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Artists
2013.10.09 23:38
뮤지엄의 한인 작가들 <2>사진작가 니키 S. 리@메트로폴리탄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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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S. 리의 '여피 프로젝트'(1998)@메트로폴리탄뮤지엄
정체성 탐구하는 카메라
Everyday Epiphanies
Photography and Daily Life Since 1969
June 25, 2013–January 26, 2014
메트로폴리탄뮤지엄에서 지난 6월 25일부터 내년 1월 26일까지 열리는 사진전 ‘매일의 강림: 1969년 이후 사진과 일상생활(Everyday Epiphanies: Photography and Daily Life Since 1969)’에 니키 S. 리(한국이름 이승희)의 작품 '여피 프로젝트(The Yuppie Project, 1998)'가 전시되고 있다.
메트의 2층 갤러리 851에는 메트뮤지엄 소장품에서 선정된 40점의 사진과 비디오 작품이 선보이는 중이다.
The Yuppie Project (2), Nikki S. Lee(American, born Korea, 1970), 1998
1960년대 후반 대항문화가 거세지면서 1950년대의 틀에 박힌 일상생활이 의문시됐다. 페미니즘에서 약물, 우주 탐험까지 현실을 인식하는 대안의 방법을 제시했다.
60년대와 70년대 예술가들과 철학자들은 '일상 생활의 혁명'을 주장했고, 80년대 예술가들은 서술구조와 장르의 관습을 새로 창조하는데 관심을 보여왔다.
1980년대 말 경제 위기 이후 사진은 현실의 저변에 깔린 것, 금기 등에 촛점을 맞추었다.
이후 사진작가와 비디오작가들은 실제와 상상의 혼돈을 탐구했다. 니키 S. 리의 정체성 탐구도 실체와 환상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The Ohio Project (8), Nikki S. Lee (American, born Korea, 1970), 1999
이 전시에는 니키 S. 리, 난 골딘, 윌리엄 웨그만을 비롯, 엘리자베스 맥알파인, 존 발데사리, 필립-로카 디코르시아, 피칠리&바이스, 잔 그루버, 로버트 고버, 데이빗 살, 로버트 스미슨, 가브리엘 오로즈코, 마사 로슬러, 아일린 세가러브 등의 작품이 소개된다. 메트뮤지엄은 니키 S. 리의 '여피 프로젝트' 외에 '오하이오 프로젝트, 1999)'를 소장하고 있다.
니키 S. 리(43)는 '다민족의 용광로' 미국에서 정체성이라는 화두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왔다. 그에게 카메라는 개인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수단이다.
니키 S. 리(이승희)
경상남도 거창에서 태어난 니키 S. 리는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졸업 후 1994년 뉴욕으로 이주했다. FIT를 거쳐 1998년 뉴욕대학교에서 사진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씨의 작품은 현대미술관(MoMA)를 비롯해 구겐하임뮤지엄.메트로폴리탄 뮤지엄.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등 미 주요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니키 S. 리의 작품 세계
▶프로젝트(Projects, 1997-2001) 뉴욕대(NYU) 대학원 재학 중이던 '프로젝트' 시리즈를 시작했다. 자신을 관광객, 여피족, 술집 댄서, 래퍼, 레즈비언, 펑크족, 학생, 노인 등으로 변신해 찍은 14개 프로젝트 사진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니키 S. 리는 "프로젝트 주제를 잡은 후 헤어스타일 바꾸고 살 빼고, 태닝에 춤을 배우고, 의상과 소품 구입, 그리고 모델 집단과 함께 지내는 등 준비 기간 3개월이 걸리며, 촬영엔 1개월이 걸린다.
힙합 프로젝트
노인 프로젝트
스트립댄서 프로젝트
관광객 프로젝트
니키 S. 리의 작품은 신디 셔만과 비교된다.
신디 셔만이 분장, 의상 등 철저한 연출로 스튜디오 촬영을 하는 반면, 니키 S. 리는 집단 속으로 들어가 스냅 사진을 찍는다.
