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맛, 프랑스의 멋: 페트로시안 카페
뉴욕 최고 훈제연어가 감미로워라♬
프랑스의 멋, 러시아의 맛 페트로시안 카페 & 부티크
토스트 베이글에 엷은 훈제연어를 얹고 양파와 토마토를 끼어 한 입 물면, 입 안에서 연어가 사르르 녹는다. Photo: Sukie Park
겨울엔 어쩐지 센트럴파크에서 눈을 밟으며, 영화 '닥터 지바고'나 '러브 스토리'를 생각해야할 것 같고, 러시아 음식을 한번쯤 먹고 지나가야할 것 같다. 뉴욕에 정통 러시아 식당은 브루클린 브라이튼비치의 '리틀 오데사(Little Odessa)’에 몰려있다. 연극 무대 세트같은 헬스 키친의 ‘엉클 바냐’(Uncle Vanya, 315 West 54th St. 212-262-0542)는 보드카와 벨리니와 캐비지 롤을 제공하지만, 어쩐지 분위기가 음산하다. 카네기홀 옆의 ‘러시안 티룸(Russian Tea Room, 150 West 57th St. 212-581-7100)’은 러시아 궁전 같은 호화로운 인테리어가 그냥 부담스럽다.
카네기홀 건너 센트럴파크 쪽으로 향한다. 58스트릿 ‘페트로시안(Petrossian)’은 콘서트 전에 업스케일이나 캐주얼 다이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레스토랑 페트로시안은 프렌치 르네상스 스타일의 랜드마크 빌딩(Alwyn Court Apartment) 자리해 있다. 아르데코 인테리어를 배경으로 공연 전에 운치있고, 여유롭게 러시안 요리를 즐기고 싶다면, 이곳으로 가야한다. '공연 전 정식(pre-theater pre-fix dinner)’도 제공한다. 실속파 식도락가들은 그 옆의 페트로시안 카페 & 부티크(Petrossian Cafe & Boutique)를 추천한다.
비트로 조리한 보르쉬트. 프레시크림을 섞어 먹는다. hot or cold, cup or bowl?
연어팬이 아니라면, 예뻐서 거부할 수 없는 크랩 케이크이 있다. 위는 베이질 소스, 아래는 비네거로 장식. SP
페트로시안 카페에 들어서면, 왼쪽엔 예쁜 초컬릿과 과일 타트•크롸상•데니시•브리오쉬•마들렌 등 패이스트리 코너가 있다. 입에서 사르르르 녹는 아몬드 크롸상($3.50)이 인기. 오른 편엔 스타 요리사 장 조지 봉거리첸이 ‘최고’라고 평가하는 페트로시안의 캐비아(철갑상어알)와 훈제연어 코너에서 캐비아 샘플러는 선물용으로 좋다.
정면의 계단을 살짝 오르면, 다락방처럼 아늑한 다이닝 공간이 마련돼 있다. 훈제연어와 프와그라, 보르쉬트(borscht) , 그리고 블랙티로 러시안 풍미에 빠져보는 것은 선택이다. 콥 샐러드, 크랩케이크도 실망시키지 않는다.
특히, 카네기홀에서 차이코프스키나 쇼스타코비치, 예브게니 키신, 네트레브코, 보로디나, 혹은 흐보로스토프스키의 콘서트가 열린다면, 금상첨화의 ‘러시안 나잇(Russian Night)’이다.
러시안 브렉퍼스트는 어떤가? 페트로시안의 자랑인 훈제연어와 베이글, 크림치즈로 뉴욕의 아침을 시작한다. 오전 7시 30분 오픈, 그러나 오후 7시까지 손님을 받는다. 911 Seventh Ave.(bet. 57th & 58th St.) 212-245-2217. www.petrossian.com.
페트로시안 형제와 캐비아
페트로시안은 파리에 망명한 이란 출신 페트로시안 형제들이 1920년대 파리에서 시작했다. 사진은 카페의 이미지.
카스피해 인근의 이란에서 태어난 멜콤과 무셰 페트로시안 형제는 러시아에서 성장했다. 프랑스로 이민한 후 각각 의학과 법률을 전공했지만, 1917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형제는 학업을 중단하게 된다.
1920년대 미국의 '재즈의 시대', 파리는 ‘광기의 시대(années folles)’였다. 번성했던 파리에선 아르 데코가 나왔고, 러시아에서 망명한 왕자, 지성인, 귀족들을 두 팔 들고 환영했다. 특히 샤갈, 스트라빈스키에서 발레까지 러시아의 예술이 파리에 수입된다.
하지만, 파리에 정착한 러시안들이 그리워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캐비아였던 것. 이에 페트로시안 형제들이 캐비아 수입자로 나섰다. 그리고, 파리의 리츠 호텔를 시작으로 뉴욕까지 최고의 캐비아를 제공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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