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327 댓글 3

The Great Food Obsession <8> Composer Rossini's Recipes 

 

'세빌리아의 이발사' 로시니 37세 은퇴, 미식가로 제 2의 인생

트러플, 푸아그라 첨가 레시피 'alla Rossini' 무수히 개발

 

0001rossini.jpg

세계 최초의 유명인사 작곡가, 조아키노 로시니/ 로시니가 개발한 로시니 칵테일/ 로시니 디저트/ 투르네도 로시니.

 

작곡가 로시니는 평생 세번 울었다고 고백했다.  

첫번째는 오페라 '탄크레디(Tancredi)'가 개막 공연에서 실패했을 때,  

두번째는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으면서, 

그리고, 세번째는 레이크 코모에서 보트 놀이를 하던 중 트러플로 채운 칠면조가 강물에 빠졌을 때였다고 한다.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조아키노 로시니(Gioachino Antonio Rossini, 1792-1868)는 참으로 멋진 인생을 살았다. 트럼펫 연주자 아버지와 성악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로시니는 음악 신동이었다. 12살 때 '6곡의 현을 위한 소나타'를 작곡했으며, 14살엔 첫 오페라 '디메트리오와 폴리비오'(Demetrio e Polibio)를 썼다. 그리고,18살 때는 베니스에서 오페라 '결혼보증서(La cambiale di matrimonio)'로 공식 데뷔했다. 이후 '세빌리아의 이발사(Il barbiere di Siviglia)' '신데렐라(La Cenerentola)' '알제리의 이탈리아인(L'italiana in Algeri) '라 체네렌톨라/신데렐라(La Cenerentola)' '오리 백작(Le Comte Ory)' '세미라미데(Semiramide)' '윌리엄 텔/빌헬름 텔/기욤 텔(Guillaume Tell)'등 39편을 작곡하며 돈방석 위에 앉았다.  

 

*Gioachino Rossini - 'William Tell' Overture (1829)

https://youtu.be/D5LVM_lIXqY

 

000met1.jpg

메트오페라에서 공연된 로시니 작곡 '세빌리아의 이발사'(2017)/ '신데렐라(라 체네렌톨라, 2015)' Photo: The Metropolitan Opera

 

로시니는 도니제티, 벨리니, 베르디, 푸치니로 이어지는 이탈리아 낭만파 오페라의 선구자였다. 특히 벨리니와 함께 벨칸토(Bel Canto, 아름답게 노래하는 가창법) 오페라의 대가였다. 로시니는 유명인사가 된 최초의 작곡가였다. 1822년 로시니가 프랑스를 공식 방문하자 언론은 그를 따라 다니며 일거수일투족을 밀착 취재했다.

 

로시니는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보다 더 인기를 누렸다. 1822년 로시니는 비엔나(비인)을 방문해서 '신데렐라'를 지휘하기도 했다. 이때 베토벤을 만났다. 베토벤은 당시 청력을 완전히 상실해서 통역을 통해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괴퍅한 성격의 베토벤은 "아, 로시니씨 당신이 바로 '세빌리아의 이발사' 작곡가이군요, 축하드립니다. 이탈리아 오페라가 계속되는 한 지속적으로 공연될 오페라인듯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희가극만 쓰세요. 다른 장르의 오페라는 당신의 스타일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라고 충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베토벤은 젊은 로시니의 인기를 질투한듯 하다. 로시니가 무려 39편의 오페라를 작곡한 반면, 베토벤은 딱 한편, '피델리오(Fidelio)'를 썼다. 

 

 

000Gioachino_Rossini_-_Guillaume_Tell.jpg

George IV (left) greeting Rossini at the Brighton Pavilion, 1823/ Gioachino Rossini, Guillaume Tell by Charles-Abraham Chasselat, 1829

 

이처럼 돈과 명예를 거머쥐었던 로시니는 1829년 한창이던 37세에 갑자기 은퇴했다. 박수칠 때 떠나는 로시니의 '위대한 포기' 선언은 미스테리였다. 독일 시인 하이네는 로시니의 은퇴를 '셰익스피어의 절필'(*셰익스피어는 1613년 49세에 은퇴했다)에 비유했다. 건강 때문이었을까? 더 이상 벨칸토 오페라가 사양길에 들어섰기 때문일까? 가장 신빙성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로시니가 음악 대신 음식으로의 여정을 시작하기 위해서였다는 설이다. 로시니의 인생 2장의 배경은 파리, 프리마 돈나는 두번째 부인이 될 올랭프 펠리시에로(Olympe Pélissier)가 등장한다.

