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추방재판과 가능한 구제방안들
추방명령을 피하려면?
오바마 대통령의 케냐 출신 삼촌 오냥고 오바마는 추방 명령을 받았다가 재판을 청구해 지난해 영주권을 받았다. 오냥고는 1963년 학생 비자로 입국한 후 50년간 불법체류해오다 1992년 이민국으로부터 추방명령을 받았으며, 2011년 보스턴에서 음주운전으로 체포된 전력이 있다. 오냥고는 1972년 이전 입국했으며, 납세 의무도 성실히 다해 영주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P
지난 칼럼에서는 추방재방에 회부되는 사유와 추방 재판의 첫 단계인 Master Hearing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실제로 Master Hearing에 참여하기 위해 이민법원 중 하나인 맨해튼 다운타운 26 Federal Plaza 빌딩에 가보면 판사마다 다르긴 합니다만 법정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워싱턴 포스트지 보도를 보니, 2013년 말 이민법원에 계류 중인 케이스 수가 대략 357,167인데 이를 담당하는 이민판사의 수가 249명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셈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른 법체계에서 보장되는 권리들 예를 들어 변호사를 구하지 못할 경우 정부에서 변호 서비스를 제공한다거나 정당한 법적 절차(Due Process) 등이 보장되지 않는 측면이 있습니다.
Master Hearing은 정식 재판인 Individual Hearing을 위한 예비심리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여러가지 기본적인 사실 확인이 이루어지는데, 더불어 중요한 것이 정식재판에서 요구할 구제방안 (Relief)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즉, 외국인이 추방을 면하고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구제방안에 해당된다면 Master Hearing에서 이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Master Hearing 이후에도 Individual Hearing 전까지 구제방안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정식재판에서는 구제방안 승인에 필요한 자격요건을 외국인 신청자가 만족시키는지 구체적으로 검토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 별도의 증인을 세울 수도 있습니다. 만일 특별한 구제방안이 없거나 본인이 자진출국 (Voluntary Departure)하지 않을 경우 추방명령 (Final Order of Removal)이 내려집니다.
오늘은 구제방안들 중 대표적인 몇 가지만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지면 관계상 설명이 제한적입니다. 따라서 본인이 어떤 구제 방안에 해당하는지는 담당 변호사와 신중히 의논하시길 바랍니다.
자진 출국
먼저, 자진출국 (Voluntary Departure)입니다. 미국 내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구제 방안들에 해당되지 않을 경우 선택하는 방법입니다. 즉, 추방명령을 받는 대신 자발적으로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출국하는 것입니다. (1) Master Hearing에 회부되기 이전, (2) Master Hearing 당일, 그리고 (3) 정식 재판인 Individual Hearing 단계에서도 자진출국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심각한 범죄 기록이 있거나 도덕적 결함이 있는 범죄 등에 해당되지 않아야 합니다만, 자격 요건을 만족시킨다 해도 궁극적으로 이민 판사의 재량권에 의해 결정됩니다. 신청시기 (3)으로 갈수록 자격요건이 강화되어 판사의 재량권 범위가 축소되기 때문에 자진출국 명령을 받기 어렵다는 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자진출국 방안은 출국 명령을 지키지 않았을 때 처벌이 무겁습니다. 위의 (1) 혹은 (2) 단계를 통해 승인을 받은 경우 보통 120일의 출국 기한을 줍니다. (3)의 경우에는 보통 60일이 주어집니다. 일단 자진출국 명령을 받은 뒤에는 정해진 시간 내에 출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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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국으로 돌아간 뒤 본국 내 미대사관으로부터 자진 출국 확인명령서를 받은 뒤에 케이스가 종료됩니다. 하지만 재판 시에는 자진 출국의사가 있었는데 출국 명령을 받은 뒤 여러 사정이나 마음의 변화 등의 이유로 인해 시간 내 출국하지 않고 미국 내 그대로 체류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자진출국 승인이 자동으로 취소됨과 동시에 예치했던 보석금도 찾지 못하게 됩니다. 나아가 $1000 ~ $5000 상당의 벌금이 부과되고, 향후 10년간 또 다른 자진출국, 신분조정(Adjustment of Status) 및 변경 (Change of Status), 추방취소 (Cancellation of Removal) 등 이민법이 허용하는 구제방안 신청이 금지됩니다.
정해진 시간 내에 출국한다면 추방명령을 받은 정식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향후 미국 입국이 무조건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내 불법체류 기간에 따라 재입국 금지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 유의해야 합니다. 실제로 자발적으로 출국했다가 제3국을 통해 밀입국해 들어온 뒤, ICE(Immigration and Custom Enforcement; 이민 및 세관 집행 관련국) 직원에 의해 체포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밀입국 시점이나 불법체류 기간 등에 따라 미국 입국이 영구적으로 금지될 수도 있으니, 출국 뒤 재입국 시점이나 방법에 대해서도 전문인과 의논하시길 권합니다.
AP
보스턴 마라톤 테러범 자하르 차르나예프 재판에서 카자흐스탄 출신 대학 친구 디아스와 아자맛이 기소되어 최대 25년 징역형이나 추방 명령에 직면해 있다.
추방 명령의 취소
다음으로 추방명령의 취소 (Cancellation of Removal)입니다. 자진출국이나 망명 신청 등과는 달리 이 구제방안은 외국인이 추방재판에 회부되어서야만 신청 가능합니다. 일단 승인되면 비영주권자에게는 영주권자로 신분조정이 가능합니다. 추방명령의 취소는 크게 영주권자와 비영주권자로 나눕니다.
