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의 동화 (5)브루클린 촌닭 미식축구 보러 가다
Rumble in the Bronx
규칙 모르고 보는 아메리칸 풋볼 & 아서 애브뉴 연가
흰 유니폼이 버크넬, 자주색이 포담대 유니폼. 축구처럼 11명이 뛰는데, 총 선수들이 각각 100여명이다.
예전에 한국에 한 남자가 있었다.
그 친구는 대학시절 첫 사랑과 야구장에 종종 갔다고 한다. 그런데, 수년간 데이트 끝에 그가 알게된 것은 그녀가 야구 경기를 볼 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그와 함께 있으면, 마냥 좋았던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 남자의 표정은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오버랩됐다.
뉴욕 온지 18년이 다 되어가지만, 난 아직도 미식축구(American Football)을 볼 줄 모른다.
친구가 수퍼 볼을 보면서 몇 차례나 친절하게 설명해주었지만, 이 IQ로는 이해가 안된다. 헬멧에 숄더 패드, 히프 패드로 우주인처럼 중무장한 선수들이 우르르 몰려가 넘어 트리고, 자빠 트리는 아메리칸 풋볼을 이 머리로는 도무지 알 수 없다. 발로 차는 것보다 들고 뛰며, 레슬링처럼 끼고 뒹구는 선수들을 보면, "이게 왜 foot ball'이야?"하는 의구심까지 든다.
게다가 야드에 각종 수치는 골치 아프며, 마치 인디언 땅 뺏는 게임같기도 하다. 수시로 중단되며 맥 빠지게 만드는 게임은 또 어떤가?
축구같은 강렬함이나 긴장감도 느낄 수가 없다. 헬멧도, 패드도 없이 맨 몸뚱이로 뛰는 축구 선수들이 얼마나 멋진가? 펠레, 차범근, 데이빗
베컴, 호나우도.... 아메리칸 풋볼은 영원히 북미인들의 '저주받은 스포츠'로 남을 것같다.
포담대 경기장 잭 코피 필드.
브루클린 촌닭이 토요일 오후 미식 축구를 보러 가야했다. 브롱스의 포담대학교에서 열리는 포담대 Vs. 버크넬대의 경기였다.
나름 명문대라고 주장하는 펜실베니아의 버크넬대 출신인 친구는 농구팬이지만, 오랜만에 풋볼을 보러 가잔다.
과거 그 남자의 옛 애인처럼, 게임의 규칙은 모르지만...그래도 가볼만한 이유가 있었다.
스펙터클한 소시지 천장, 칼라브리아 포크 스토어(Calabria Pork Store)
첫째, 브롱스에서 뉴욕식물원에서 클림트의 그림같은 잔디를 밟으며, 동화 사진도 찍고, 저녁은 진짜 리틀 이태리로 꼽히는 아서 애브뉴로 가서 먹을 요량이었다. 이름하여 1석 3조. 그러나, 스태디움 너머로 보이는 식물원 구경은 그림의 떡이 되고 말았다. 게임이 끝나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대신 경기 후 아서 애브뉴로 갔다. 그러나 토요일 저녁, 이웃 대학교에서 축구가 끝났으니 사람들이 아서 애브뉴로 몰려왔다. 쇼핑으로
맘 먹고, 마운트 카르멜에서 이탈리안 와인숍 마운트 카멜에서 피노 그리지오 3병 산 후 란다조 생선가게로 가서 생조개와 생굴을 먹었다. 역시 소스 없이 민짜로 먹는 게 최고. 랍스터와 조개, 농어도 샀다.
란다조
그리고, 이태리 국수집 보가티 에그 누들로 가서 버섯, 시금치, 에그 파스타를 주문하니, 사이즈 별로 기계로 잘라서 준다. 4불 50전에
세가지 핸드메이드 프레시 파스타를 샀다.
