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Apple People
2013.07.18 00:54
토시오 호소카와 "윤이상은 아버지처럼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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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shio Hosokawa
Matsukaze@Lincoln Center Festival 2013
토시오 호소카와 Photo: Sukie Park
“윤이상 선생님은 나의 아버지와 다름 없다. 우리는 유별나게 친했고, 난 스승의 음악과 너무 닮아 있었다. 그래서 다른 스승을 찾아야만 했다.”
2013 링컨센터 페스티벌에 초청된 오페라 ‘마츠카제(Matsukaze)’의 작곡가 토시오 호소카와((細川俊夫•57)씨는 17일 맨해튼 존 제이 칼리지에서
밝혔다.
단막 오페라 '마츠카제'는 18일부터 20일까지 존 제이칼리지 내 제럴드 W. 린치 시어터에 공연된다. ‘마츠카제’의 두 자매 주인공은 한인
소프라노 조푸름, 김지희씨가 맡았다.
“난 스무살 때 윤이상 선생님을 도쿄에서 처음 만났다. 그의 콘서트가 크게 열렸는데, 현대음악에 감동해서 직접 찾아갔다. 그의 제자가
되기위해 베를린 예술대학교로 간 것이다.”
올 5월 스폴레토페스티벌에서 미국내 초연된 '마츠카제'. 마츠카제 역의 조푸름씨와 동생 무라사메 역의 김지희씨.
Photo: Julia Lynn
호소카와씨는 1976년부터 83년까지 윤이상의 제자였으며, 부자지간처럼 각별한 사이였다. 윤이상 부부가 콘서트 여행을 가면, 그의 큰 집에서 지내며 고양이 먹이도 주고, 정원도 돌보았다.
“윤 선생님의 아드님은 로큰롤을 했다. 엄격하셨던 선생님은 록음악을 싫어했기에 아드님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아드님은 반항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나와 더 가까워지실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내가 좋은 제자이기도 했겠지만!”
이후 호소카와씨는 현재 일본에서 살아있는 가장 위대한 작곡가가 되어 있다.
지난해 3월 제 10회 스승의 고향에서 열린 통영국제음악제 상주 작가로 선정되어 '쓰나미와 후쿠시마 희생자를 위하여'를 세계 초연했다. 통영국제음악제는 윤이상(1917-1995)을 기리기 위해 그의 고향인 경남 통영시에서 봄과 가을에 열리는 음악제다.
동과 서의 만남.‘마츠카제’는 2011년 3월 벨기에의 시아트르 드 라 모나이에서 세계 초연됐다. Photo: Julia Lynn
1955년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호소카와씨는 베를린예술대학교에서 유학한 후 오케스트라곡 ‘시간의 심연 속으로(Into the Depths of
Time)’ ‘순환하는 대양(Circulating Ocean)’을 작곡했다.
또, 오페라 ‘리어의 비전(Vision of Lear)’(1998)와 ‘Hanjo’(2004)를 썼으며, ‘마츠카제’는 그의 세 번째 오페라다.
15세기 일본 가무극 노(能)의 거장 제아미 모토키요(1363-1443)의 걸작을 원작으로 한 ‘마츠카제’는 한 남자를 잊지 못하는 귀신 두 자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일본 작곡가의 오페라에 한인 소프라노들이 주역으로 출연하는 것도 주목을 끈다.
17일 존 제이 칼리지 내 제럴드 W. 린치 시어터에서 상봉한 작곡가와 소프라노들. 왼쪽부터 소프라노 조푸름, 토시오
호소카와, 소프라노 김지희씨.
호소카와씨는 이날 리허설 후 조푸름, 김지희씨와 첫 대면했다. ‘마츠카제’는 지난 5월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의 스폴레토 페스티벌에서
이들의 주연으로 미국 내 초연됐지만, 호소카와씨는 관람하지 못했던 것.
“이 프로덕션은 벨기에에서 초연된 버전과 다르다. 중국인 연출가 첸 시젱이 새롭게 해석했다. 리허설을 보니, 한인 성악가들은 참 잘 한다!
일본 사람들은 국제적인 성악가가 되기 힘들다. 우리와 육체적으로 성대가 틀린 것 같다. 김치 때문일지도 모르겠다!(하하)”
베를린과 도쿄를 오가며 활동하는 호소카와씨는 공연을 관람한 후 상임 작곡가로 있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