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 위크 맛보기 <3> 이탈리안 레스토랑 SD26 ★★★☆
계란 왕만두(우오보 라비올로, Uovo Raviolo) '필수 코스'
산 도메니코의 모던한 변신 SD26 레스토랑 & 와인 바 ★★★☆
2006 동계올림픽을 열었던 토리노의 시내. 맨해튼 수퍼마켓 이태리(Eataly) 본점이 토리노에 있다. Photo: Sukie Park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멀리, 멀리, 날아라, 종이 비행기~
이 세상엔 비행기 타는 걸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화가 강익중님과 화가 최일단 선생님은 비행기 타는 걸 좋아하신다고 했지만, 나는 걱정부터 하는 타입이다.
비행기 타면 병적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어도 약간의 폐소공포 증세가 나타난다.
공항은 더욱 더 싫다. 이륙 2-3시간 전에 가야 하는 것이 너무 부담스럽다. 비행기 타는 게 여행의 전 과정에서 제일 싫어하는 ‘블랙홀’이다.
특히 영주권자 시절 재 입국 때 항상 잠재적인 테러리스트 대우를 받으며 지문과 얼굴 사진을 찍히는 것이 늘 기분 나쁜 일이었다.
할리우드 영화 ‘나 홀로 집에(Home Alone)’의 프랑스 개봉 당시 제목은 ‘엄마, 나 비행기 놓쳤어!(Maman, J'ai raté l'Avion)’였다.
왜 레스토랑 SD26 이야기에 앞서서 비행기 이야기를 하는가? ‘산 도메니코’하면, 비행기 놓쳐서 아둥거렸던 그해 겨울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ㅅ
바롤로의 산드로네 와이너리. 루치아노 산드로네의 딸이 몇년 후 브라이언트파크 호텔에서 시음회를 열었다.
http://www.sandroneluciano.com
2007년 11월 친구와 나는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토리노(영어로 튜린, Turin)에 가기로 했다. 이탈리아 북부 피드몬테 지역의 고도(古都)로 뮤지엄, 와인, 그리고 예수님 수의를 소장한 교회가 있다는 도시다. ‘푸코의 추’의 작가 움베르토 에코가 살았고, 영화제도 열리는 곳이다. 또, 캐비아, 푸아 그라와 함께 ‘세계 3대 진미’라는 트러플(송로버섯)의 산지이기도 하다. 인근에 와이너리가 많고, 알프스도 가깝다. 슬로우 푸드 운동의 본산인 알바도 근처에 있다.
그런데, 그날 뉴왁 공항에서 우리는 비행기를 놓치고 말았다. 짐 가방은 비행기와 함께 떠나버렸다.
홀란드 터널에서 꽉 막히더니, 1시간 이상 지체됐다. 우리가 입국 수속 카운터에 도착한 것은 30-40분쯤 전. 항공사 직원은 컴퓨터를 뚫어지게 보고 갸우뚱하더니 가방을 체크 인해주었다.
토리노 산조반니 바티스타 성당에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힐 당시에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수의가 보관되어 있다.
우리는 ‘프렌치 커넥션’의 자동차 추격장면처럼 뛰어갔다. 검색대 수속에서 스피드로 지나갈 수 있었지만. 그러나, 게이트까지 갔을 때 문은 닫혀졌고, 딱하게 쳐다보는 비행기는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해준다. “우리 짐 가방은 체크 인 됐어요!” 그런데, 몇 분 후에 직원은 딱 한 자리가 남았다고 했다. 우리 중 한 사람만 탈 수 있다는 것.
그럴 수는 없다고 하자, 웨이트리스트에서 한 남자의 이름을 부른다. 그 남자는 안도의 숨을 쉬며 올라갔다. 다음 비행기는 Tomorrow란다.
공항에서 짐 가방과 이별한 채 우리는 우리는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가방과 토리노에서 상봉할 수 있을 지 걱정이었다. 가방 혼자 파리에서 환승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토리노 인근 알바(Alba)는 트러플(이탈리어로 타르투포) 산지로 유명하다. 알바의 가게에 전시된 타르투포.
다음 날 저녁 비행기로 다시 예약했다. 공항으로 가려는데, 짐가방이 없으니 가벼웠다. 이렇게 가볍게 여행 다닐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공항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근사한 점심을 먹기로 했다. 토리노 지역 음식을 잘 하는 센트럴파크사우스의 산 도미네코(San Domenico)로 갔다. 입구에 내 주먹만한 트러플이 전시되어 있었다.
조니 뎁과 키스 리처드(롤링스톤)이 다녀갔다는 산 도메니코. 난 해물 파스타를 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 택시 대신 기차를 타고 여유롭게 공항에 갔다. 토리노에 도착했을 때 내 가방은 무사히 나타났지만, 그의 가방은 ‘실종’이었다. 항공사에서 문제 없다고 말한 걸 믿고 있었다. 토리노 공항에 보고했더니, 친구에게 조그만 화장품백을 준다. 그 안엔 칫솔, 면도기, 그리고 T셔츠가 있었다. ‘Made in Italy’, 은근히 나도 가방 잃어버렸으며, 하나 얻을 텐데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집시 택시를 탔더니 운전수는 산을 빙빙 돌며 요금을 올렸다. 20유로를 추가로 내는 바가지를 썼다. 다시 항공사에 전화하니, 가방 찾아서 보내주겠다고 한다. 가방은 다음 날 호텔로 와 있었다.
