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257 댓글 0

The Great Food Obsession <19> 잭슨 폴락의 키친 

Between Painting and Baking 

'Dinner with Jackson Pollock'

 

0000jpbook.jpg

Dinner-with-Jackson-Pollock/ Jackson Pollock, 1949  http://www.assouline.com

 

'천재 화가'이자 '악동(Bad Boy)'이었던 잭슨 폴락(Jackson Pollock, 1912-1956). 

 

담배를 물고 캔버스 위로 물감을 뿌리며 추상표현주의를 창조한 화가, 알콜중독에 골초, 싸움꾼이자 플레이보이며, 정신치료를 받았던 남자. 부엌에서 빵 굽고, 정원 가꾸고, 몬탁에서 조개잡이 하는 폴락을 상상할 수 있을까?

 

잭슨 폴락은 예민한 남자였다. 그는 요리를 좋아했다. 특히 빵과 과자를 굽는 것을 즐겼다. 그뿐만 아니라 정원사로 가든을 가꾸며, 친구들과 낚시와 조개잡이하러 다녔고, 종종 친구들을 불러 집에서 디너파티 열었다. 폴락이 만든 애플 파이는 어부 박람회에서 1등을 차지한 적도 있다. 

 

 

book0.jpg

'Dinner with Jackson Pollock'

 

2015년 출간된 요리책 '잭슨 폴락과의 디너: 미술과 자연(Dinner with Jackson Pollock: Recipes, Art & Nature)'은 그가 메모지에 기록해놓은 애피타이저, 메인디시, 사이드디시, 빵, 디저트까지 잭슨 폴락의 레시피 50여 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호주 출신 뉴욕 사진가 로빈 리아(Robyn Lea)는 2011년 이스트햄턴 인근 스프링스의 잭슨폴락-리 크래스너 하우스&스튜디오를 방문했다. 이후 몇차례 키친의 프라이팬, 냄비 등까지 꼼꼼하게 찍었다. 폴락의 키친은 프랑스제 르 크루세(Le Creuset) 팟과 헝가리 출신 디자이너 에바 자이셀(Eva Zeisel) 식기 등 고급 주방용품을 갖추고 있었다. 폴락 부부는 미식가였던 것이다. 

 

 

pollock4.jpg

 

pollock3.jpg

2014년 폴락-크래스너 하우스를 방문했을 때 키친에서 물고기를 일본식 판화기법으로 제작해 벽에 걸린 작품을 보았다. 폴락은 이 생선을 어떻게 요리했을까, 폴락과 크래스너는 무얼 먹고 살았을까?가 궁금해졌다. 

 

 

로빈 리아는 폴락-크래스너 하우스 & 스터디 센터의 헬렌 해리슨 디렉터에게 레시피 자료가 있는지를 물었고, 감자 팬케이크, 레몬 푸딩, 빵 등 16가지의 친필 레시피를 보유하고 있다는 응답을 받았다. 

 

이후 조사를 더 하면서 레시피 책 안에서 1942년부터 모은 뉴욕타임스 레시피 화일 주머니 안에서도 폴락-크래스너가 쓰던 레시피를 찾아냈다. 그리고, 어머니 스텔라의 캘리포니아 집으로 가서 증손녀들로부터 레시피를 받았다. 스텔라 폴락 여사에겐 디저트만 무려 90개 이상의 레시피가 있었다. 리서치로 레시피가 50여개 이상 모아졌다. 

 

로빈 리아는 폴락-크래스너의 레시피로 '잭슨 폴락' 디너 파티를 열었다. 그리고,  이스트햄턴 레스토랑 1170 하우스(1770 House)의 셰프 마이클 로찌(Michael Rozzi)에게 의뢰해 폴락-크래스너 레시피로 음식을 만들어 화보를 촬영했다. 2년 반의 결과물이 올 4월 아술린(Assouline) 출판사에서 레시피와 사진으로 엮은 요리책으로 나왔다. '잭슨 폴락과의 디너'는 요절한 천재화가의 센스티브한 면을 보여준다. 그는 요리사이자 정원사이며, 낚시꾼이기도 했다. 사람은 한 가지로만 평가될 수 없는 것.

 

 

pollock6.jpg

잭슨 폴락과 요리 달인이었던 어머니 스텔라 잭슨 여사, 그리고 부인 리 크래스너가 부엌에 모였다. 

