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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박준: 소중한 선물
사람과 사막 (7) 행복의 비결
소중한 선물
Park Joon, Page, Arizona
2주 전 전화가 한통 왔다. 잘 모르는 전화번호, 그래도 받아보았다.
“찰리”란다, 누구지?? 잠시 생각끝에 생각이 났다. 달포 전에 난 접촉사고 상대방이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사고 처리 과정에서 실수를 인정하고 보험금의 인상을 우려해서 현금으로 보상해주기로 하고 3500 달러를 지불해 사고 처리가 마무리 되었다. 혹시 수리하는 과정에서 수리비가 더 나왔으니 수리비를 더 청구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겠지. 지레 짐작하고 긴장하고 있는데, 수리비가 조금 덜 나와서 나에게 500달러를 돌려 주겠단다. 순간 정말?? 진심이란다. 세상에!!
Park Joon, Shiprock, New Mexico
지난 주 아끼던 후배가 시카고에서 전화가 왔다. 주소를 확인하고, 연말카드를 보내겠단다. 몇일 뒤 카드를 받아보니 2000달러의 체크와 가족사진, 정성들여 쓴 카드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전화해서 내가 2000 달러를 왜 받아야 하는가 따져(?) 물어보았다. 예전에 내 작품을 팔아주겠다고 수점의 작품을 가져갔는데 작품은 아직 못 팔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주기 바란다고 간곡히 사정한다. 못이기는 척 받고 말았지만, 사실 후배도 지난 여름 사랑하는 아내를 천국에 먼저 보내고 많이 힘든 상황이란 걸 아는데 마음이 무거웠다. 작품들은 후배에게 기증한 것이었는데... 하지만, 기꺼이 행복한 마음으로 받기로 했다.
Park Joon, Grand Teton Mountain, Wyoming
갑자기 10여년 전 이맘 때쯤의 일이 주마등처럼 내 마음을 스친다. 1년을 저축해서 또 다시 서부로의 여정을 시작했다.12월 24일 우리는 뉴욕을 떠나 서부로 향했다. 펜실베니아 턴파이크에 들어서니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운전 부주의로 차가 미끄러졌다. 우린 죽는줄 알았는데, 절묘하게 차는 정지되었다. 차도 망가지지 않았지만 우리는 여정을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뉴욕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여보 할말이 있는것 같은데? 처가 말을 이어갔다. 우리 경비 5000달러가 남았잖아. 어디에 쓸까 고민했는데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쓸까?" 나도 동의했고, 다음날 우리는 장애인들을 돕는 단체에 4000달러를 기부하고, 1000달러는 그동안 먹고 싶었던 멋진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행복해했다.
매년 이맘때쯤 고민한다. 우린 계속 행복해지고 싶고 소박한 기부를 통해 행복을 공유하고싶다. 올해는 사랑하는 후배와 차수리비가 남았다고 돌려준 찰리, 그리고 내가 오래전 즐거웠던 일들이 하나의 아름다운 사건처럼 동화되어 꿈같은 연말을 지내고있다.
박준 Park Joon/사진작가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나 해군 제대 후 83년 암울한 정치적인 상황을 피해 뉴욕으로 이주했다. 뉴욕 포토그래픽아트센터스쿨에서 사진을 전공한 후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가 됐다. 1997년 첫번째 전시 후 카메라 들고, 캘리포니아 데스밸리만 30회 이상 촬영했으며, 7월 뉴욕에서 LA까지 크로스컨트리 여행도 10여회 하면서 ‘로드 러너’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와이와 US 버진아일랜드만 빼고 전국을 돌았다. 아웃사이더로서 미국의 역사와 역사 속의 사람들로부터 교훈을 배우기 위해 떠난다. 1년에 2번씩은 대륙여행을 하고 있다. 2005년 뉴욕타임스는 생선과 인물을 모델로 작업하는 박씨를 대서특필했다. 그에게 "사진은 찍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