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무성영화 '팬텀 오브 오페라'(1929)
교회 오르간 연주와 '팬텀 오브 오페라'의 매력
The Phantom of the Opera
Dorothy Papadakos organ recital@Riverside Church
공연 25주년을 맞으며 브로드웨이 최장 기록을 세운 뮤지컬 ‘팬텀 오브 오페라(the Phantom of the Opera)’. 그 배경은 파리 시내의 황금 찬란한 파리 오페라 하우스 ‘팔레 가르니에’이며, 원작은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 1868-1927)의 소설이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1986년 카메론 매카시와 합작으로 런던 웨스트엔드에 사상 최대의 블록버스터 뮤지컬을 올리기 전 수많은 버전의 ‘팬텀 오브 오페라’가 있었다.
그중 웨버가 참고한 영화 중 하나가 드라큐라, 프랑켄쉬타인 등 ‘괴기 공포영화의 산실’이었던 유니버설 영화사가 1929년 제작된 무성영화 ‘팬텀 오브 오페라’였다.
*'팬텀 오브 오페라' 브로드웨이 25주년...숫자로 본 '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의 소설(1920)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영화(1925)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1986)
지난 23일 저녁 맨해튼 리버사이드교회(Riverside Church)에서 유니버설의 ‘팬텀 오브 오페라’를 파이프오르간 즉흥 연주와 함께 상영했다.
섬머 오르간 리사이틀 시리즈(Summer Organ Recital Series)의 한 프로그램이었던 ‘팬텀 오브 오페라’ 상영회엔 전 세인트 존더 디바인 성당(Cathedral of St. John the Divine)의 오르간주자였던 도로시 파파다코스(Dorothy Papadakos)가 초대됐다.
*Dorothy Papadakos의 ‘Joy to the World’@ Cathedral of St. John the Divine
프랑스의 13세기 샤트르 성당을 본따 만들어진 리버사이드 교회 인테리어.
오르간주자 도로시 파파다코스가 토카타로 시작 영화 '팬텀'의 배경음악을 즉흥적으로 연주했다.
핼로윈데이 커스튬으로 보이는 드라큐라 복장을 하고 나타난 도로시 파파다코스는 영화 ‘팬텀 오브 오페라’ 제작 배경을 설명한 후 오르간 앞에 앉아 공포영화 ‘팬텀’의 서곡으로 바흐의 ‘토카타’(Toccata 라단조 BWV 565)를 연주했다. 그 웅장하고, 공포스러운 ‘토카타’의 사운드가 교회 안에 울려 퍼지며, 오싹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크리스틴이 오르간을 연주하고 있는 팬텀(에릭)의 가면을 벗기자 팬텀이 분노하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알게된 것은 웨버의 뮤지컬 ‘팬텀’은 소프라노 크리스틴과 팬텀의 러브 스토리가 중심이지만, 유니버설의 버전은 무시무시한 유령 이야기라는 점이다. 원작 소설이 가지는 방대함은 할리우드와 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에 의해 상업적으로 각색된 것이다.
오르간 연주와 함께 보는 공포영화 ‘팬텀’은 무성영화지만, 때때로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의 연기와 간간이 코믹한 장면이 색다른 맛을 주었다.
The Phantom of the Opera, Movie(1929)
가스통 르루의 원작 소설에서 '팬텀'은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못생긴 건축가이자 음악 천재였던 인물이 팬텀(에릭). 크리스틴이 팬텀의 연주를 듣고 있다.
▶오리지널 영화 ‘팬텀’은 1925년 ‘노틀담의 곱추’(1923)로 스타덤에 오른 론 채니의 주연으로 제작됐다. 크리스틴 역에 메리 필빈, 연인 라울 역으로 노만 케리가 캐스팅됐다. 흑백영화지만, 중간 가면 무도회 장면은 테크니컬러로 찍었다. 손으로 채색한 장면이다.
영화에서 팬텀은 얼굴을 다 가리는 가면을 쓰고, 벗기면 시체 썩는듯한 얼굴이 드러난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에서는 반쯤 가린 가면이 등장한다.
▶1925년 1월 LA에서 60인조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시사됐을 때 비평가과 관객들로부터 혹평이 쏟아진다. 이에 개봉을 취소한 후 재촬영과 재편집을 거쳐 4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상영됐다. 이때의 평은 처음보다 더 나빴다. 급기야 8명의 시나리오 작가와 4명의 감독을 거쳐 그해 9월 뉴욕의 아스터시어터에서 최종판이 상영된다. 호평에 힘입어 개봉 후 유니버설은 2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그리고, 1929년 수정판이 개봉됐다.
