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야기 '달팽이의 별' 트라이베카 영화제 초청
우리들만의 별에서 부르는 낮은 노래
암스테르담 국제영화제 대상 수상작 '달팽이의 별'이 트라이베카 영화제 장편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 초대됐다.
시청각 복합장애자와 척추장애자의 소박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오는 18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2012 트라이베카 영화제에 초청됐다.
이승준 감독이 연출한 ‘달팽이의 별(Planet of Snail, 2011)’이 이 영화제의 장편 다큐멘터리 후보에 올라 22일부터 26일까지 맨해튼 클리어뷰시네마첼시에서 상영된다.
볼 수 없고, 들을 수도 없는 영찬씨는 조그만 아파트에서 홀로 살고 있다. 척추 장애로 키가 자라지 않은 여성 순호씨를 만나면서 둘 만의 손가락 대화와 감성으로 사랑을 교감한다. 하이테크와 패스트 푸드 시대에 낮은 목소리로 느리게 소통하는 남녀. 그들만의 자그마한 우주에서 이어가는 애틋한 사랑이 그려진다.
이승준 감독은 세상과의 소통이 차단된 영찬씨가 글쓰기를 통해 살아가던 중 척추장애 여인을 만나 ‘얼굴은 본 적 없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따뜻한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시청각 복합장애자 영찬씨와 척추장애자 순호씨의 러브 스토리.
‘울고 싶을 땐 비를 맞았다’는 고백을 통해 오감이 정상인 우리들이 늘 불평만 하고 살지 않나,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나하는 반성을 하게 만든다. 믿음, 소망, 사랑으로 살아가는 남녀의 일상이 감동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달팽이의 별'은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PBS POV ‘최고의 다큐멘터리 12위’에 선정됐다. 미 영화 전문지 ‘버라이어티(Variety)’는 “서정적이며, 아름다운 순간과 유머로 가득한 영화”, ‘인디와이어(IndieWire)’는 “조용하지만, 사랑스럽고 강렬하다”고 평했다. “소음과 시각 공해를 벗어난 순수하고 새로운 세상으로의 여행”이라는 평도 나왔다. *'달팽이의 별' 예고편은 이곳을 클릭하세요.
▶러닝타임 89분, 상영시간 4월 22일 오후 7시, 23일 오후 4시, 26일 오후 7시. 클리어뷰시네마첼시5(Clearview Cinemas Chelsea 5, 260 West 23rd St. 212-691-5519). www.tribecafilm.com.
영찬씨와 순호씨는 손가락으로 대화를 나눈다.
♣영찬씨의 단시
*“태초에 어둠과 적막이 있었다
어둠과 적막은 신과 함께 있었고
‘나’가 나타나자 ‘나’에게로 왔다”
*“가장 값진 것을 보기 위하여
잠시 눈을 감고 있는 거다
가장 참된 것을 듣기 위하여
잠시 귀를 닫고 있는 거다
가장 진실한 말을 하기 위하여
잠시 침묵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다”
*외로울 때 외롭다고 하여라
피하여 달아나지 말고 돌이켜 뛰어들지 말고 그저 외롭다고만 하여라
어둠은 짙어야 별이 빛나고 밤은 깊어야 먼동이 튼다”
*“태어나서 한 번도 별을 본 적이 없지만
한 번도 별이 있다는 것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밤에도 태양은 우리 발 아래쪽에서 불을 뿜고 있다는 것을 안다
사람의 시력이나 청력이라는 것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주의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뿐이다
때가 되면 그들은 주인에게로 돌아올 것이다”
*”지구는 승차감이 없는 기차 같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어도
아침에서 점심으로 점심에서 저녁으로 여행을 한다”
*“지금도 우주인이지
손가락 끝으로 꿈꾸는 우주인은
아무하고도 대화 못하고 혼자 고립돼 있으면
혼자 우주공간에 고립돼 있는 기분이라고 하잖아
시청각장애인들은 다 우주인 기질이 있는 것 같아”
*“사람의 눈, 귀, 가슴들은
대부분 지독한 최면에 걸려있거나
강박에 사로잡혀 있거나
자아의 깊은 늪에 빠져
세계를 전혀 모른 채로 늙어간다
그런 눈과 귀에서 자유로워지려면
나처럼 우주인이 되면 된다”
*“현실에서 보지 못한 것은 꿈 속에서도 보지 못한다
꿈 속에서도 시청각 장애인이니까”
*“답답할 때는 질주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린다
상상 속에서 마구마구 공중을 날아다니기도 하고
우주공간을 광속으로 달려보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상일 뿐이다
우주만을 읽을 게 아니라 지구의 현실을 읽어야 하는데…”
♣내 눈을 감겨주십시요
-라이너 마리아 릴케-
내 눈을 감겨 주십시오,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아 주십시오,
나는 당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을지라도
나는 당신 곁에 갈수 있습니다.
또한 입이 없어도
나는 당신에게 애원할 수 있습니다.
내 팔을 꺾어 주십시오,
나는 당신을 마음으로 더듬어 품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심장을 멈추어 주십시오,
나의 뇌가 맥박 칠 것입니다.
만일 나의 뇌에 불이라도 사른다면
나는 나의 피로써 당신을 운반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