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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샴페인' 볼랭저(Bollinger) 디너

@크라운 샤이(Crown S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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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랭저 디너에서 제공된 샴페인.

 

"My name is Bond, James Bond." 

"My name is Bolly, James Bolly?"

 

제임스 본드, 007 영화의 샴페인으로 널리 알려진 볼랭저(Bollinger)의 애칭은 볼리(Bolly). 엘리자베스 여왕이 즐기는 샴페인이기도 한 볼랭저 테이스팅이 최근 로어맨해튼에서 열렸다. 지난해 가을 샴페인 지방을 여행하면서 오리지널 007 와인 하우스 테탕제(Taittinger)에서는 와인 창고(Cav) 투어와 프라이빗 테이스팅까지 무료로 할 수 있었지만, 볼랭저(Bollinger)는 예약조차 받지않는 푸대접이었다. 시음회는 와인업계 종사자(배급자, 비평가 등)들만 대상으로 한다고 했다. 그래도 메종에 들러서 건물 구경도 하고, 기념품도 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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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샴페인/샹파뉴 지역 아이(Ay)에 자리한 메종 볼랭저.

 

하지만, 뉴욕에선 모든 것이 가능하다. 모두들 뉴욕으로 모이기 때문이다. 볼랭저 6종과의 디너, 그리 비싸지 않는 가격에 볼랭제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1932년 아르데코 양식으로 건축된 AIG 빌딩(70 Pine St.) 내 레스토랑 '크라운 샤이'(Crown Shy)에서 대표 메뉴와 볼랭저 6종과 곁들여 시음했다. 

 

67층짜리 이 건물은 보험회사 AIG가 한동안 소유했다가 2009년 한인 개발업체 영우 어쏘시에이츠가 매입해서 화제가 됐었다. 이후 메트로로프트, 로즈 어쏘시에이츠에 팔렸다. 2011년 1층 인테리어는 뉴욕시 랜드마크로 지정됐다. 2016년 빌딩 전체가 럭셔리 아파트로 개조됐다. 2년 전 오픈하우스 뉴욕(OHNY) 때 아르데코 투어에 참가했던 건물인데 레스토랑 '크라운 샤이' 덕분에 아르 데코 인테리어를 구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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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브리지 파크이 피어 5에서 본 로어 맨해튼. 화살표가 아르데코 빌딩(70 Pine 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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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마크로 지정된 1층 인테리어.

 

음식은 공동 테이블에서 나누어 먹는 방식이었는데, 열댓명의 참석자들 중 5인의 월스트릿 청년들이 자기들만의 대화에 몰두하는 바람에 괴이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회의하러 온 이들 같았다. 샴페인은 레귤러 병보다 두배 사이즈 '매그넘'의 맛이 더 좋다고 한다. 크라운 샤이 측은 샴페인 글래스를 플루트가 아닌 레귤러 사이즈로 제공해서 버블이 금새 날아가는 바람에 기포를 즐길 수 없어서 또한 아쉬웠다. 

 

식당으로는 요상한 이름의 '크라운 샤이'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일레븐 매디슨 파크(Eleven Madison Park) 출신 셰프 제임스 켄트(James Kent)와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 델 포스토(Del Posto)의 매니저 출신 제프 카츠(Jeff Katz)가 올 봄 오픈한 레스토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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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 샤이의 오픈 키친과 다이닝 공간.

 

 

Bollinger Champagne Dinner at Crown S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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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제공된 볼랭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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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식전빵 

올리브, 케이퍼, 안초비를 섞어 빻은 타페나드(tapenade)를 요거트에 찍어 먹는다. 빵이 브리오쉬처럼 부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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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뤼에르 치즈 튀김(Gruyere Fritter, Chili, Lime), 콜리플라워(Cauliflower, Parmigiano, Sherry)

with 볼랭저 로제 난빈티지(Bollinger Rosé, NV from Magnum)

 

그뤼에르 치즈 튀김은 스페인 도넛 츄로스나 이탈리아 디저트 카눌리 크림처럼 생겼는데, 애피타이저로 맞는 음식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파미자노 치즈와 셰리주로 버무린 콜리플라워와도 볼랭저 로제와는 잘 어우러졌다. 체리향, 딸기향에 약간의 스파이시한 맛이 입안을 자극한다. 튀김류와 잘 어우러로제 전성시대다. 색깔부터 매력적인 로제는 인스태그램에 안성맞춤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며, 로제 샴페인은 레귤러보다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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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랭저는 2008년부터 로제를 만들기 시작했다. 볼랭저 로제 난빈티지는 피노 누아(62%), 샤도네이(24%), 피노 무니에(14%)의 블렌딩이다. 볼랭저 로제는 랍스터, 연어, 맵지않은 아시안 요리, 디저트로는 타르트와도 추천된다. 따라서 나른한 오후에 스트로베리 쇼트 케이크와 곁들여도 환상적일 것 같다. 물론 온도는 10-12C로 차게 마시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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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로메인 상치 샐러드(Romaine, Green Goddess, Breadcrumbs), 배 샐러드(Grilled Pear Salad, Meredith Feta, Pistachio), 플루크 크루도(Fluke Crudo, Grapes, Celery)

with 볼랭저 제임스 본드 한정판 2011(Bollinger, James Bond Limited Edition,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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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랭저 미국 디렉터 라파엘라 폰테스(Rafaella Fontes)가 한정한 제임스 본드 2011을 선보였다.

