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함께 볼만한 무성영화 '아티스트(The Artist)'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5관왕
'추락하는 무성영화 시대의 스타'와 '떠오르는 유성영화의 신데렐라' 간의 사랑과 구원, 그리고 충직한 운전사와 견공까지 영화와 인간에 대한 경배와 따뜻한 시선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뒤자르댕과 베조의 진실된 연기, 운전사 제임스 크롬웰과 잭 러셀종의 애견 어기(Uggie)의 감초 연기까지 겨울날의 동화처럼 달콤하게 여운을 남긴다.
아르헨티나 출신 배우 베레니스 베조가 프랑스 출신 남편인 감독 미셸 아자나비시우스에게 영화의
아이디어를 주었다고 한다. 그녀가 환상에 잠기는 명 장면을 지켜보시라. Photo: Weinstein Company
1927년 할리우드, 무성영화 시대의 스타 조지 발렌틴(장 뒤자르댕 분)은 출연작마다 흥행에 성공하며 수퍼 스타가 된다. 어느 날 영화 시사회에서 엑스트라였던 열혈팬 페피 밀러(베레니스 베조 분)와 부딪히는데, 그만 이 사진이 찍혀 버라이어티지에 'Who's That Girl'로 대서특필된다. 영화기술이 진보하면서 유성영화 시대가 왔다.
'Garbo Talks!'. 무성영화만 고집하던 ‘아티스트’ 조지는 대공황까지 겹쳐 파산지경에 이른다. 아내도 떠나고, 운전사도 떠나고, 애견만이 그의 곁을 충실하게 지킨다. 한편 페피는 조지가 얼굴에 점을 찍어준 후 출연한 유성영화로 스타덤에 오른다. 페피는 우울증으로 자살을 꿈꾸는 조지를 남몰래 사랑하는데….
미셸 아자나비시우스 감독은 그동안 아내인 베조와 뒤자르댕을 콤비로 한 프랑스판 007 액션 코미디 ’OSS 117’ 시리즈로 흥행에 성공했다. 그리고, 비로소 자신이 오랫동안 만들고 싶었던 무성영화에 도전했다. ‘아티스트’는 무성영화가 유성영화로 전환되면서 벌어지는 할리우드 걸작 ‘싱잉 인더 레인(Singing in the Rain)과 ‘스타 탄생(A Star is Born)’의 모티프를 분명히 빌려다 썼다. 조지 발렌틴은 루돌프 발렌티노에서 빌려왓고, ‘시민 케인(Citizen Cane)’의 부부 간 식사 장면 등이 본듯한 장면들이지만, 영화에 대한 사랑이자 오마쥬다.
스파이 영화 단골이었던 장 뒤자르댕은 '아티스트'에서 열연해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애견 어기도
특별상 수상감이다. 이 잭 러셀 견공은 이 영화로 은퇴를 선언했다. Photo: Peter Iovino/Weinstein Company
페피가 조지의 양복 팔에 자신의 팔을 넣어 로맨틱한 상상을 하는 장면은 오래 기억할만 하다. 작곡가 루드비히 보르스는 대사 없는 이 영화에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으로 옷을 입히며 지루할 틈을 없앴다.
사실 '아티스트'에 대사가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 장면, 조지와 페피가 영화 촬영 중 댄스 장면에서 조지는 마침내 말문을 연다. 감독이 "컷!"하고 외친 후 "한번만 더 해보겠어요?"라고 요청하자 조지는 "기꺼이요.(With pleasure)"라고 마침내 말문을 연다. 그 발음은 강한 프랑스 억양이다. 빌리 와일더 감독을 숭배하는 한 프랑스 감독이 할리우드 무성영화 시대에 보내는 연애편지의 마침표인 셈이다.
‘아티스트’는 아카데미 역사상 두번째로 작품상을 수상한 무성영화로 기록됐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1929년 시작됐고, 그 해 클라라 보우와 게리 쿠퍼가 출연한 사일런트 무비 ‘날개(Wings)’가 작품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