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추방재판에 회부되는 사유와 재판 절차
추방재판에 예외는 없다
‘저스틴 비버가 추방될 수 있을까? (Could Justin Bieber be deported?)’
1월 말 CNN 엔터테이먼트 섹션에 올라온 아이돌 팝스타 저스틴 비버에 대한 기사의 제목입니다. 저스틴 비버에 대해서는 ‘Baby’ 라는 노래밖에는 모르는 필자로서도 그가 왜 추방될 수 있다는 얘기일까 궁금해졌습니다. 관련 기사 내용은 이렇습니다.
저스틴 비버 Photo: Getty
캐나다 국적인 저스틴 비버는 ‘Extraordinary Ability in Art, 즉 예술분야에서 특별한 능력’을 인정받아 받은 비자 (추측 건대 O1비자)로 미국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마이애미에서 음주운전, 체포거부 및 무면허 운전 등의 혐의로 체포되었습니다. 비버는 마이애미 감옥으로 이송되었다가 한 시간 정도 머문 뒤, $2,500 보석금을 내고 석방되었습니다.
현재 받고 있는 혐의들로는 추방 가능성이 적지만, 만일 여기에 약물관련 범죄 혐의가 더해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단계라고 합니다.
이렇듯 추방의 위협은 합법 신분이 없는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사람이 이민법 추방사유에 해당되면 저스틴 비버같은 유명인사라 해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힘들여 영주권이나 비자를 획득한 뒤라도 추방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참고로, 미주 중앙일보 2013년 9월 12일자 기사에 따르면, 2012년 10월부터 2013년 8월 말까지 추방판결을 받은 한인은 총 282명이었습니다 (시라큐스대 산하 업무기록평가정보센터; TRAC). 주 별로는 캘리포니아와 뉴욕이 각각 97명, 25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추방판결 사유로는 이민법 위반이 71.3%, 형사법 위반이 26.6%였고, 구제조치를 받은 한인도 전체 811명 가운데 65.2%인 529명이었습니다.
추방재판에 회부되는 사유들
오늘은 미이민법상 추방재판에 회부되는 사유(Deportation grounds & Inadmissibility grounds) 와 추방재판 절차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추방재판 과정 중 제기할 수 있는 구제방안들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제거 (Removal), 추방(Deportation), 배제 (Exclusion)라는 용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추방재판은 Removal Proceeding입니다. 1996년 통과된 이민개혁법에 의해 추방(Deportation)과 배제(Exclusion)가 제거(Removal)라는 하나의 절차로 통합되었습니다. 즉, 재판(Removal Proceeding)을 통해 추방이나 배제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심사하게 됩니다. 제 칼럼에서는 편의상 Removal Proceeding을 추방재판으로 명명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배제(Exclusion) 대상이 되는 사유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일단 배제는 미국입국 당시에 일어납니다. 즉, 공항이나 항구 등에서 이민국 직원이 입국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입국거절 사유 (Inadmissible grounds)를 발견한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전염병 등과 같은 건강과 관련된 사유, 도덕성 범죄 (Crimes involving moral turpitude) 기록, 마약관련 범죄기록, 다수의 범죄기록, 마약 밀수, 매춘행위 및 매매춘 알선, 간첩행위, 장기간의 해외여행, 미국 내 불법체류 기록, 중혼, 혹은 기타 범죄행위 등이 해당됩니다.
그렇다면 추방(Deportation) 대상이 되는 사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배제와는 달리 추방사유는 외국인이 미국에 입국한 이후 특정 사유에 해당되는 것으로써, 몇 가지 예들만 설명드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입국 당시 혹은 신분 조정단계 (I-495, Adjustment of Status)에서 위에서 설명한 입국거절 사유 (Inadmissible grounds)가 있었는데, 이것이 입국 이후에 발견된 경우입니다.
둘째, 입국한 후 이민법 혹은 다른 법률을 위반한 경우입니다. Form I-94에 명시된 체류 기간을 넘긴 경우라던가 비이민 비자 신분를 유지하지 못한 경우 등입니다. 예를 들어 학생신분으로 필요한 수업일수를 등록하지 않았다던가, 허가없이 학교를 옮긴 경우, 또는 임시 노동신분, 예를 들어 H-1B 신분으로 허가없이 고용주를 옮긴 경우 등이 해당됩니다. 조건부 영주권자의 경우 2년 이내에 조건부 해제 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결혼관련 사기도 해당되는데, 구체적으로 입국 2년 이전에 한 결혼이 입국 후 2년내에 파기 혹은 무효된 경우 이민혜택을 목적으로 한 결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사기 결혼을 이유로 추방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입국이전, 입국 당시 그리고 입국한 후 5년 이내에 다른 이의 밀입국을 제안했거나, 도왔거나 혹 유도한 기록이 있는 경우 역시 추방사유가 됩니다.
세번째, 안보 또는 정치적 사유로 인한 추방입니다. 즉, 첩보나 테러 행위와 같이 국가나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한 경우입니다. 또한 외국인의 미국내 체류 및 활동으로 인해 미국의 외교적 이익에 해가 된다고 판단된 경우 역시 추방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네번째, 특정 범죄 행위로 인한 추방입니다. 먼저, 비이민자는 입국 후 5년 이내, 이민자는10년 이내에 도덕성 범죄 (Crimes involving moral turpitude)로 유죄판결을 받고, 그 범죄의 최고 가능 형량이 1년 혹은 그 이상인 경우에는 추방대상이 됩니다. 도덕성 범죄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에 근거해서 볼 때 본질적으로 악하고 잘못된 행동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민법상 이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없기 때문에 판례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판례와 달리 각각의 케이스에 따라 정의되기도 합니다. 즉, 케이스에 따라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기(Fraud), 횡령(Embezzlement), 강도(Burglary), 허위 진술(False Statement), 폭력성 범죄(Crime of Violence) 등이 해당됩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대로 케이스 별로 달리 접근될 수 있고, 예외조항도 있으니 범죄 기록이 있는 경우에는 전문인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다섯번째, 입국 후 기간에 상관없이 2회 이상 도덕성 범죄(Crimes involving moral turpitude)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입니다. 이 때 2회 이상의 범죄가 동일한 행위 또는 계획에서 발생한 경우는 제외됩니다.