건너편에 우마이(Umai)라는 일식집이 어느 새 오픈했다. 이태리 거리에 웬 일식집? 조금 더 올라가면, 존스 피자리아가
보인다. 웨스트빌리지와 타임스퀘어의 명물 피자리아가 브롱스까지 진출했다.
보가티
둘째, 경기 전 테일게이트 파티(Tailgate Party)를 구경하고 싶었다. 테일게이트는 자동차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위협하는 차인 줄 알았다.
테일게이트 파티는 주차장에서 자동차 트렁크 열고 햄버거, 맥주 등을 펼쳐놓고 먹는 젊은이들의 파티. 게임 구경은 안하고, 종일 맥주만
마시는 그룹도 있다고 한다.
홈팀 응원단은 주차장에서 테일게이트 파티를 벌였다. 바비큐를 하는 이들도 보였다. 구장에서 맥주를 마실 수는 없으니...
원정팀인 버크넬은 흰 텐트를 치고, 뷔페판을 벌였다. 베지테리안 파스타, 베지테리안 칠리, 투나 샌드위치, 햄&치즈
샌드위치, 베지테리안 샌드위치...그리고, 커피와 코코아까지... 주차장에서 식사를!
세째, 스마트폰이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지루함을 견딜 수 있다. 사진 찍는 것도 지루함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다. 20여년 전 잠실 체육관
에서 열렸던 조용필씨 콘서트에서 졸았던 강적이기에...
어린이 아메리칸 풋볼 경기...하프타임의 서비스 게임.
네째, 브루클린 촌닭이 난생처럼 풋볼을 보러간 것도 의의는 있을 것이다. 버크넬의 상징색이 오렌지와 블루. 뉴욕 닉스와 뉴욕컬처비트의 로고 색이다. 오렌지색 스카프를 목에 둘렀다.
포담대학교 캠퍼스 안에 자리한 스태디움은 낮에는 햇님 덕으로 비치 날씨처럼 뜨거웠고, 구름에 가려지자 쌀쌀한 초겨울의 전형이었다.
치어리더들과 마스코트, 그리고 하프타임에는 꼬마들의 미식축구 게임도 펼쳐졌다.
버크넬의 오렌지와 블루, 치어리더들과 마스코트 들소(Bison).
게다가 이날 경기는 접전의 접전을 거두며, 마지막 2분을 남겨놓고, 버크넬이 역전을 하려는 순간이 왔다. 이때 구장을 떠나려는 팬들이 광란의 응원을 했다. 그리고, 결과는 23:21로 포담의 승리. 버크넬 신문에선 근래 최고의 흥분되고, 강렬한 게임 중의 하나라고 썼다.
BRONX, N.Y. – One of the most exciting and intense Bucknell football games in recent memory took place Saturday in front of a spirited sellout crowd at Jack Coffey Field. The Bison overcame a 10-point deficit to take a 21-17 lead in the fourth quarter over No. 6/7 Fordham, but came out on the wrong side of a 23-21 decision in a game that was not decided until a potential game-winning field goal attempt was blocked as time expired.
아는 것이 힘이지만, 모르는 것은 또, 약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미식축구 게임의 법칙을 모르니, 지루할 수 박에...
버크넬 팬들은 막판에서 역전하려다가 어이없게 블럭당한 것에 실망과 원망의 한숨을 지었다. 이기는 자가 있으면, 지는 자도 있는 법.
그것이 인생 게임의 법칙일텐데...
란다조의 농어와 보가티의 버섯 파스타와 송이버섯(일본 마켓에서 산) 토핑.
저녁식사.
아서 애브뉴에서 생조개와 생굴 애피타이저를 먹었으니, 메인디쉬는 집에서
생전 처음 무식하게 미식축구 보고 온 날, 무척 피곤하다.
배워야 산다. 이제라도 게임의 규칙을 공부해야 하나, 그것이 문제로다.
일요일 저녁 식사는 씨푸드 메들리 파스타. 란다조에서 산 랍스터, 스캘롭, 조개, 새우와 토마토 소스로. 랍스터가
작았지만, 무척 싱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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