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손하임 리바이벌 뮤지컬 '스위니 토드(Sweeney Todd)': 복수는 나의 것 ★★★
뮤지컬 '스위니 토드(Sweeney Todd)': 복수는 나의 것 ★★★
부패한 사회... 이발사, 그의 아내, 빵집 부인은 어떻게 변했나
부패한 사회, 부조리한 사회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스위니 토드는 복수심에 불타 연쇄 살인마가 됐고, 부인 루시는 미쳐버리고 말았다. 이웃집 빵가게 여인은 인육을 팔아서 이윤을 챙기는 장사꾼이 되었다. 일그러진 욕망에의 판사 터핀은 우리 시대 부패한 독재자의 모습이다. 이발사 스위니 토드에겐 면도날이 있었다. 복수는 그의 것이다. '스위니 토드'는 이들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악마성에 대해 탐구하며, 선한 사람들이 악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사회를 고발한다. 해피 엔딩의 러브 스토리, 성공담, 동화, 주크박스 뮤지컬과는 결이 다른 진지한 뮤지컬이다.
"Sweeney Todd: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 Photo: Matthew Murphy and Evan Zimmerman
뮤지컬 작곡/ 작사가 스티븐 손하임 (Stephen Sondheim, 1930-2021)은 영원하다. 2021년 손하임이 세상을 떠난 후 브로드웨이에선 '컴퍼니(Company)'와 '인투 더 우즈(Into the Woods)', 오프브로드웨이에선 '암살(Assassins)'이 공연됐다.
2023년 12월 현재는 그의 히트 뮤지컬 '스위니 토드(Sweeney Todd)'가 브로드웨이 런트-폰테인 시어터에서 리바이벌 공연 중이며, 최후의 뮤지컬 '우리 여기에 (Here We Are)'는 맨해튼 허드슨야즈의 셰드(The Shed, 9/28-1/21)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한편, 오프 브로드웨이에선 '즐겁게 우리 함께 굴러가요(Merrily We Roll Along, 허드슨시어터, 10/10-3/24)'가 공연 중이다.
1979년 브로드웨이에 초연된 '스위니 토드'는 휴 휠러(Hugh Wheeler) 원작 '스위니 토드: 플릿 스트릿의 악마 이발사(Sweeney Todd: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를 원작으로 한 호러 뮤지컬이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 시리즈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식 블랙코미디와 뮤지컬이 접목된 작품이라 연상하면 쉽다. 2007년 팀 버튼 감독, 조니 뎁과 헬레나 보냄 카터 트리오의 할리우드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런던에서 아름다운 부인, 딸과 살고 있는 평범한 이발사 벤자민 바커는 그의 아내를 호시탐탐 노리는 터핀 판사의 계략으로 누명을 쓴 채 호주로 추방당한다. 15년만에 탈옥한 그는 이름을 '스위니 토드'로 바꾸고, 고향으로 돌아가 빵집 여주인 러빗의 권유로 이발사로 복귀한다. 아내는 자살하고, 딸은 판사의 딸이 되었다는 소식에 분노한 스위니 토드는 연쇄 살인마가 되어 세상을 향해 복수를 펼치게 된다. 빵집 여주인은 시신으로 고기 파이를 만들어 팔며 사업을 성공시키는데...
"Sweeney Todd: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 Photo: Matthew Murphy and Evan Zimmerman
이발소엔 유혈이 낭자하며 빵집에선 인육 파이를 만든다는 끔찍한 스토리다. 하지만, 부패한 사회에서 평범한 이발사가 모든 것을 잃고 살인마로 변신하는 모습에 연민을 느끼게 된다. 이에 스티븐 손하임의 멜란콜리한 멜로디와 빵집 여주인 러빗의 코믹한 연기가 호러 뮤지컬에 블랙 코미디의 컬러를 입힌다.
부패한 사회, 부조리한 사회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스위니 토드는 복수심에 불타 연쇄 살인마가 됐고, 부인은 미쳐버리고 말았으며, 딸은 흑심 품은 판사가 입양했다. 이웃집 빵가게 여인은 인육을 팔아서 이윤을 챙기는 장사꾼이 되었다. 일그러진 욕망에의 판사 터핀은 우리 시대 부패한 독재자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발사 스위니 토드에겐 면도날이 있었다. 복수는 그의 것이다. '스위니 토드'는 이들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악마성에 대해 탐구하며, 선한 사람들이 악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사회를 고발한다. 해피 엔딩의 러브 스토리, 성공담, 동화, 주크박스 뮤지컬과는 결이 다른 진지한 뮤지컬이다.
공교롭게도 '스위니 토드'가 브로드웨이에 세계 초연된 때는 1979년이었고, 한국에선 그해 10월엔 10.26 사건이 발생해 독재자가 최후를 맞았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경비원들과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 경호실 간부 6인을 살해했다. 그후에 발생한 12.12 군사 쿠테타를 다룬 김성수 감독의 영화 '서울의 봄(12. 12. The Day)'이 12월 8일 뉴욕과 LA 등지에서 상영 중이다. '스위니 토드'가 44년 전 한국의 위기를 떠올린다.