 

책에 수록된 대부분의 친필 레시피는 폴락 가족으로부터, 요리를 즐기는 화가 친구들에게서 배운 것이다. 폴락의 엄마 스텔라 폴락, 형수 아를로이 맥코이, 스승이었던 화가 토마스 하트 벤튼의 부인 리타 벤튼(Rita Benton), 화가 윌렘 드 쿠닝의 부인인 화가 엘레인 드 쿠닝(Elaine de Kooning), 사진작가 한스 나무스(Hans Namuth), 알폰소 오쏘리오(Alfonso Ossorio), 작가 준 플랫(June Platt) 등에게서 가져왔다.  그래서 소개된 조리법 종류도 미국, 프랑스, 이탈리안, 유대인 요리 등 다양하다.

 

 

폴락은 자신의 정신치료사 사무실에서 가져온 메모지 위에, 편지봉투, 쪼가리 종이에 레시피를 썼다. 놀라운 것은 레시피의 재료와 방법이 명확하게 기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부인 리 크래스너의 레시피는 친구의 디너파티에서 적은듯 서두른 흔적이 보인다. 폴락은 특히 자신의 방식대로 빵과 파이굽는 레시피를 선호했다. 폴락의 레시피 북에는 호밀빵과 화이트 브레드, 그리고 피셔맨즈 페어(Fisherman's Fair)에서 1위를 차지한 애플 파이 레시피도 소개하고 있다. 

 

 

johnnycake.jpg

'Dinner with Jackson Pollock'

 

대공황기 잭슨은 형 찰스와 모델 포드 자동차(Model T)를 타고 캘리포니아까지 대륙횡단 여행을 했다. 무일푼이었던 이들이 그 여행에서 종종 먹은 것이 조니케이크(Johnnycake)다. 조니 케이크는 팬케이크처럼 납작한 옥수수빵이다. 원래 아메리칸인디언들의 음식으로 '노이킥(noekhick)'이라 불리웠다. 원래 미 개척자들이 배낭에 넣어갖고 다녔으며, 남북전쟁 때 남부군들이 주로 먹던 빵(우리의 주먹밥 연상)으로 조니케이크로 바뀌었다. 호케이크(hoecake)로 불리우기도 한다. 

 

가장 유명한 레시피는 돼지고기와 버섯을 넣은 스파게티 소스와 블루베리 블린츠(blueberry blintzes). 깡통 체리로 만든 '체리 업사이드다운 케이크(cherry upside down cake)', 러시안 드레싱 배 샐러드, 콘브레드, 랍스터 스튜, 메이플 시럽 콘밀 팬케이크과 베이컨, 미트로프, 롱아일랜드 클램파이, 오니온 수프 등도 소개됐다. 

 

 

book3.jpg

'Dinner with Jackson Pollock'

 

 

잭슨 폴락의 액션 페인팅, 추상표현주의 작품이 우연인 것 같지만, 레시피를 철저하게 따르는 것을 볼 때 결코 우연이 아니라 리듬과 테크닉이 계산된 것임을 추측할 수 있다. 특히 제과류의 레시피는 측량이 정교해야 한다. 

 

그는 아버지 를로이 폴락처럼 자연을 사랑했고, 그가 기르던 정원의 야채에 대한 열정이 강했다. 잭슨 폴락의 부모는 캘리포니아 치코에 18에이커에 달하는 농장을 갖고 있었다. 피닉스로 이주한 후 아버지 를로이 폴락은 채소와 닭을 길렀고, 어머니는 기른 채소로 요리를 했다. 아버지 잭슨은 지역 박람회에서 수박을 상을 탄 적도 있다. 

 

잭슨은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집 농장에서 암탉이 나은 계란을 모으는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알콜 중독이었던 아버지는 잭슨이 8살 때 가정을 버렸다. 막내였던 잭슨은 애정결핍에 시달렸고, 큰 형 찰스를 아버지처럼 따랐다.

 

 

book4.jpg

'Dinner with Jackson Pollock'

 

폴락이 요리에 눈을 뜨게 된 것은 18살 때 화가였던 형 찰스를 따라 뉴욕에서 와서 처음 스파게티의 맛을 보면서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스승의 영향도 있었다. 아트스튜던트리그에서 폴락을 가르쳤던 화가 토마스 하트 벤튼(Thomas Hart Benton)은 베이비시터이기도 했던 폴락을 부자들의 휴양지 마사즈 비니야드(Martha’s Vineyard)에 초대했다. 그리고, 부인 리타가 로컬 해산물로 조리한 환상적인 요리를 맛보였다. 유명한 돼지고기와 버섯을 쓴 스파게티 소스 레시피는 바로 리타 벤튼에게서 배운 것이다.

 

1945년 빈털털이였던 폴락은 리 크래스너와 맨해튼 교회에서 하객없이 결혼한 후 이스트햄턴 인근 스프링스로 이주한다. 1.56에이커의 부지에 나무로 만든 집을 5000달러에 매입했다. 후원자 페기 구겐하임에게서 2000달러를 빌리고, 은행에서 모기지를 받아 샀다. 폴락은 비록 고군분투하는 화가였지만, 스승 벤튼과 같은 라이프 스타일을 꿈꾸고 있었다. 그러나, 스승보다 더 유명한 화가로 남았다.