 

로시니는 1822년 자신의 오페라에서 주연을 맡았던 스페인 출신 소프라노 이사벨라 콜브란과 결혼했다. 7살 연상의 재산이 많은 프리마 돈나로 나폴리의 테아트로 디 산 카를로 극장의 스타였다. 로시니와 콜브란 콤비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오텔로' '아르미다' 등에 연달아 협업했다. 콜브란은 1824년 '젤미라' 공연에 실패한 후 42세의 나이에 은퇴하게 된다. 

 

 

000wife.jpg

로시니의 첫 부인 소프라노 이사벨라 콜브란, 1822/ 호레이스 베르네가 그린 두번째 부인, 모델 올랭프 펠리시에 

 

1824년 로시니는 프랑스왕 샤를 10세가 제안한 파리의 이탈리아 코미디 극장(Comédie-Italienne) 감독으로 부임했다. 1829년 역작 '윌리엄 텔/빌헬름 텔/기욤 텔'을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린 후 은퇴를 선언했다. 부인 콜브란과의 관계는 1837년 로시니가 파리의 매춘부 올랭프와 사랑에 빠지며 파경에 이르게 된다. 1845년 이사벨라가 죽자 로시니는 바로 펠리시에와 재혼했고, 파리의 유명인사로 예술인들과 교류했다. 소설가 발자크가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매춘부"라고 말했던 미모의 여인이었다. 발자크와 작곡가 벨리니는 올랭프의 한때 애인이기도 했다. 

 

재혼 후 로시니는 매주 토요일 집에 친구들을 초대해 음악과 요리가 있는 파티를 성대하게 열었다. 슈만과 클라라 부부, 리스트, 생상, 베르디 등 음악가는 물론 소설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도 로시니 집으로 갔다. 

 

프랑스 언론은 로시니와 음악, 음식 이야기를 화제로 올렸다. 프랑스 대극장에서 '윌리엄 텔'을 초연했을 때 파리의 요리사들은 미식가 로시니를 위해 사과 타르트에 설탕을 입힌 화살로 장식해 제공했다. 윌리엄 텔의 사과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한 친구는 로시니와 내기에서 지자 트러플로 채워진 칠면조 몇마리로 갚아야 했다. 그 친구는 좋은 트러플 철이 아니라며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로시니는 "안돼, 안돼! 트러플로 채우지 않은 칠면조를 내놓는 것은 거짓말이야"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프렌치 요리를 고급화하는데 기여한 당대 최고의 셰프 마리 앙트완 카렘(Marie-Antoine Carême, 1784-1833)은 로시니의 절친한 친구였다. 카렘은 로시니에게 정기적으로 음식을 만들어 보냈고, 로시니는 그를 위해 짧은 아리아를 작곡해 보답했다. 로시니는 카렘을 "이 세상에 나를 이해한 유일한 사람"이라면서 미국 여행은 카렘이 동반해야만 갈 수 있다고 고집했다. 

 

로시니는 식감이 뛰어난 식탐이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레시피를 고안했다. 그의 레시피는 alla Rossini(to Rossini)로 전해진다. 대부분의 로시니 레시피엔 세계 3대 진미 중 캐비아를 제외한 트러플과 푸아그라가 무진장 쓰인다. 비싼 식재료를 써서 맛을 내는 것이 집요하면서도 데카당트하다.  

 

 

000db+burger.jpg

다니엘 불루의 레스토랑 DB 비스트로 모던의 DB 버거엔 로시니가 집착했던 푸아그라(리버카페, 위)와 트러플(블랙, Eataly display)가 들어간다. 

 

가장 유명한 로시니의 조리법이 투르네도 알라 로시니(Tournedos alla Rossini). 세계 3대 진미 푸아그라(거위 간), 트러플(송로버섯), 캐비아(철갑상어알) 중 푸아그라와 트러플을 넣은 필레미뇽 스테이크다. ‘투르네도스 로시니’ 레시피는 파리에서 탄생했다. 파리의 유명 레스토랑 ‘카페 앙글레즈’에는 전설적인 요리사 아돌프 뒤글레레(Adolphe Dugléré)가 있었다. 이 식당에 자주 드나들던 작곡가 로시니는 아돌프를 '키친의 모차르트'라고 불렀다.

 

어느 날 로시니는 뒤글레레가 자기 바로 코 앞에서 스테이크 요리를 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뒤글레레는 이에 반발했고, 로시니는 ‘그러면, 딴 데 가서 해. 뒤로 돌아서서.(Et bien, faites-le tourney de l’autre cote, tournez-moi le dos/All right, Do it somewhere else. Turn your back on me!)’이라고 명령해서 ‘Tournedos Rossini’라고 붙여졌다고 한다.

 

뉴욕의 미슐랭 3스타 셰프 다니엘 불루(Daniel Boulud)의 레스토랑 DB Bistro Modern의 DB 버거($29)엔 블랙 트러플과 푸아그라가 들어간다. 아마도 로시니의 레시피에서 영감을 얻은듯 하다.