여섯번째, 입국 후 기간에 상관없이 가중 중범죄 (Aggravated Felony)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에도 추방대상이 됩니다. 가중 중범죄로 번역된 Aggravated Felony는 주법이 아닌 이민법상의 용어입니다. 예를 들어 보면, 강간, 폭력성 범죄 (Crime of Violence), 살인, 미성년자 대상 성적학대, 마약관련 불법 밀매, 10만불 이상의 돈세탁, 불법무기 및 폭발물 소지 및 운반, 납치, 아동포르노, 매춘, 밀수, 여권 및 서류 위조, 허위로 시민권자로 주장한 경우 등입니다.
Photo: Getty
'테스' '차이나타운' '피아니스트' 등을 연출한 폴란드 출신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1977년 13세 미국 소녀 강간 혐의로 기소된 후 추방 위기에 놓이자 이듬해 재판 몇 시간 전 프랑스로 날아갔다. 1976년 프랑스 시민권자가 됐으며, 이제까지 미국으로 인도될 우려가 있는 나라의 방문을 자제해왔다.
추방 재판의 절차
지금까지 추방 및 배제대상이 될 수 있는 사유들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봤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사유들로 인해 추방재판(Removal Proceeding)에 회부되었을 때는 어떤 절차를 거치게 될까요?
다 아시는 바같이, 외국인은 여러가지 경로을 통해서 추방재판에 회부됩니다.
예를 들어 국경지대에서 밀입국을 시도하거나, 허위 서류로 입국하려고 시도했다가 이민국 산하 CBP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 세관 출입국 관련국) 조사관에 의해 발각되어 체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이민국의 경찰관 역할을 하는 ICE(Immigration and Custom Enforcement; 이민 및 세관 집행 관련국) 직원에 의해 체포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검문이나 범죄에 연루되어 경찰에 체포된 뒤 지문조사 등을 통해 이민법 위반 사항이 적발되어 ICE 직원에게 인계되기도 합니다.
중범죄나 폭력범죄 등의 이유로 체포된 경우에는 구금된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이 경우에도 보석 등으로 일단 풀려난 가운데 재판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종종 단순 체류 위반으로 체포된 경우, 이민국 조사에 협조적이고 미국 내 가족이 있으며 사회나 타인에게 위협적이지 않고, 재판에 반드시 출석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전체적인 상황에 근거하여 구금없이 석방하기도 합니다.
일단 추방재판에 회부되면 외국인 당사자에겐 출석고지서(NTA; Notice to Appear)가 발부됩니다. 이민국(ICE) 사무실에서 직접 발부받는 경우도 있고, 석방된 뒤 나중에 메일로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고지서는 매우 중요한 서류이기 때문에 반드시 보관하고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재판과정에 관한 중요한 정보, 예를 들어 재판일자 및 시간, 재판장소, 재판에 회부된 사유 즉 위반사항 및 위반법률, 고지서를 발부한 이민국 직원 이름 및 사인 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고지서가 발부되기 전까지는 추방재판에 회부되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또한 고지서가 발부되었다고 해도 이민국(ICE)에서 법원에 고지서를 접수하지 않으면 재판이 시작되지 않습니다. 고지서가 발급된 경우 법원에 접수되었는지 여부는 1-800-898-7180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추방재판은 Master Hearing으로 시작하여 정식재판인 Individual Hearing으로 끝납니다. Master Hearing은 정식재판 이전의 심리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판사는 재판 당사자인 외국인의 이름 및 현주소 등을 확인하고, 변호인가 선임되었는지, 정식재판 때 통역이 필요한지 등을 확인합니다. 이 단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국인 당사자가 고지서에 명시된 위반사항을 인정하는지 여부입니다. 실제로 고지서에 이민국의 실수로 잘못된 정보가 기입되어 있을 수 있고, 위반사항 자체에 대한 법적인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답변 여부가 향후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따라서 출석고지서를 받으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입니다.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했더라도 재판에 불참해서는 안됩니다. 힘들겠지만 혼자서라도 일단 참석해야 합니다. 재판에 불참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추방명령(In Absentia Order of Removal)이 내려지며, 다시 재판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고, 재판이 재개되지 않고 이미 내려진 추방명령이 최종명령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판사는 변호사 없이 재판을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 혼자 재판에 참석한 경우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Master Hearing을 2~3개월 뒤로 연기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고객 중 한 분은 경제적인 사정으로 변호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었고, 이를 딱하게 여긴 판사가 Master Hearing만 3번을 연기해 준 경우가 있었습니다. 저와 함께 4번째 Master Hearing에 참석했을 때 담당 판사가 제 고객을 기억하면서 ‘드디어 변호인과 함께 왔군요!’ 하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Master Hearing 이 연기되지 않고 마무리 될 무렵, 정식재판인 Individual Hearing 날짜와 시간이 결정됩니다. 판사의 재판 스케줄에 따라 다르지만, 1~2년 정도 뒤로 잡히는 것이 일반적이며, 3년 뒤로 잡힌 경우도 있습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구체적인 정식 재판 과정과 더불어 추방재판 과정 중 가능한 구제방안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