 

 

pollock11.jpg

이스트햄턴 인근 스프링스의 폴락-크래스너 하우스

 

pollock8.jpg

폴락-크래스너 하우스의 스튜디오

 

롱아일랜드 스프링스에 정착한 폴락은 정원 가꾸고, 아카보낙 하버에서 조개잡이를 즐겼다. 또한, 자신이 재배한 가지(eggplants)는 친구들에게 마치 보석처럼 보여주었다고 한다. 폴락은 가지의 색깔에 대해 상당한 집착을 보였다. 어느 날 친구 테드 드래곤에게 가지를 보여줄 때, 침을 묻혀서 가지를 반들반들하게 닦으면서 "이게 진짜 색깔이라구" 말했다는 일화도 나온다.

 

폴락과 크래스너는 로컬의 풍부한 재료로 요리를 했다. 햄턴에선 싱싱한 물고기는 물론, 롱아일랜드 오리, 양고기, 감자, 버섯, 상치, 브러쎌 스프라우트, 호박, 사과, 복숭아, 딸기, 크랜베리, 라스베리, 포도, 자두 등을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스테이크는 이스트 햄턴의 드리센(Dreesen’s) 정육점에서 사왔으며, 우유와 버터, 그리고 닭과 터키는 free-range를 농장에서 사왔다. 당시엔 이스트햄턴의 올드 훅 윈드밀(Old Hook Windmill)에서 밀, 호밀, 옥수수를 빻아서 집에서 빵을 구울 수 있었다고 한다. 동네에선 딸기, 조개 등 우수 식재료 콘테스트와 요리 선발대회도 열었다.

 

 

book1.jpg

Jpollock13.jpg

'Dinner with Jackson Pollock'

 

폴락은 아샤와그 홀(Ashawagh Hall)의 연례 어부 박람회(Fisherman’s Fair)에 나가 애플 파이 조리법으로 1등상을 받았다. 폴락은 시큼한 그래니 애플(granny smith)을 썼거, 친구 조세핀 리틀에게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당시 햄턴 주민들은 디너 파티를 열면서 서로 식재료와 레시피를 교환했다. 

 

폴락은 식도락가였던 화가 친구 존 리틀과 수영을 하거나 고기를 잡으러 다녔다. 덕 크릭 농장(Duck Creek Farm) 근처에서 살던 존과 조세핀 리틀 부부는 정원에 복숭아, 아루귤라, 머스타드 그린, 베이질을 길렀으며, 청포도잼과 와인도 만들었다. 또, 버터와 밤을 넣은 아티초크를 식탁에 올리기도 했다. 리틀 부부는 또한 터키와 닭을 길러 폴락-크래스너 커플과 함께 요리를 하곤 했다. 이들은 그레이프프룻에 머스타드 그린, 마늘 식초로 버무린 샐러드, 혹은 로크포르 치즈와 호두를 부스려 올린 엔다이브 샐러드를 즐겼다.

 

 

friends.jpg

1952년 여름 롱아일랜드 비치에서. 잭슨 폴락, 클레멘트 그린버그(뉴욕타임스 비평가), 화가 헬렌 프랭켄탈러, 리 크래스너.  

 

폴락과 크래스너 부부는 화가 친구들, 아트 컬렉터들을 모아 디너 파티를 열었다. 술을 좋아했던 폴락의 해장방법은 무엇이엇을까? 소금 목욕, 콩 위주 식단, 브러셀 스프라우트 주스, 민들레 주스, 생야채 점심과 조리된 야채 저녁식사로 채식주의 식단을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바람둥이였던 폴락은 1956년 8월 음주운전 중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 그의 나이 44세. 홀로 남은 리 크래스너는 햄턴에서 작업하면서 남편의 작품을 관리했다. 또한, 친구들을 초대해 요리를 해주면서 여생을 보냈다.

 

*천재 화가와 두 여인 <1> '미국의 반 고흐' 잭슨 폴락

*천재 화가와 두 여인 <2> 큐비즘을 버리고 폴락을 흡수한 리 크래스너

*천재 화가와 두 여인 <3> '뉴욕 화단의 팜므 파탈' 루스 클리그만  

*천재화가와 두 여인 <4> 폴락-크래스너 하우스 

 

 

profile
© NYCultureBeat.com | Big Apple, Small Bites: Across the City

All rights reserved. Any stories of this site may be used for your personal, non-commercial use. You agree not to modify, reproduce, retransmit, distribute, disseminate, sell, publish, broadcast or circulate any material without the written permission of NYCultureBea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