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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 피에르와 1812년의 대혜성(Natasha, Pierre & The Great Comet of 1812)'
'전쟁과 평화' 영감 무대 속의 관객, 객석 속의 배우들
 
*뮤지컬 '나타샤, 피에르와 1812년의 대혜성'이 2017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 작곡, 연출, 남녀주연상 등 12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2017 토니상 시상식은 6월 11일 열린다. <2017. 5. 2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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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h Groban in NATASHA, PIERRE & THE GREAT COMET OF 1812. Photo: Chad Batka
 
 
미국 역사, 소수계 배우진, 힙합 뮤지컬 '해밀턴(Hamilton)'이 브로드웨이에 신바람을 일으킨 후 새로운 스타일의 뮤지컬이 화제가 되고 있다.
 
톨스토이 대하소설 '전쟁과 평화'의 일부를 각색한 '나타샤, 피에르와 1812년의 대혜성(Natasha, Pierre & The Great Comet of 1812)'는 무대와 객석을 해체하며, 관객이 참여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공연,  소위 '이머시브 시어터(Immersive Theater)'로 브로드웨이에 활기를 불어넣는 중이다. 
 
관객이 극에 참가하는 피터 한트케의 클래식 '관객모독(Offending the Audience)'는 한국에서도 롱런된 인기 연극이다. 뮤지컬 '나타샤, 피에르와 1812년의 대혜성'은 무대와 객석을 '전쟁과 평화'의 배경인 1800년대 러시안 나이트클럽 세트로 만들었다. 무대에 관객이 나이트클럽 손님처럼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몇개씩 있고, 계단식 객석에도 관객이 앉아 있다. 붉은 벨벳 커튼이 쳐진 객석 인테리어에는 나폴레옹, 톨스토이 등의 초상화를 비롯, 러시아의 인물화와 풍경화들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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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대하소설 '전쟁과 평화'의 일부에서 각색한 '대혜성'은 18세기 초 러시아 나이트 클럽에서 펼쳐진다.
 
 
또한, 오케스트라가 무대 위에서 객석의 박스로 입체적으로 자리해 있으며, 배우들은 무대에서 객석의 계단, 그리고 열 사이의 플랫폼에서 춤추고, 연주하고, 노래한다. 객석 사이사이에는 테이블이, 천장에는 메트로폴리탄오페라하우스의 것과 유사한 샹들리에와 극 속에서 별처럼 빛날 전등이 달려있다. 
 
1400석의 임페리얼 시어터를 러시안 나이트클럽으로 개조(?)하며, 배우와 관객의 거리를 좁혀준 세트 디자이너 미미 리엔(Mimi Lien)의 성과다. 나이트클럽의 사이키 조명이 현란하게 눈을 자극하는 장면도 있다. 심지어는 공연 시작 전 출연진이 객석으로 깡총깡총 다가와 군만두를 던져준다. 극중에서는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달걀 셰이커를 나누어주며, 관객은 악기처럼 모두들 흔들며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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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TTAIN ASHFORD in NATASHA, PIERRE & THE GREAT COMET OF 1812. Photo: Chad Batka
 
2016년 뉴욕에서 펼쳐지는 19세기초 톨스토이 로맨스 '전쟁과 평화' 속 연인들의 이야기는 배우와 관객의 거리가 좁혀진 극장에서 화기애애하게 시작된다. 결국 러브 스토리도 사람들 사이의 '거리'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머시브 시어터는 고전적인 러브 스토리에 아늑한 세트인 셈이다. '나타샤, 피에르와 1812년의 대혜성'은 러시아 역사를 배경으로 한 엇갈린 사랑, 상투적인 러브스토리지만, 이처럼 특별한 세트에서 진행되는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신선한 체험이다. 집중도가 낮은 스마트폰 세대를 위한 팝업식 세트라고나 할까? 일방적인 무대-객석의 관습적인 뮤지컬 양식이 신세대의 흥미를 지속시킬 수 없음을 자각한 공연계의 자구책이자 유행이 되고 있는 양식이 바로 이머시브 시어터(Immersive Theater)라는 것.
 
신세대 작곡가 데이브 말로이(Dave Malloy)의 야심찬 뮤지컬 '나타샤, 피에르와 1812년의 대혜성'은 뮤지컬 '렌트'와 '해밀턴'처럼 오프브로드웨이에서 혜성처럼 나타났다. 2012년 가을 헬스키친의 오프브로드웨이 극장 '아스 노바(Ars Nova, 99석)'의 위임을 받아 세계 초연된 후 이듬해 여름 미트패킹디스트릭트의 임시 텐트 극장(199석)에서 공연되며 히트, 브로드웨이 극장가 텐트에서 2014년 여름까지 공연됐다. 이 공연을 본 친구가 추천했지만, 볼 기회를 놓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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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혜성' 플레이빌(프로그램)의 등장인물 관계                               임페리얼 시어터의 좌석표
 
'대혜성'은 2013년 오프브로드웨이 연극상인 오비상(Obie Award) 최우수 뮤지컬상을 수상하며, 서광이 비추기 시작했다.  이후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의 아메리칸 레퍼토리 시어터에서 공연되었고, 올 11월 14일 브로드웨이에 입성하며 1400석의 임페리얼 시어터로 업그레이드되기에 이른다.  그러면서, 주인공 피에르 역에 '아메리칸 아이돌'의 스타 조쉬 그로반(Josh Groban)을 캐스팅하며 티켓 판매에 가속도를 붙였다. 
 
