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20746 댓글 2

뉴욕 베스트 스시: 구루마 스시 Kuruma Zushi 

스시 장인 우에츠 상과 마리아의 듀엣 키친

kuruma-logo.JPG 


스시를 무지무지 좋아하지만, 뉴욕에서 스시가 땡길 때마다 먹으러 다니다가는 전 곧 파산하고 말 것 같습니다.

싱싱한 회를 꼬들꼬들한 초밥 위에 얹은 스시 생각이 날 때면, 제가 제일 좋아하는 록펠러센터 인근 구루마 스시(Kuruma 
Zushi)에 가곤했지요. 직장 다닐 때, 월급이 딱딱 나올 때의 호사입니다.

지갑 사정이 넉넉한 식도락가들은 컬럼버스 서클에 있는 마사 타카야마의 마사(Masa), 일본인들은 스시 야스다(Sushi Yasuda), 그리고 노부 마추히사의 노부(Nobu)를 좋아하지만, 저는 구루마 스시가 최고입니다. 

kurumazushi1.jpg 스시바
 
매디슨-5애브뉴 사이 47스트릿 2층에 숨어있는 구루마 스시에 다닌 지 15년이 넘었는데요. 
인자하신 도시히로 우에츠 상이 마리아와 함께 스시를 만드십니다. 우에츠상은 70세 가까이 되셨을 꺼구요, 마리아는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인데, 뉴욕에서 드물게 보는 여성 스시 셰프랍니다. 예전에 뉴욕타임스에 대문짝만하게 얼굴도 실렸습니다.

우에츠상은 “마리아 없으면, 내가 기운이 없어요”라고 하십니다. 마리아는 이름대로 참 청순한데요, 그 오랜 세월 지나니 
나이가 보입니다. 저도 마찬가지겠지요. 마리아는 주로 투나 롤 담당입니다. 

전 사실 ‘쿠루마’보다 ‘구루마’로 부르는 게 좋아요.
 
kuruma-13 (2).jpg
우에츠 상과 마리아.  

뉴욕의 고급 일식집 노부보다도, 스시 야스다보다도 구루마가 좋은 이유는?
스시 셰프께서 항상 스시를 만드신다는 점이지요. 
노부가 아무리 열심히 조수들을 교육시킨다 할지라도, 자신의 손맛만할까요? 

구루마는 숨어 있기 때문에 찾아가야 합니다. 47가 빌딩에 문패 하나 있고,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계단을 올라갑니다. 바로 2층인데요, 다다미 방도 있어요. 언제 저 다다미방에서 근사하게 먹어 볼 수 있을려나요. 

전 주로 점심 시간에 갑니다. 런치 메뉴의 레귤러 스시(구루마는 '스페셜'이라고 부르지요.)가 18불 때부터 다녔는데, 지금은 25불로 올랐습니다. 

제 꿈은 세계 평화가 아니라 구루마에서 오마가세 먹어보는 것이랍니다. 오마가세는 300불부터 시작합니다. 
‘그림의 오마가세’ 그 작은 꿈을 이룰 수 있을지요…


kuruma-napkin.JPG


얼마 전 친구와 오랜만에 구루마에 갔습니다.
웨이터가 저더러 "Looong Time, No Seeee~~"하며 반가와 합니다. 늘 스시 바에 앉았었는데, 이번엔 큰 테이블을 주더군요. 

친절한 웨이터는 뜨거운 물수건과 진한 녹차를 가져다 주면서 "As usual?"하고 물었습니다. 제가 늘 런치 스페셜만 먹으니,
"평상 시대로?" 당연히 그럴줄 알았나봐요. 


kutuma-(2).jpg
스시 스페셜/런치 스페셜


그래서 조금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일부러 "스시 딜럭스 주세요!"하고 말해버렸습니다. 딜럭스는 35불, 10불이나 비싼데요. 

웨이터는 씽긋 웃고 갑니다. (당신 돈 좀 버나부지? 왠 일이야?)는 표정을 제가 읽어버렸네요. 아님, 제 망상일까요.

kuruma2.JPG 스시 딜럭스($35)

kuruma1.JPG 스시 스페셜($25)

 
친구의 레귤러(스페셜)과 저의 딜럭스는 10불 차이지만, 접시에선 별 차이가 없어 보였습니다. 딜럭스에 입 안에서 살살 녹는 토로와 게가 있기는 하지만요. 
이날은 마리아의 컨디션이 별로였는지, 투나 롤 안의 투나가 예쁘지 않네요. 반항하는 것 같아요.

그냥 스시 스페셜로 할껄... 후회 막심입니다. 그래서 분수대로 살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위장은 너무나 행복하다고 요동치고 있었습니다.


kuruma-2 (2).jpg


우에츠상이 계시는 한 구루마 스시는 뉴욕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스시집으로 남을 것입니다.
마사(Masa)처럼 비싸지 않고, 노부(Nobu)처럼 체인으로 확장하지 않으며, 스시 야스다(ushi Yasuda)와 스시 오브 가리(Sushi of
Gari)처럼 감질나지 않기 때문이지요. 무엇보다도 언제나 우에츠상의 손맛이 느껴지는 일식집이라는 사실입니다.

Kuruma Zushi
7 East 47th St. 2nd Fl. 212-317-2802 http://www.kurumazushi.com
TAG •
profile
© NYCultureBeat.com | Big Apple, Small Bites: Across the City

All rights reserved. Any stories of this site may be used for your personal, non-commercial use. You agree not to modify, reproduce, retransmit, distribute, disseminate, sell, publish, broadcast or circulate any material without the written permission of NYCultureBeat.com.

?
  • Amy 2013.10.17 00:41

    전 아이들 데리고 가서 인지 카운터의 아주머니께서 넘 불친절 하시더라구요. 일식집들이 괜히 콧대높고 젤 불친절한 거 같아요. 특히 어린이 고객은 아주 대놓고 싫어하지요. 스시 야스다는 6살 미만은 입장조차 불가능하군요. 프렌치 레스토랑들은 속으로 욕할지 몰라도 겉으로는 정말 친절하던데..
    불친절하니 스시 맛을 못느끼고 왔네요. 구루마 스시 갔을 때 막내는 자고 있었고, 큰 애는 얌전한데 자리 차지한 것이 미안해서도 그렇고 큰 애 것까지 2인분 이상을 주문했는데 뭐가 문제였는지 모르겠네요.
    전 개인적으로 스시 오브 가리가 입맛에 맞더라구요. 물론 오마카세를 먹어도 양이 부족하지만요. 제가 뉴요커들에 비해 '위대'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 ㅎㅎ

  • sukie 2013.10.17 01:44
    서비스가 나쁘면, 음식 맛도 떨어지기 마련이지요.
    구루마 스시는 아마도 미드타운 회사원들이 많아서 아이 손님에게 익숙하지 않은가봐요.
    사실 누구에게나 친절해야 좋은 식당인데요. Amy님처럼 열혈 식도락가들이 아이들과 함께 편안하게 음식 맛을 즐길 수 있는 식당이 많았음 좋겠어요.
    스시 야스다는 모두 불친절하더라구요. 그래도 웨이터 팁 안받겠다고 선언한 것을 보니, 서비스가 더 나빠질 것 같기도 하구요.
    스시 오브 가리는 입 안에서 녹던데, 넘 비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