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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이수임: 검으나, 희나
창가의 선인장 (150) Only in New York
검으나, 희나
Sooim Lee, Mekong River, 2024, digital painting
나는 트레이더 조(Trader Joe's)와 이케아(IKEA)를 좋아한다. 물가가 오르긴 했지만, 이케아는 디자인이 좋아서 트레이더 조는 친절하고 다양한 작은 양의 먹거리가 많아서다.
밀폐된 공간에 머무는 것을 싫어하는 남편은 이케아에 가면 빨리 일보고, 나가자고 재촉하는 신호를 남발한다. 때문에 나 혼자 가는 것을 선호한다. 여유롭게 신상품 디자인도 들여다보고 창밖 풍경을 보며 느긋하게 차도 마실 수 있다. 주말에 맨해튼 최남단에 있는 피어(Pier) 11에서 오전 11시 무료 첫배를 타고 갔다가 오후 2시 20분 배를 타고 돌아온다.
지난 번 갔을 때는 처음으로 오후 3시 50분 배를 타고 집에 왔다. 남편 도시락 병을 사서 2시 20분 배를 놓치지 않으려고 재촉하다가 병이 깨지는 바람에 눈앞에서 배를 놓쳤다. 항상 서두를 때 꼬인다. 놓친 배 뒷전을 아쉬운 듯 보다가 흘러가는 강물로 시선을 옮겼다. 사이좋게 서로 몸을 비비며 졸졸 이야기하듯 흐르는 물을 보자 배를 놓친 것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마음이 편해졌다. 며칠 전 일이 떠올랐다.
지하철 안에서 곧 떠날 서브웨이를 타려고 부지런히 뛰던 뚱뚱한 흑인 아줌마가 계단에서 다리를 헛디뎌 떨어졌다. 심하게 다쳤는지 일어나지 못했다. 나는 그녀 바로 뒤에서 계단을 내려가다 본 목격자로 아줌마를 위로하며 함께 있었다. 그녀는 내 손을 잡고 서너 번 일어서려고 시도했지만,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경찰이 와서 확인하고 앰뷸런스를 불렀다. "5분 먼저 가려다 50년 먼저 간다"는 어릴 적 학교 앞 횡단보도 포스터가 생각났다. 심한 부상이 아니기를 바란다.
이따금 오래된 치즈 냄새나는 지하철 안에서 서둘러야 하는 맨해튼 생활을 벗어나 멀리 가고 싶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봐도 뉴욕이 최고지! 하며 돌아온다. 한동안은 괜찮다가도 도지면 또 떠났다가 돌아오고를 반복한다.
과연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의 경계를 만들어 단정지을 수 있을까? 단지 내가 그렇게 판단할 뿐이다. 누군가 말했다. "아무 것도 절대적으로 희다거나 검다고 하는 것은 없다. 즉 희다고 하는 것은 검은색이 숨겨진 것을 의미하고 또한 검다고 하는 것은 때때로 너무나 흰 것이 드러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왜 난 흰색과 검은색을 굳이 밝히려고 방황하는지 모르겠다.
이수임/화가
https://sooimlee3.blogspot.com
뉴욕시에서 제법 먼 읍에서 삽니다. 치즈 냄새 비슷한 쾌쾌한 냄새도 없고 마냥 맑은 공기속에서 지내지만, 끊임없이 탈출이란 걸 머리에 두고 살아요. 사람은 행동과 생각이 늘 움직이며 옮겨다니기 때문에 한곳에 머물지가 않습니다. 집을 벗어나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심정이 탈출을 시도하고자 합니다. 이런 심리 상태를 이수임 작가는 꼭집어서 썼기에, 공감을 합니다. 시원함도 느낍니다. 마지막에 There is no place like home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하는게 더 공감합니다.
이수임 화가님 반갑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