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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