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s
2014.01.08 00:53
맛집 테이크 아웃 (3) 브루클린 아이스크림 팩토리
조회 수 12986 댓글 0
Takeout from Brooklyn Ice Cream Factory
*브루클린 아이스크림 팩토리가 2018년 12월 31일로 문을 닫는다. 이 자리엔 앰플 힐스(Ample Hills) 아이스크림 숍이 들어설 예정이다. <2018. 12. 10. Update>
테이크아웃한 블루베리와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블루베리와 오렌지껍질 초컬릿 토핑.
한겨울에 무슨 아이스크림?
한여름 칼국수, '이열치열'을 즐기는 한민족이기에 한겨울의 냉면, 한겨울의 아이스크림같은 '이한치한'도 통한다.
폭설이 내린 며칠 전 눈길을 뚫고, 언덕을 내려 브루클린 브리지 아래로 가야했다. 전날 주문한 바닐라 아이스크림 하프 갤런을 픽업하기 위해서였다.
오후 7시 경 쌩쌩 추위로 하얗게 포장된 거리는 한적했다. 개들이 즐겨 노는 힐사이드 파크에선 소녀와 아빠가 눈사람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언덕을 내려가니, 맨해튼 빌딩을 병풍으로 가로등에 비친 브루클린 아이스크림 팩토리 건물이 로맨틱했다.
이럴 땐 배창호 감독의 '기쁜 우리 젊은 날'과 이명세 감독의 '첫 사랑'이 생각난다. 요즘 이런 영화 만드는 한국 감독들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가슴을 울리던 영화들이었다.
누가 폭설 중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오랴?
브루클린 아이스크림 팩토리는 밤 10시까지 연다고 했다. 안엔 손님 없이 직원 4명이 '호호'하며 커피(혹은 코코아)와 빵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바닐라 하프 갤론 픽업하러 왔어요!"
"오, 수키?"
"맞아!"
블루베리 아이스크림 2 파인트와 바닐라 하프 갤런.
한 여름엔 아이스팩이 든 가방을 갖고 내려가야 했다. 가을엔 돌아오는 길 아이스크림이 약간 녹아 바로 퍼먹기 좋다.
이날은 아이스크림도 꽁꽁 얼어 있었다.
집에서 먹는 아이스크림이 더 맛이 좋은 이유는 토핑을 맘껏 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루베리, 라스베리, 블랙베리 등 싱싱한 베리, 호두와 꿀, 초컬릿을 올려도 좋다.
딸기 아이스크림 위에 신선한 딸기 토핑은 더블 판타지^^
Brooklyn Ice Cream Factory
I scream, You scream, We scream~~
1922년 지어진 화이어보트 하우스에 자리한 브루클린아이스크림팩토리.
브루클린 브리지 아래 명물 피자리아 그리말리와 함께 명소가 된 브루클린 아이스크림 팩토리.
2001년 9/11 직후 문을 열었을 때부터 다닌 곳이다. 물론 집에서 5분 내려가면 되는 거리라서 단골이 됐다.
주인장 아저씨 마크 톰슨씨는 펜실베니아의 마토니(Martoni's)라는 곳에서 아이스크림 만드는 법을 배워 뉴욕으로 상경했다. 1922년 세워진 화이어보트 하우스 건물 안에 브루클린 아이스크림 팩토리라는 담백한 이름으로 오픈했다. 그리고, 옆의 뉴욕에서 가장 로맨틱한 레스토랑으로 인기를 누려온 리버 카페(River Cafe)에 아이스크림을 납품해왔다.
그리고, 금새 뉴욕 최고의 아이스크림 부티크가 됐다. 버터지방을 덜 넣고, 달걀을 쓰지 않은 웰빙 아이스크림으로 크림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가벼운 식감으로 유명해졌다.
맛도 수십가지가 아니다. 심플하게 초컬릿, 바닐라, 버터 피칸, 딸기, 복숭아 등 8가지이며, 특히 여름엔 내가 좋아하는 블루베리 아이스크림을 가끔씩 만들기도 한다.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은 바닐라와 딸기.
SP
초기엔 바나나 스플릿을 친구와 다정하게 나누어 먹기도 했고, 모든 종류를 맛보았다. 흘리는 것이 겁나는 콘보다는 컵을 좋아하기에 아이스크림을 갖고 나와 부두에서 로어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을 보는 건 언제나 스펙터클했다.
어느 날, 아이스크림을 파인트로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꾹꾹 눌러 담아주는데, 8불쯤 했던 것 같다. 개별 컵을 시키면, 3불 정도였는데, 파인트 분량으로 하면, 5인분도 더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파인트 바닐라와 딸기를 사다 집에서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엔 하프 갤런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됐다. 리버 카페에 납품하고 남은 것일까? 알 수 없지만, 하프 갤런은 11-12불 정도였다. 어떨 때는 전화로 주문하고 며칠 후 픽업하기도 한다. 하프 갤런으로는 컵 아이스크림이 30개는 나올 것 같으니, 무척 경제적이다. 픽업할 때 팁을 1-2불 주게 된다.
SP
2012년 10월 29일 허리케인 샌디가 리버카페를 소용돌이쳤을 때, 브루클린아이스크림팩토리도 온전치 못했다.
리버카페는 최근 영업을 정상화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브루클린아이스크림팩토리는 지난 여름 다시 오픈할 수 있었다.
사실 허리케인 샌디는 내가 그 며칠 전 주문했던 바닐라 하프 갤런도 삼켜버렸다. 30일 픽업하기로 했는데, 29일 샌디가 방문했던 것이다. 동화 속의 아이스크림 공장 같은 브루클린 아이스크림 팩토리가 곁에 있는 것이 위안이 된다. 꽁꽁 얼어 붙은 한겨울에도 마음을 녹여줄 수 있는 아이스크림... 브루클린에 사는 사치 중 하나다.
TAG •
© NYCultureBeat.com | Big Apple, Small Bites: Across the City
All rights reserved. Any stories of this site may be used for your personal, non-commercial use. You agree not to modify, reproduce, retransmit, distribute, disseminate, sell, publish, broadcast or circulate any material without the written permission of NYCultureBea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