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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의 부엌
2014.07.21 11:32

(8) 할머니 맷돌과 콩국수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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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레시피 전수받아 재래시장으로 식재료 헌팅


키친 플로스노각 콩국수와 헷둥글레 샐러드 




8박수근pa-w050-00맷돌질하는 여인_49_1.jpg 박수근, 맷돌질하는 여인, 1940년대



울에는 요즘 여름장마와 무더위가 한창이다. 여름이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별미는 콩국수가 아닐까 한다. 

어려서 시골에서 자라다 보니 가장 흔하게 먹을 수 음식이기도 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콩의 단백질과 지방질을 그대로 섭취 할 수 있어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 몸을 보호하는 최고의 건강식이라 생각된다. 할머니께서 어린 손자를 위해 손수 만들어 주신 콩국수의 맛을 기억하기 때문에 요즘 음식점에서 먹는 콩국수는 콩 맛이 덜 한 게 사실이다. 


할머니는 밤새 콩을 불려 거피하고 적당히 삶아서 맷돌에 곱게 갈았다. 맷돌 사이로 흘러나오는 콩국의 고소함은 지금의 두유보다도 훨씬 고소하고 진했다. 옛날에 할머니가 쓰시던 맷돌이 아직도 고향집에 있어서 가끔씩 볼 때마다 그때의 추억이 떠오른다. 할머니가 맷돌을 갈면 어린 손자는 곁에서 콩이 갈려 떨어지는 것을 신기하게 바라보았었다. 지금은 마트에서 콩국물을 팔기도 하기 때문에 집에서 만드는 수고를 덜지만 모든 음식이 그렇듯 시간과 정성을 들여 직접 만든 맛에는 견주지 못한다. 



8노각 (2)300.jpg  8노각콩국수 (2)350.jpg

노각(늙은 오이, 왼쪽)와 노각을 면처럼 얆게 썰어만든 노각 콩국수. Photo: Tony Yoo



이처럼 콩국수는 굉장히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연로하여 기력이 없으실 때도 더운 여름이면 식구들을 위해 콩국수를 만들어 주셨다. 하루종일 더위에 지친 한여름 시원한 콩국물에 국수 삶아 넣고, 급히 먹다 체할까 오이를 채 썰어 듬뿍 올려 주셨던 할머니의 콩국수. 할머니의 레시피를 그대로 받아 콩국수를 키친플로스(kitchen flos) 여름 메뉴에 넣었다. 


맷돌에 직접 갈지는 못하지만 할머니의 마음 그대로 좋은 콩을 불려 삶아서 믹서에 곱게 갈았다. 가끔씩 집에서는 맷돌에 갈아 보기도 하는데, 신기하게도 믹서에 가는 것보다 맷돌에 간 콩국물의 맛이 더 좋다. 콩국물은 할머니가 만드시던 그대로 최대한 진하게 만들려고 했고, 좀 더 색다른 콩국수를 만들고 싶어서 노각을 사용했다. 노각은 늙은 오이를 지칭하는데, 수분과 섬유질이 많아 갈증해소와 피로 회복에 좋은 여름철 대표 식재료이다. 노각을 면처럼 얇게 썰어서 시원한 콩국물에 넣어 새로운 스타일로 만들어 봤는데 아삭아삭한 노각의 식감과 부드러운 콩국물의 조화가 의외로 좋았다. 



8햇둥굴레 (2)300.jpg  8햇둥굴레샐러드 (2)-350.jpg

강원도 정선 5일장에서 발견한 햇둥굴레(왼쪽)와  키친플로스 메뉴에 올린 햇둥굴레 샐러드.



통 사람들이 셰프의 음식을 먹을 때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식재료 구입처이다. “도대체 어디서 구하셨어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재료가 있어요?” 등등. 요리를 업으로 삼고 계신 분들도 처음 보는 식재료 앞에서는 어린아이 같이 순수하게 묻곤 한다. 필자 역시 새로운 식재료를 만나면 마치 새로운 인연을 만난 것 같이 가슴 설렌다. 


식재료에 대한 지식만큼은 요리를 하는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 것 같다. 요리를 오래 했다고 해서 반드시 더 많은 식재료를 알고 있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나름의 노력이 필요하겠는데 아무래도 부지런히 발품 파는 방법이 최선이겠다. 요즘 일주일이면 7번 그러니까 매일 장을 보러 다닌다. 우선 아침에 필요한 장도 보지만 주말이나 지방의 장날이면 직접 가서 장을 봐온다. 이렇게 전국을 다니다 보면 익히 알고 있던 식재료에 대한 또 다른 정보나 새로운 식재료를 발견하는 재미가 좋다. 


얼마 전 강원도 정선의 5일장에서 우연히 처음 보는 식재료를 만났다. 정선 5일장은 전국 최대규모의 민속장 중 하나인데, 강원 내륙의 오지여서 자연환경이나 식재료들이 잘 보존되어있는 지역이다. 정선에서 만난 식재료는 햇둥굴레인데, 보통은 말려서 차로 끓여 먹는 둥굴레를 말리기 전 땅에서 캐낸 그대로의 햇둥굴레를 보았다. 우선 처음 보는 재료여서 신기하기도 했지만 그 맛이 더 매력적이었다. 보통의 뿌리채소는 쓴맛이 강하기 마련인데, 자연의 단맛과 둥굴레의 구수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맛을 본 순간 샐러드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서울로 가져와 바로 메뉴로 만들어 보았다. 그래서 만들어진 메뉴가 햇둥굴레 샐러드다. http://kitchenflos.com




tonyYoo150.jpg 

Tony Yoo 유현수 

키친클로스(kitchen flos, Seoul) 셰프

주영한국대사관 총괄셰프​​ (London, UK)

Executive Chef of Embassy of the Republic of Korea​​ (London, UK)

한국 슬로푸드협회 정책위원​

D6 (전)총괄셰프(Contemporary Local Korean Cuisine)

Executive Chef of Restaurant D6 (Seoul, Korea)

Aqua Restaurant (Michelin Guide Two Stars) (San Francisco, California​)


http://www.cheftonyyoo.com

http://kitchenfl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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