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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0 01:29
할리우드 빈집털이 한인 두목 레이첼 리 이야기 '블링 링(The Bling Ring)'은 어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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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블링 링(The Bling Ring)'
우리가 할리우드 도둑단이 된 이유
The Bling Ring
“Let’s go to Paris!”
지난 14일 뉴욕과 LA 등 미 대도시에 개봉된 소피아 코폴라(Sofia Coppola) 감독의 신작 ‘블링 링(The Bling Ring)’에서 레베카 안(케이티 장 분)이 친구 마크(이스라엘 브루사드 분)에게 툭하고 제안한다. 이들은 프랑스 파리로 가는 것이 아니라 패리스 힐튼의 집을 털러 간다. 레베카가 “난 샤넬이 필요해!”하면, 다시 패리스 힐튼의 집으로 향한다.
주소는 인터넷 검색으로, 위치는 구글맵으로 파악한다. 스타들이 집을 비우는 날로 잡는다. 이들의 스케줄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파악할 수 있다. 이들의 저택으로 들어가기도 쉽다. 도어 매트 아래 열쇠가 있으니까.
영화 ‘블링 링’은 2009년 할리우드 스타들의 집 전문 털이범으로 할리우드를 경악시킨 10대들의 이야기다.
블링 링의 리더가 바로 한국계 레이첼 리였지만, 영화 속에서는 레베카 안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블링(bling)’은 번쩍번쩍거리는 쥬얼리의 은어이며, 링(ring)은 범죄단을 뜻한다.
타블로이드와 파파라찌, 인터넷과 페이스북에 둘러싸인 캘리포니아 부잣집 10대들은 패리스 힐튼, 린제이 로한, 올란도 블룸, 메이간 폭스 등 유명인사들의 집을 유유자적 침입해 옷과 돈, 그림, 심지어는 마약과 권총까지 훔쳐갖고 나온다. 들어가기도 쉬웠고, 호화로운 옷장과 침실 털기도 용이했다.
돈은 나누어서 로데오 거리에서 쇼핑하고, 버킨백, 샤넬백 명품을 야드 세일에서 팔기 또한 식은 죽 먹기였다.
이들이 훔친 장물은 총 300여만달러에 달한다. 스타들의 의상과 돈으로 블링 링 멤버들은 패셔니스타로 변신, 연예인들처럼 술과
파티를 즐긴다. 우리도 그들처럼~~
The Bling Ring
하지만, 꼬리는 잡히는 법. 블링 링은 린지 로한이나 패리스 힐튼, 위노나 라이더처럼 법정에 서고, 법원 앞에서 기자들의 인터뷰
세례에 유명인사처럼 행동한다. 니키는 자신의 포부를 밝힌다. "난 자선사업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웹사이트를 론칭한다.
마크는 비꼰다. “미국인들은 ‘보니 앤 클라이드(Bonnie & Cylde,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에 대한 메스꺼운 매혹이 있다”고.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이 1968년 예언했다. ‘미래엔 누구나 15분간 스타가 될 것이다(In the future, everyone will be world famous
for 15 minutes.)” 레이첼 리와 그 일당은 그보다 더 오랫동안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고, 유명해졌다.
‘꿈의 공장’ 할리우드는 갱단이나 범죄자들도 영웅으로 그려왔다. 그렇다면, 악몽도 생산하면서 할리우드는 관객들의 판단력도
흐려놓은 것이다. 선악의 경계가 무너지고, 도덕성은 실종되는 곳. 꿈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는 곳에서 10대들의 정체성과 도덕성도 안개 속으로 들어가 흐지부지해진다.
The Bling Ring
레베카의 부모는 이혼했고 상습적으로 도둑질을 한다. 상습결석자 마크는 용모에 대한 열등감으로 친구 하나 없다. 니키(엠마 왓슨)과 샘(타이싸 파미가) 자매는 안젤리나 졸리는 롤 모델로 홈스쿨하는 엄마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거짓말을 상습적으로 한다. 이들은
모두 질풍노도를 타는 캘리포니아 키드들이다.
Sofia Coppola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이들의 일탈 행위를 심판하지 않고, 담담하게, 놀이처럼 그려낸다.
하지만, ‘블링 링’ 속엔 타블로이드의 선정주의와 폭로 저널리즘 등 미 대중문화와 가족 문제가 모락모락 드러난다.
유명인사들의 집, 옷장, 패션 브랜드, 애완견에서 스케줄까지 일거수일투족이 무방비로 노출되는 하이테크 사회에서 무료한
10대들은 윤리의식 없이 도둑질을 한다. 영화 속의 범죄자들처럼, 반영웅(anti-hero)가 되고 싶은 10대들.
스타들의 사생활 노출, 10대의 비도덕성이 만나는 지점이 할리우드였던 것이다.
소피아 코폴라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Lost in Translation)’으로 소통이 없는 현대인들의 공허함을 절묘하게 그려냈고, ‘마리 앙트와네트’와 ‘어디선가(Somewhere)’에서 여왕과 할리우드 스타라는 특권층의 무료한 일상을 포착한 소피아 코폴라의 일관된 주제의식과 섬세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블링 링’은 순수 범죄영화로 갈 수도 있었다. 소피아 코폴라가 누군가? ‘대부’와 ‘지옥의 묵시록’의 거장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가 아닌가!
아버지가 필리핀에서 ‘지옥의 묵시록’을 촬영하고 있을 때 엄마 엘리노어는 로만과 소피아 등 자식들을 데리고, 현장으로 갔다. 홈스쿨링으로 큰 아이들이 대를 이어 영화계에 뿌리내린 것. 로만 코폴라는 ‘블링 링’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 레이첼 리(Rachel Jungeon Lee)
'블링 링'의 리더. 인디언힐고교 시절 '베스트 드레서'로 선정됐다. 북한 출신 이민자 부모를 두었으나, 이혼했다.
할리우드 스타들에 대한 집착으로 주간 '인 터치'지에 나온 의류와 라이프스타일에 매료된 것으로 알려짐. '블링 링' 멤버 다이앤
타마요와 세포라에서 절도로 체포되어 벌금형과 집행유예를 받았다.
할리우드 스타 빈집 털이할 때도 늘 침착한 행동을 보였으며, 자신의 아파트에 장식할 미술품도 골라가는가 하면, 빈 집 화장실에서
용변까지 보는 대범함도 있었다고.
재판에서 4년형을 선고받고, 2년 복역 후 올 3월 28일 가석방됐다.
영화에선 아버지가 한국계인 배우 케이티 장이 레베카 안(가명) 역을 맡았다.
▶상영일정: AMC Loews Village 7(66 3rd Ave.East Village) 12:50 3:05 4:00 5:20 6:15 7:50 8:30 10:20 10:50pm
AMC Loews Lincoln Square 13(1998 Broadway, Lincoln Center) 10:00am 12:20 2:45 5:10 7:35 10:00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