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 산책: "붓으로 그리던 시대는 끝났다" 웨이드 가이톤@휘트니뮤지엄
컴퓨터, 스캐너와 잉크젯 프린터로 그리는 21세기 화가 웨이드 가이톤의 작품.
Untitled, 2012, Epson UntraChrome k3 inkjet on linen, 275x900cm. Photo: Sukie Park
"디지털 시대, 그림이란 무엇인가?"
WADE GUYTON OS
지금 뉴욕의 메이저 뮤지엄에선 대개 전 세대의 미술가들을 조명하고 있다.
메트로폴리탄뮤지엄은 팝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1928-87)과 르네상스 조각가 지안 로렌조 베르니니(1598-1680)의 특별전을, 구겐하임뮤지엄은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흑백 회화와 조각 등을 모았다. 뉴욕현대미술관(MoMA)는 홀로코스트를 겪은 폴란드 조각가 알리나 자폭즈니코프(1926-73)의 특별전을, 노이에 갈러리는 스위스 화가 페르디난드 호들러(1853-1918), 그리고 프릭컬렉션과 모건라이브러리는 각각 런던과 뮌헨에서 대여해온 거장들의 드로잉전을 진행 중이다.
한편, 휘트니뮤지엄은 최근 일본 출신 야요이 쿠사마 회고전을 마친 후 지난 10월 4일부터 뉴욕의 차세대 거장으로 떠오른 웨이드 가이톤(Wade Guyton, 1972- ) 회고전 ‘Wade Guyton OS’을 열고 있다. 당초 휘트니(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의 창립 목적이 ‘미국인 작가를 발굴한다’는 것에 있는 만큼 가이톤 특별전이 신선하게 주목을 끄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컴퓨터, 스캐너, 잉크젯 프린터로 알파벳과 선, 그리고 조각을 제작한다. 의도한 실수는 더 예술적이 된다. SP
이제 마흔이 된 웨이드 가이톤은 앤디 워홀 만큼이나 지금, 미술사에서 새로운 획을 긋고 있는 화가로 평가된다. 그는 붓이 아니라, 컴퓨터, 스캐너와 잉크젯 프린터로 그림을 그린다. 지금 공책에 펜으로 글씨를 쓰는 대신, 모든 것이 컴퓨터 키보드와 스마트폰의 터치톤으로 해결되는 디지털 시대의 아티스트인 셈이다. 그는 묻는 것 같다. 디지털 시대 그림이란 무엇인가?
컴퓨터 자판과 손가락 끝으로 그가 그리는 디지털 드로잉도 예술인가? 가이톤이 의도적으로 하는 실수가 가져오는 사고와 우연성이 그의 작품을 미술로 만든다. 줄(stripe)와 알파벳(주로 X와 U), 그리고 불의 이미지를 즐기는 가이톤의 작품은 마크 로츠코, 아그네스 마틴이나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회색 회화를 연상시킨다. 때로는 로이 리히텐쉬타인의 확대된 만화 같은 망점 이미지와도 유사하다.
전시 타이틀 ‘웨이드 가이톤 OS’의 OS는 컴퓨터 Operating System을 말한다. 전시는 내년 1월 13일까지 계속된다.
▶티켓 일반($18), 62세 이상, 19-25세, 학생, 18세 이하($12). 금요일 오후 6-9시 맘대로 내세요. 휴관(월•화요일). 945 Madison Ave.@75th St. 212-570-3676. www.whitney.org.
*우리는 미국 작가를 발굴한다: 휘트니뮤지엄 하이라이트
Wade Guyton OS Highlight
Untitled, 2008, Epson UntraChrome k3 inkjet on linen, 8 panels(wall), U Sculptures, mirroed stainless steel(front).
독일에서 가이톤의 전시를 기획한 휘트니의 스캇 로츠코프 큐레이터가 10월 3일 언론 프리뷰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SP
Untitled, 2008, Epson UntraChrome k3 inkjet on linen. SP
뉴욕타임스의 캐롤 보겔은 “(잭슨) 폴락은 물감을 내던졌고, (로버트) 라우셴버스는 실크스크린법을 사용했으며,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스퀴즈를 썼고, (시그마) 폴케는 화학물질을 사용했다. 웨이드는 지금은 상당히 존경할만한
전통이 된 관습적인 회화의 사고에 대항하며 작업하고 있다”고 평했다.
웨이드 가이톤의 의자와 X 시리즈. Untitled Action Scu;pture(Five Enron Chairs), 2007(front), Untitled, 2007 Epson
UntraChrome k3 inkjet on linen(wall). SP
"나는 그리거나, 미술수업을 정말 좋아하지 않았다. 난 TV 앞에 앉아 있거나, 비디오게임하는 것을 더 즐겼다.
초등학교 때 그림 숙제를 해준 것도 아버지였다. 난 그림을 그릴 인내심이 없었고, 아버지는 그것 즐겼다” -NYT 인터뷰-
모노크롬의 색면 회화는 로스코나 리히터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Untitled, 2007 Epson UntraChrome k3 inkjet on linen. SP
Guyton Close-Up
Untitled, 2007 Epson UntraChrome k3 inkjet on linen. SP
잉크젯 프린터 사용시 우연하게 나타나는 결과. 굵은 선이 마치 인물 군상처럼 보인다. (detail)
마치 들판의 사람들, 구상 회화같은 착각도 든다. 가이톤이 그려넣을 것은 아닐까? (detail)
인물 형상처럼 보인 것은 물감이 번졌거나, 린넨이 프린터에 접혀서 우연히 나타나는 결과일 뿐이다. (detail)
“난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다. 내 포토숍 기술은 초보다. 난 내 e-mail을 다운로드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NYT 인터뷰-
NYT
☞Wade Guyton
1972년 인디애나주 하몬드에서 태어나 테네시주 녹스빌의 테네시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한 후 1995년 뉴욕으로 이주했다.
휘트니뮤지엄의 인디펜던트스터디프로그램에 응시했으나 두 차례 낙방, 헌터칼리지에 입학했다 헌터 대학원에 재학 중 이스트빌리지의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으며, 첼시의 Dia에서 시큐리티 가드로도 일했다.
2004년 Dia가 문을 닫으면서 받은 해고수당으로 이스트빌리지의 스튜디오와 아파트에서 얼마간 일하지 않고도 작업했다.
쾰른의 루드비히뮤지엄, 프랑크푸르트, 리용 비엔날레, 베니스 비엔날레 프랑크푸르트 등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그의 작품은 뉴욕현대미술관(MoMA), 휘트니뮤지엄, LA현대미술관, 제네바현대미술관 등지에서 소장하고 있다.
“아티스트가 되는 것은 직업이라기 보다는 신용 사기(scam)다.”
-인터뷰 매거진-
Untitled, 2012, Epson UntraChrome k3 inkjet on linen, 275x900cm(det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