 

바삭고소한 샐러드와 일종의 사시미 샐러드(fluke crudo)의 파트너는 할러데이 시즌을 겨냥해 출시한 제임스 본드 한정판 2011이다. 사실은 내년 4월 개봉될 007 신작(25편) 'No Time to Die'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자, 볼랭저-007의 협력 40주년을 기념하는 샴페인이기도 하다. 케이스에 하단을 누르면 자동으로 뚜껑이 열리며, 병이 일어나는 환상적인 박스 디자인이다. 볼랭저 하우스가 자리한 아이(Aÿ)의 포도원에서 수확한 피노누아 100%로 제조했으며, 7년 코크마개 병안에서 숙성된 후 세상 밖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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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문어구이(Charred Octopus, Red Rice, Morcilla), 라자니아(Lasagnette, Smoked Mozzarella, Chestnut) with 볼랭저 라 그랑 안네 2008 Bollinger, La Grande Année 2008 from Magn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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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랭 안네(great year) 2008은 볼랭저 1846년 빈티지 병에 숙성시킨 첫 와인으로 피노 누아(71%), 샤도네이(29%)의 조합이다. 볼랭저 하우스가 자리한 아이(Aÿ)와 베르제네이(Verzenay)에서 재배한 피노 누아와 우리가 지난해 가을 샴페인 여행중 묵었던 르 메닐 쉬 로제(Le Mesnil-sur-Oger)와 크라망(Cramant)에서 수확한 샤도네이를 블렌딩한 1등금 포도주로 제조했다. 황금빛 색조에 복숭아, 오렌지, 미네럴 향미가 감돌며, 입안에서 크리미한 촉감이 만족스럽다. 크라운 샤이의 문어구이는 그리스 식당 못지 않게 부드러웠다. 스캘롭, 랍스터구이, 크림소스 치킨, 혹은 햄요리와 잘 어울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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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브란지노(Branzino, Brussels Sprouts, Squash), 닭구이(Grilled Citrus Marinated Chicken, Hot Sauce)

with 볼랭저 라 그랑 안네 로제 2007 Bollinger, La Grande Année Rosé 2007 & 볼랭저 R.D. 2004(Bollinger R.D.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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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랭저 그랑 안네 로제 2007는 해산물보다는 육류와 잘 맞는다. 볼랭저는 특히 피노누아에 집중하는 편으로, 로제 2007도 피노누아(72%), 샤도네이(28%)의 블렌딩이다. 산호색에 잔디향의 아로마가 인상적으로 오리요리, 아시안 요리, 베리 종류 디저트에 추천된다. 섭씨 8-10도에 서빙하는 것이 좋다고. 

 

R.D.는'방금 분해된(Recently Disgorged)'이라는 의미로 R.D. 2004 빈티지는 피노누아(66%)와 샤도네이(34%)를 블렌딩했으며, 오크 배럴에서 발효됐다. 산뜻한 황금빛에 달착지근한 과일향과 매콤한 향이가 코를 찌른다. 그뤼에르나 콩테 치즈와 궁합이 잘 맞는다고. 실상 두 와인 모두 해산물, 육류와도 무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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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오렌지 아이스크림(Satsuma Orange Ice Cream, Honey, Toasted Marshmallow), 모듬 치즈(Selectio of Cheeses, Peach Butter, Lavash) 

with 볼랭저 라 그랑 안네 1996 Bollinger, La Grande Année 1996

 

샴페인 지역에서 1996년은 그야말로 훌륭한 빈티지. 와인 스펙테이터 차트에서 96점을 받은 해다. 볼랭저 라 그랑 안네 1996은 피노누아(70%), 샤도네이(30%)의 블렌드, 꿀향미와 사과, 망고 맛이 은은하게 퍼진다. 대개 샴페인은 무언가를 축하할 때 마시지만, 사실 각종 요리에 잘 어우러진다. 너무 매운 한식을 제외하고는. 지난번 볼프강 퍽의 레스토랑 컷(CUT)의 랑송(Lanson) 디너처럼, 애피타이저부터 샐러드, 해산물, 육류, 그리고 디저트까지 전 코스에서 즐길 수 있는 와인이다. 