할리우드의 세트에서 촬영된 가면 무도회 장면은 컬러 영화의 초창기라 손으로 색칠하는 기법을 썼다고.
▶배경은 1890년 파리, 가면과 망토 차림으로 유령이 살고 있다는 오페라 하우스다. 기형의 얼굴을 지닌 음악천재 팬텀은 고아 출신 소프라노 크리스틴과 사랑에 빠진다. 팬텀은 크리스틴을 ‘파우스트’의 주인공을 맡기려 하다가 실패하자 극장 기술자를 살해하고, 크리스탈 샹들리에를 떨어트리며 공연을 재난으로 만든다. 팬텀의 저주가 시작된 것이다. 가면 무도회 장면은 테크니컬러로 찍었다.
팬텀이 '붉은 죽음(Red Death)'로 분장하고 가면 무도회에 나타난다. 추악한 팬텀은 가면을 벗은 것.
▶크리스틴에겐 약혼자 라울이 있다. 크리스틴은 분장실 거울을 통해 들려오는 ‘천사의 음악’에 끌려 팬텀이 있는 지하로 내려간다. 오페라하우스의 건축가였던 음악 천재 팬텀은 그녀의 사랑을 애걸한다. 크리스틴은 사랑을 받아주지 않고, 팬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의 가면을 벗긴다. 그의 정체는 썩어가는 시체 같은 얼굴이었다. 분노한 팬텀은 크리스틴에게 마지막으로 세상에 돌아갈 기회를 준다.
오페라하우스 지붕에 올라가 크리스틴과 라울의 대화를 엿들은 팬텀은 질투가 폭발한다.
▶오페라하우스에 가면무도회가 열리고, 크리스틴은 라울과 극장의 옥상으로 올라가 팬텀을 피해 도피할 계획을 세우며 사랑을 약속한다. 이를 지켜보는 팬텀은 질투감에 휩싸인다. 이 장면은 색채, 특히 붉은 색으로 제작해 공포 분위기를 더한다. 팬텀은 ‘붉은 죽음(Red Death)’의 망토를 펄럭거린다.
뮤지컬에서는 크리스틴과 팬텀의 사랑이 주가 되지만, 영화에선 라울과 크리스틴의 사랑이 주제다.
▶팬텀은 다시 크리스틴을 납치하고, 라울은 팬텀 연구가 페르시안와 함께 팬텀이 사는 지하세계로 찾아간다. 마치 ‘인디애나 존스’같은 장면이다. 언젠가 오페라하우스를 폭발시키려는 팬텀은 이들의 목숨을 담보로 크리스틴의 사랑을 호소한다. 크리스틴은 그들을 구하기 위해 아내가 되기로 한다. 마침내 라울과 페르시안이 살아나오고, 팬텀은 크리스틴과 마차 타고 도망친다. 시내에서 군중에 쫓기던 팬텀은 노틀담 사원을 지나 세느강으로 떨어져 죽는다. -끝-
*The Phantom of the Opera(1929, full movie)-오케스트라 음악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쉬지 않고 즉흥적으로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한 도로시 파파다코스가 감정에 복받쳐 있다.
☞ Dorothy Papadakos
줄리아드음대와 바나드대학교에서 오르간을 전공했다. 1990년부터 2003년까지 세계 최대의 고딕성당 세인트 존더 디바인 성당의 오르간주자로 연주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대담하고 혁신적인 즉흥연주가 특징으로 할리우드 황금기 무성영화 ‘노스페라투’ ‘노틀담의 꼽추’ ‘팬텀 오브 오페라’ 등의 배경 음악 연주로 인기를 얻었다. 영화, TV 발레, 연극 음악을 작곡했으며, 최근 뮤지컬 ‘바커스(Bacchus)’를 작곡했다. www.dorothypapadakos.com.
*도로시 파파다코스의 'Joy to the World'
The Palais Garnier, Paris
1669년 루이 14세가 창단한 파리 오페라의 홈. 나폴레옹 3세의 명으로 설계 공모전이 열려 35세의 무명 건축가 샤를르 가르니에(Charles Garnier)가 당선됐다. 짓는데만 15년이 걸려 1875년 1월 5일 오픈했다.
Photo: Sukie Park(20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