영주권자로서 추방명령의 취소 방안을 신청하려면 다음의 조건을 모두 만족시켜야 합니다. INA §240A(a)
(1) 영주권자가 된지 5년 이상이어야 합니다.
(2) 합법적으로 미국에 입국한 뒤 7년 이상 계속해서 (continuously) 거주했어야 합니다.
(3) 가중 중범죄 (Aggravated Felony)로 유죄판결을 받은 적이 없어야 합니다.
추방명령의 취소 역시 판사 재량권이 크게 작용합니다. 이때 고려되는 긍정적인 요소들로는 미국내 가족관계, 미국 내 체류 기간, 추방되었을 시 본인과 가족들에게 초래될 고통, 군복무 여부, 고용관계, 재산이나 사업체, 지역사회 활동 및 기여, 재활 및 기타 추방 대상자의 좋은 점을 강조할 만한 자료 등이 있습니다. 이에 반해 추방사유의 상황이나 성격 그리고 추가로 심각한 이민법을 위반했다거나 범죄 기록이 있는 경우 등은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합니다.
한편 비영주권자로서 추방명령의 취소 방안을 신청하려면 다음의 조건을 모두 만족시켜야 합니다. INA §240A(b)
(1) 미국 내 10년 이상 계속해서(continuously) 거주했어야 합니다.
(2) 그 10년 이상의 체류 기간 동안 도덕적으로 흠이 없어야 합니다.
(3) 추방사유에 해당하는 범죄에 해당하지 않아야 합니다.
(4) 외국인의 추방으로 인해 시민권 혹은 영주권자 배우자, 부모 혹 자녀에게 예외적이고 극심한 고통 (Exceptional and extremely unusual hardship) 이 초래되어야 합니다. 실무적으로 볼 때 극심한 고통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우기 케이스별로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양의 자료가 제출됩니다.
일반적으로 해당 가족 중에 고령이거나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 또한 그들이 심각한 병을 앓고 있거나,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추방대상자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경우 등이 긍정적으로 검토됩니다. 더불어 어린 자녀가 추방대상자 없이는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없는 경우 혹은 어린 자녀가 미국에서 태어나 추방될 국가에서 생활한 적이 없거나 그곳의 언어를 하지 못하는 경우 등 역시 긍정적인 요소들입니다. 더불어 추방될 국가의 사회경제적 상황, 예를 들어 전쟁이나 폭동 중이거나 특별한 문화적종교적 박해가 예상된다면 이 점 역시 고려대상이 됩니다.
망명 신청
다음으로 망명(Asylum) 신청입니다. 망명은 미국에 입국한 뒤 1년이내 혹은 입국과 동시에 국경지대나 공항 등에서 신청합니다.
1년이 지난 뒤에라도 특별한 사유가 받아들여지면 신청이 가능합니다. 더불어 다른 구제방안과는 달리 형사 기록으로 인해 신청자격이 제한되지 않습니다.
망명 신청의 근거는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인종, 종교, 국적, 특별한 사회그룹이나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두려움을 가진 경우입니다.
망명에 대해서는 그동안 좋지 않은 이미지가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뉴욕 플러싱 조선족 커뮤니티나 중국계 커뮤니티에서 고의로 밀입국한 뒤 온갖 서류 조작 등을 통해 망명신청을 해왔고, 이에 연루된 변호사들이 이민사기 범죄로 실형을 받는 등 많은 사기행각이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구제방안보다 대상자가 넓지 않지만, 이 역시 판사의 재량권이 작용하므로 본인에게 적합한지를 주위에 계신 전문인과 상담하시길 바랍니다.
신분 조정
마지막으로 신분조정 (Adjustment of Status)입니다. 이는 추방재판에 회부된 이후 미시민권자와의 결혼이나 VAWA (Violence Against Women Act) 승인 등을 통해 즉각적인 신분조정이 가능한 경우, 추방재판을 종료하고 영주권 신청을 계속해서 진행할 수 있도록 승인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필자의 고객 중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온 20대 중반 남성이 기억납니다. 아마도 허리케인 샌디로 인해 맨해튼 다운타운이 정적으로 잠겼던 시기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맡았을 때는 이미 Master Hearing이 두번 연기되었고, 세번째 Master Hearing에 늦게 참석하여 결석으로 인한 추방명령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다행히도 법원이 재판에 늦었던 사유를 받아들여 재판을 재개시킬 수 있었고, 얼마 전 시민권자가 된 아내의 청원을 토대로 신분조정 첫 단계인 I-130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 승인을 토대로 추방재판이 종료되어 신분조정 마지막 단계인 I-485를 접수할 수 있었는데, 얼떨떨하면서도 기뻐하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각각의 구제방안은 그 과정이 복잡하고 케이스별로 다르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추방재판은 상당 기간 지속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마스터플랜을 세우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추방재판에 회부되었다는 고지서 (Notice to Appear)를 받으면 당황하지 마시고 주변에 계신 전문인과 의논하셔서 본인에게 해당되는 구제방안에 대해 시작단계부터 준비하시길 권합니다. 특히 추방재판에 관해서 종교단체에서 제공하는 무료 상담이나 이민변호사들의 무료변론 서비스도 가능할 수 있으니 참고하셔서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투자비자인 E-2 visa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