 

*DB 비스트로 모던의 럭셔리 햄버거(트러플, 푸아그라) 런치

 

 

로시니 레시피 하이라이트 Recipes alla Rossini

 

000rossini-resipes.jpg

작곡가가 아니었다면, 요리사가 되었을지도... 조아키노 로시니/ 트러플과 푸아그라가 필수인 투르네도 로시니/ 딸기로 만든 로시니 마티니

 

#1 로시니 칵테일 Rossini Cocktail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 프로세코(와 흰 복숭아 즙을 혼합하는 베니스 스타일 벨리니(Bellini)와는 달리 로시니 칵테일은 절반을 자른 딸기 16개에 설탕 2 큰술을 섞어 1시간 동안 재워 두었다가 딸기 퓨레를 글래스에 넣고, 프로세코를 부어 낸다.   

 

#2 로시니 벨루테 Veloute Rossini 

치킨 수프에 크림과 푸아그라(거위 간) 버터 7온스를 추가한다. 

 

#3 로시니 리조토 Risotto alla Rossini 

기본 리조토에 샴페인, 푸아그라, 양념한 쇠고기 혀를 추가한다. 

 

#4 로시니 도버 솔 Filet of Sole alla Rossini

가자미과 생선 도버 솔(Dover Sole)에 푸아그라 한 조각으로 감싸고, 반은 샬롯, 반쪽은 트러플을 올린 후 호일로 싸서 조리한다. 

 

#5 로시니 카넬로니 Canneloni alla Rossini

푸아그라와 트러플이 들어가지 않는 송아지 고기 레시피. 송아지 고기를 와인, 마늘, 양파, 버터, 로즈마리를 넣고 조린 후 갈아서 달걀 노른자, 크림, 리코타, 파미잔 치즈 가루, 계피, 시금치 삶은 것과 섞은 후 카넬로니(튜브형 파스타)에 넣는다. 토마토 소스에 조리한 후 베샤멜 소스(béchamel sauce, 밀가루, 우유, 버터 혼합 소스)와 파미잔 치즈를 뿌려 낸다.   

 

#6 로시니 스터프 칠면조 Stuffed Turkey Rossini

트러플, 베이컨과 마데이라(Madeira, 포르투갈 와인)으로 속을 만들어 칠면조 안에 넣고, 라드(돼지 기름)를 발라 팔다리를 묶어 굽는다. 

 

#7 로시니 투르네도 Tournedos alla Rossini 

필레미뇽 스테이크를 버터를 발라 구운 후 푸아그라와 트러플을 얹고, 송아지 육수, 마데이라, 다진 트러플과 버터로 만든 소스를 끼얹는다. 

 

#8 로시니 쿠페 Coupe Rossini 

쿠페는 프랑스어로 컵으로 유리잔에 담겨지는 로시니 스타일 디저트다. 레이디핑거 쿠기 위에 딸기 쿨리(설탕+레몬주스)와 딸기 저민 것을 올린 후 마스카르포네 크림(마스카르포네 치즈+크림+설탕), 블루베리, 블랙베리, 라스베리를 얹은 후 딸기 소베트 한 스쿱을 올려서 낸다.   

 

 

*세계 3대 진미 <1> 캐비아(철갑상어 알)

*세계 3대 진미 <2> 트러플(송로버섯)

*세계 3대 진미 <3> 푸아그라(거위 간)

 

 

profile
© NYCultureBeat.com | Big Apple, Small Bites: Across the City

All rights reserved. Any stories of this site may be used for your personal, non-commercial use. You agree not to modify, reproduce, retransmit, distribute, disseminate, sell, publish, broadcast or circulate any material without the written permission of NYCultureBeat.com.

?
  • sukie 2021.02.08 22:48
    로시니를 소상하게 소개해 주셔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흔히들 의식주가 사는데 삼대요소라고 하지만 작곡가 로시니는 요리에 살고 요리를 사랑한 미식가였네요. 37세에 음악을 벗어버리고 은퇴를 해서 나머지 인생을 요리에 바친 것을 보면 요리광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겠습니다. 이조 11대 임금인 중종 때 궁중요리사 "대장금"이 거위 간요리를 빼어나게 맛있게해서 중종의 총애를 받았다고 합니다. 양념이 로시니가 사용했던 것보다 훨신 다양했으리라 생각됩니다. 거위 간 요리는 동서고금에서도 품위있고 맛있는 요리로 진상하나 봅니다. 로시니가 궁중요리사로 불려가지 않은 게 이상합니다.
    -Elaine-
  • 김종철 2022.10.25 13:10
    자세하고 깊이 있는 로시니의 요리 이야기
    재밌게 읽었습니다
  • sukie 2022.10.25 20:38
    로시니 이야기 재밌게 읽으셔서 저도 기쁩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