 

 

007 제임스 본드와 볼랭저(Bolli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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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여왕의 무병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여왕 폐하는 하루에 칵테일 기본 4잔, 매일 밤에 잠 들기 전에는 샴페인 한잔을 마신다고 한다.

 

그 샴페인은 다름 아닌 볼랭저(Bollinger)로 알려져 있다. 007 샴페인으로도 유명한 볼랭저는 영국 왕실로부터 조달 허가증(Royal Warrant)을 받은 첫 샴페인이다. 1884년 빅토리아 여왕은 볼랭저를 조달 허가증 하사했고, 1950년 조지왕 6세가 다시 주었다. 이제까지 영국 왕실 조달 허가증을 받은 샴페인은 볼랭저 외에 크루그(Krug), 랑송(Lanson), 그리고 윈스턴 처칠이 사랑하던 폴 로저(Rol Roger) 등 8개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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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과 볼랭저의 마리아쥬

 

볼랭저와 007의 제휴는 1973년 '죽느냐, 사느냐(Live and Let Die)'부터 시작됐다. 사실은 제임스 본드가 좋아했던 샴페인은 태탕저(Taittinger)였다. 007 시리즈의 원작자 이안 플레밍(Ian Fleming)은 태탕저 열혈팬이었고, 소설에서 묘사한 제임스 본드는 태탕저를 마셨다. 숀 코네리가 분한 제임스 본드는 영화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1963)'에서 오리엔탈 익스프레스 트레인 장면에서 태탕저 블랑드블랑을 마신다. 그런데, 본드걸(타티아나 로마노바)와 악당이 함께 자리한 식사에 태탕저 샴페인에 독이 들어간다. 그후 영화 제작사 측은 클로드 태탕저를 찾아갔지만, 이후의 영화 협찬에는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랭저는 이안 플레밍의 소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에 언급된다. 영화에서는 1973년  '죽느냐, 사느냐(Live and Le Die)'에서 제임스 본드로 분한 로저 무어가 호텔 룸서비스로 볼랭저를 주문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1978년부터 당시 볼랭저의 대표 크리스티앙 비조(Christian Bizot)와 007 영화 프로듀서 알버트 브로콜리(Albert Broccoli)간의 신사협정으로 007의 볼랭저 시대가 공식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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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랭저 하우스의 기프트숍.

 

'A View to a Kill'(1985)에서 제임스 본드는 에필탑 꼭대기에서 볼랭제가 제공되는 것을 알아채리며, 'The Living Daylights'(1987)에서 본드(티모시 달튼)는 코소보 장군에게 배달되는 선물 바구니에서 샴페인을 본 후 "볼랭저 R.D. 최고야!"라고 말한다. 'Die Another Day'(2002)에서 본드(피어스 브로스난)는 북한 감옥에서 석방되면서 1961년 빈티지 볼랭저를 요청한다. 

 

그리고 'The World Is Not Enough'에서 본드(피어스 브로스난)은 본드걸과 나란히 침대에 눕는데, 옆에 볼랭저가 담긴 아이스 버킷이 있다. 'Casino Royal'(2006)에서 007(다니엘 크레이그)는 볼랭저를 주문한다. 이로써 볼랭제는 무려 14편의 본드 영화에 등장하며 '007 샴페인'으로 굳어진 것이다. 볼랭제의 애칭은 "볼리(Bo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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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9년 창립한 볼랭저의 리더들. 오른쪽 아래가 릴리 볼랭저 여사.

 

지난해 9월 말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샴페인)를 여행하면서 볼랭저 하우스에 들렀다. 샴페인의 메카 랑스(Reims)와 27킬로미터(40분) 남쪽에 자리해 있다. 영국 왕실 조달 허가증을 문패처럼 달아놓은 샴페인 하우스만 밖에서 구경하고, 여행자들에게 오픈한 선물의 집에 들렀다.  

 

숍에는 1829년 이후 볼랭저를 이끌어온 조상들 사진이 걸려있었다.  007 마케팅을 강조한 패키지와 특별판 볼랭제는 이미 매진 상태였고, 레귤러 샴페인도 3병 이상씩만 구매 가능하다. 기념품으로는 에이프런, 열쇠고리, 펜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볼랭저는 160헥타르의 포도원에서 60% 이상을 샴페인 제조에 조달하고 있다. 난빈티지 샴페인은 3년, 빈티지 샴페인은 5-8년 숙성시킨다. 그랑 안네(Grande Année(great year)/vintage)와 R.D. 샴페인은 카브/동굴 저장고에서 손으로 일일이 돌려주면서 발효숙성시킨다. https://www.champagne-bolling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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