12월 2일 공연 후 커튼콜에서 조쉬 그로반이 인사를 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네번째가 스위니 토드의 부인(거지 여인) 역의 루시 앤 마일스.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희생자이자 악마이기도 한 스위니 토드 역의 조쉬 그로반(Josh Groban)은 미스캐스팅인듯 하다. 그로반의 무대를 휘어잡는 가창력을 흠잡을 수 없지만, 연쇄살인 이발사 스위니 토드의 악마성을 표현하는데는 역부족이다. 그의 덥수룩한 구렛나루의 얼굴에선 에이브라함 링컨이나 병약한 예술가 혹은 철학자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조쉬 그로반은 1998년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안드레이 보첼리 대타로 셀린 디온과 듀엣으로 "The Prayer"를 부르며 스타덤에 올랐다. 가창력과 연기 실력을 갖추어 2016년엔 브로드웨이 뮤지컬 '나타샤, 피에르와 1812년의 그레이트 코멧(Natasha, Pierre & The Great Comet of 1812)'에 출연해 토니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천연덕스런 빵집 여인 러빗 부인 역의 아날레이 애쉬포드(Annaleigh Ashford)가 '스위니 토드'의 코믹한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그녀는 '고기'와 '고객'이 부족해 '런던 최악의 파이'였던 ("Worst Pies in London") 스위니 토드와 협력해 인육 파이로 빵집을 성공시킨다. 세상은 아이러니다. 세상을 가볍게 살며 적응해나가는 러빗의 제스추어, 디테일, 노래하는 스타일로 재치있고, 맛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애쉬포드는 '스위니 토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의 듀엣 "Not While I'm Around"를 조수 토비아스와 부른다. 애쉬포드는 손하임의 조르쥬 쇠라 뮤지컬 '일요일 공원에서 조지와(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와 '킹키 부츠(Kinky Boots)'에 출연했으며, '스위니 토드'로 토니상 조연여우상 후보에 올랐다.
"Sweeney Todd: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 Photo: Matthew Murphy and Evan Zimmerman
'스위니 토드'엔 두 한인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다. 중국계, 일본계 배우는 없어도 한인 배우들의 활동이 눈부시다. 한국계 루시 앤 마일스(Ruthie Ann Miles)는 2014년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 '여기 사랑이 잠들다(Here Lies Love)'에서 이멜다 마르코스 역으로 루실 로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15년 뮤지컬 '왕과 나'에서 티앙 왕비 역으로 토니상 여우조연상을 석권한
그러나, 2018년 브루클린에서 교통사고로 딸과 태아까지 잃는 비극을 겪었다. 마일스는 거지 여인이 된 스위니 토드 부인으로 등장한다. 판사에 의해 성폭행당한 후 비관해 자살을 시도했다가 미쳐버린 여인이다. 헝크러진 머리에 집시같은 차림으로 무대를 휘젓는 루시 앤 마일스는 토니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12월 2일 공연 후 커튼콜에서 런던 시민 역의 레이몬드 리(왼쪽에서 세번째).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앙상블로 구성된 런던 주민들은 그리스의 비극에서 코러스(해설)같은 역할을 한다. 노스웨스턴대 커뮤니케이션 학과 출신 레이몬드 리(Raymond Lee, 이장욱)는 2011년 스티븐 손하임 시어터에서 '애니싱 고우즈(Anything Goes)'에 출연했으며, 이듬해 7월 폐막 공연을 즈음해 출연진의 백스테이지 모습을 담은 뮤직 비디오 "당신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What Makes You Beautiful)"를 연출했다. 레이몬드 리는 '스위니 토드'에서 코믹한 터치에 액센트를 부여한다. 내년 2월부터는 '애니싱 고우즈'의 스타였던 서튼 포스터와 '스위니 토드' 무대에서 재회할 예정이다.
'스위니 토드'의 오케스트라는 26인조, 빅 밴드 규모다.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스위니 토드'는 토니상 최우수 리바이벌 뮤지컬, 남녀 주연, 여우조연, 무대, 조명, 사운드, 안무상 등 8개 후보에 올라 조명과 사운드 디자인 수상에 그쳤다. 조쉬 그로반과 아날레이 애쉬포드는 내년 1월 14일까지만 공연한다. 2월 9일부터는 '물랑 루즈'의 스타 아론 트베이트와 '애니싱 고우즈'의 스타 서튼 포스터가 12주간 합류할 예정이다.
Sweeney Todd: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
LUNT-FONTANNE THEATRE: 205 West 46th St.
https://sweeneytoddbroadway.com
*앙코르! '조지와 일요일 공원에서(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
*스티븐 손하임 작곡, 진 하, 다니엘 J. 에드워즈 출연 뮤지컬 '로드 쇼(Road Show)
*'전쟁과 평화' 원작 뮤지컬 '나타샤, 피에르와 1812년의 대혜성', 조쉬 그로만 주연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 '여기 사랑이 잠들다' 리뷰, 2013
*브로드웨이 뮤지컬 '애니싱 고우즈' 한인 배우 레이몬드 리 인터뷰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