'전쟁과 평화'는 1812년 러시아와 나폴레옹의 프랑스가 벌인 크림전쟁을 배경으로 한 대하 소설이지만, '대혜성'은 이중 70페이지에서 스토리를 가져왔다. 굳이 '전쟁과 평화'를 읽지 않았어도 지장이 없는 작품이다. 하지만, 극중 드라마 외에도 공연 내내 배우들의 즉흥을 방불케하는 돌출 공세(?)로 서스펜스가 지속된다. 부인의 조롱, 우울증으로 술에 찌들어 사는 피에르(사실은 귀족의 사생아로 돈은 많지만 열등감이 많다),  전쟁에 나간 약혼자 안드레이를 기다리다가 아나톨과 사랑에 빠진 나타샤(19세의 로맨틱한 여성), 그녀와 도피하려는 유부남 아나톨(외모는 데이빗 보위, 쾌락주의자 스타일의 바람둥이), 이 계획을 필사적으로 저지하려는 나타샤의 사촌 소냐(순진하며 충실한 친구), 계획 실패로 자살을 시도하는 나타샤, 돌아온 피에르의 친구이자 나타샤의 약혼자 안드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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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h Groban in NATASHA, PIERRE & THE GREAT COMET OF 1812. Photo: Chad Batka
 
피에르에 대역인 스캇 스트랭글랜드(Scott Stangland)의 멜란콜리하며, 철학적으로 우수에 찬 연기와 가창력이 인상적이라 조쉬 그로반이 아쉽지 않았다. 나타샤 역의 드네 벤튼(Denée Benton)은 영롱하며 로맨틱한 숙녀의 간지가 흐드러지게 표현됐다.  아코디언에 첼로가 집시풍의 러시아 사운드에 인디록의 비트가 흥겨운 '대혜성'은  작곡가 자신이 '전자 오페라(electro-pop opera)'라고 밝힌다.  레이첼 차브킨의 감각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대혜성'은 톨스토이 시대에 빨려 들어간듯한 세트, 에너지 넘치는 배우들의 향연이 특별한 체험인 뮤지컬, 아니 팝오페라. 다시 볼 기회가 생긴다면, 조명을 받고 배우들이 오가는 무대 위 객석을 택할까? 아무래도 필자는 무대 체질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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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h Groban and Denée Benton in NATASHA, PIERRE & THE GREAT COMET OF 1812. Photo: Chad Batka
 
 '나타샤, 피에르와 1812년의 대혜성(Natasha, Pierre & The Great Comet of 1812)' 줄거리
 
1812년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침공하기 직전 모스크바, 귀족 피에르는 실존에 대해 고민한다. 나타샤와 사촌 소냐가 대모 마랴 D의 집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모스크바로 온다. 나타샤는 약혼자 안드레이가 전쟁에서 귀향하기만을 기다린다. 나타샤는 대모의 조언으로 예비 시댁을 방문해 치매층 있는 볼콘스키 왕자와 그의 사악한 딸 마리를 만나 잘 보이려고 한다. 그러나, 이 만남은 엉망이 되고 만다. 
 
다음날 밤 나타샤는 퇴폐적인 모스크바 사교클럽 '오페라'에서 교활한 젊은 장교 아나톨을 만나 반한다. 아나톨의 여동생은 피에르의 아내 헬렌이다. 피에르, 아나톨, 친구 돌로코프는 술 마시다가 헬렌을 만나고, 헬렌은 남편 피에르를 조롱한다. 아나톨은 유부남이면서도 나타샤를 정복하겠다고 선언한다. 피에르는 돌로코프가 아내와 친한 걸 알게되어 결투를 신청해 죽을 뻔하다 살아난다. 한편, 아나톨은 나타샤를 유혹한다. 
 
유부남 아나톨과 약혼자가 있는 나타샤는 도피할 계획을 세운다. 나타샤는 안드레이와 파혼한다. 사촌 소냐가 이 계획을 알고, 나타샤가 인생을 망치지 않게 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대모의 등장으로 도피계획은 실패로 돌아간다. 
 
대모는 나타샤를 질타하며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피에르에게  보낸다. 피에르는 아나톨을 모스카바 밖으로 쫓아내고, 나타샤는 독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한다. 안드레이가 돌아오고, 피에르는 이 스캔달에 대해 이야기해주면서 연민을 가져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안드레이는 용서할 수 없다. 나타샤를 만난 후 피에르는 1812년 밤하늘 대혜성을 보면서 깨우치는 체험(해탈?)을 하게 된다.   
 
 
Natasha, Pierre & the Great Comet of 1812
Imperial Theatre: 249 West 45th St. 
*티켓: $59-$399, 212-239-6200 http://greatcometbroadway.com
*디지털 로터리($39): http://greatcometbroadway.com/lottery.php
*러시 티켓($39): 당일 박스오피스에서 선착순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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