셔만이 사진의 예술성과 작가주의를 탐구한다면, 니키 S. 리는 사회성과 정체성에 질문을 던진다.
▶파트(Parts, 2002-2005) 니키 S. 리는 도려낸 사진 속에 분장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옆의 남자가 잘려나간 된 채 홀로 있는 여성의 모습을 통해 관람자는 그녀가 누구인가를 추정하게 된다. 특정 그룹 속에서 정체성을 규정하는 '프로젝트' 시리즈와 달리 '파트'는 로맨틱한 관계 속에서 한 여성의 정체성에 질문을 던진다.
이씨는 새 작품에서 분장하지 않고 여행을 통해 다른 문화권에서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반추한 본인의 정체성에 질문을 던진다.
The Bourgeoisie (3), 2004 Part (14), 2002
▶레이어스(Layers, 2006- ) 나는 누구인가(Who I Am)에서 나는 어디에 있나(Where I am)로 옮겨간 프로젝트. 마드리드•프라하•로마•이스탄불•베를린•리우데자네이루•방콕•하노이•부에노스아이레스•서울 등 14개 도시를 여행하면서 각각 거리의 화가 3명에게 투명한 종이 위에 초상화를 그리게 했다. 스튜디오로 돌아와 라이트박스 위에 세 그림을 겹쳐 사진을 찍었다.
로마에선 로맨틱한 모습, 뉴욕에선 차갑고 피곤한 표정이 포착됐다. 작가가 도시를 닮았던가, 거리의 화가들도 도시의 색안경으로 모델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한 모델을 보는 세가지 시각을 통해 정체성이란 문화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마드리드 로마
▶다큐멘터리 '별명은 니키 S. 리(AKA NIkki S. Lee) 사진에서 영화로 옮겨갔다. 한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뉴욕 등지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다큐멘터리 '별명은 니키 S. 리(AKA NIkki S. Lee)'를 연출, 2006년 MoMA에서 상영됐다.
이후 전시 활동이 뜸한 것이 아쉽다.
이승희 Nikki S. Lee 작품 읽기
니키 S. 리는 다민족 사회인 미국을 이미지로 담아냈다. 이민 작가로서 피부색이 다른 민족과 다른 계층의 특정 문화 속으로 파고 들어가 그들과 동화된다.
작가는 힙합 소녀, 레즈비언, 랍비 등으로 자유롭게 무한대로 변신하며 정체성을 탐험한다. 관람자는 사진 속의 변장한 작가를 자연스럽게 그 그룹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미 스테레오타입화한 주변인물에 의해 이씨의 정체성이 규정되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이미지를 보는 것인가. 실체를 보는 것인가.
스케이트 보더들 펑크족
그는 정체성과 '욕망'이라는 환상의 시소 게임을 벌인다. 인간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하는 것이 아닌가. 작가 자신과 프로젝트 모델의 거리는 작품 속에서 사라진다. 정체성은 피상적인가. 단순한 이미지인가. 그의 작품 속에서 정체성은 시간과 공간, 문화권과 개인의 시각이라는 복잡한 맥락 속에서 규정되는 그 무엇이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니키 리는 포스트모더니스트다. 세 곳의 학교에서 사진을 공부했지만 사진의 기술적인 것보다 내용에 초점을 맞춘다.
사진작가인 자신이 피사체로 둔갑해 아티스트와 오브제라는 예술의 경계를 허문다. 사진작가는 사진 속으로 들어가고 셔터는 아마추어가 누른다. 촬영 일자가 찍힌 스냅사진은 순간의 포착이자 정체성의 기록이다.
뉴욕타임스는 2006년 니키 S. 리의 작품에 대해 "저변에 정신적이며 불교적인 것이 깔려 있다. 그가 마음대로 분장하면서 인물을 표현하는 능력은 자기 실체가 없다는 불교의 무아(無我) 사상을 함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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