토리노 여행은 이렇게 재난으로 시작됐지만, 고도의 아름다움과 음식에 반하면서 공항 스트레스가 눈 녹듯이 녹아 내려갔다.
그 산 도미네코 레스토랑이 요리사 마이클 화이트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마레아(Marea)’가 됐다. 산 도미네코는 2009년 셰이크섁이 있는 매디슨스퀘어파크노스로 이주하면서 이름을 SD26로 바꾸었다.
레스토랑위크 세 번째 식당으로 SD26를 선택했을 때, 눈물겨웠던 공항의 비극이 떠올랐다. 그러나, 여행의 끝은 해피 엔딩이었다.
우디 알렌의 이론에 의하면, 비극+시간=희극이며, 나도 그걸 믿고 있다.
2013 Summer Restaurant Week Lunch at SD26
*2013 여름 뉴욕 레스토랑 위크의 리뷰입니다.
한여름 같지 않게 선선한 날씨에 눈부신 햇살이 내리쬐던 15일, 점심을 먹으로 S26으로 갔다. 밖에는 파라솔 아래 ‘알 프레스코’를 즐기는 이들이 보였다.
인테리어는 미니멀에 모던의 업스케일 데코가 시원했다. 천장은 하도 높아서 발코니에도 테이블이 있었지만, 장식인지 진짜 손님을 앉히는 곳인지는 알 수 없다. 요리학교를 연상시킨 만큼 초대형의 오픈 키친이 눈 앞에 들어왔다.
요리사는 산 도메니코 시절 제임스비어드재단 뉴욕 최우수 요리사 후보에 올랐던 오데트 파다(Odette Fada). 남자들의 천국이 된 요식업계에서 그녀가 잘 되기를 바라고 싶다.
레스토랑에 손님이 많지 않았다. 음식 주문받는 웨이터가 다소 간수처럼 딱딱했지만, 서비스는 빨랐다. 일 물리노에서 2시간 걸렸지만,
SD26에선 1시간 만에 식사가 끝났다.
SD26의 메뉴는 애피타이저-메인디쉬-디저트가 아니라 2개의 요리-디저트로 되어 있다.
Food
# 우오보 라비올로(Uovo in Raviolo; soft Egg Yolk filled Raviolo finished with Truffle Butter): 우리말로 ‘계란 만두’.
리코타 치즈와 녹색 야채로 속을 만들어 계란 노른자를 넣은 이태리 만두. 거기에 3대 진미 트러플 버터를 얹었다.
외로워 보이는 만두 하나를 자르니, 노오른자가 흘러나오면서 녹아 내린 트러플 버터와 합류한다. 리코타 치즈의
구수한 맛, 트러플의 오묘한 향, 노른자의 질감이 결합해 ‘꿈의 맛’을 낸다.
2개였다면, 메인디쉬가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른다. 하나 더 먹고 싶게 만드는 우오보 라비롤로. SD26을 다시 한번
가고 싶은 이유가 됐다.
# 스캘롭(Seared Diver Scallops with Purple Potatoes, Sugar Snap Peas & Prosciutto Crisps): 콩인지 감자인지
헷갈리게 만든 자주색 감자를 깔고, 그슬린 스캘롭 3개와 얄팍한 스냅피, 바삭한 프로슈토 튀김을 얹었다. 해산물을
좋아하지만, 사실 이만한 왕스캘롭은 2개 먹으면, 물린다.
그런데, 이 스캘롭은 달착하고, 부드럽고, 담백해서 5개까지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스캘롭을 솔로이스트로, 보라색
감자와 초록 스냅피, 그리고 붉은 프로슈토는 질감과 맛의 4중주를 시각적으로 미각적으로 절묘하게 연주해냈다.
이제까지 뉴욕에서 맛본 스캘롭 요리 중 최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전엔 리버카페의 스캘롭이었다.
#소 볼따귀찜(Barolo Wine braised Beef Cheeks, Carrot-Cardamom Puree, grilled Polenta): 토리노가 있는 피에몬테
(Piemonte)는 레드와인 바롤로로 유명하다. 바롤로 와인을 넣은 소 볼따귀찜에는 무언가 허전함이 있었다. 바로 간장과
마늘, 설탕. 우리 갈비찜의 완벽한 맛은 아무리 바롤로 와인으로 사우나를 시켜도 역부족이다.
친구가 시킨 소 볼따귀찜은 한식 갈비찜의 깊은 맛을 따라올 수 없었다. 크리스탈벨리와 단지의 갈비찜이 그리워졌다.
폴렌타는 일주일 전에 만들어놓은듯 맛이 밍밍했다.
# 티라미수(Tiramisu with Espresso Sauce): 라스베리 세개와 민트 이파리로 장식하고, 좌로 커피향 두 획, 우로 초컬릿
소스 드로잉을 배경으로 나온 티라미수는 상냥해보였다. 커피향이 입에서 살살 녹아들어가며 완벽한 런치에 마침표를
찍었다. 레몬, 아몬드, 초컬릿 등 미니 디저트(프티트 5)도 함께 나왔지만, 티라미수의 카리스마가 압도적이었다.
섬머 레스토랑 위크는 끝났지만, 평상시 런치는 2코스에 28달러에 제공한다. 디저트(티라미수)가 없어서 서운하겠지만, 우오보 라비올로와
스캘롭 요리를 찾아 다시 한번 가고 싶은 레스토랑이다.
SD26 Summer Restaurant Week: 3 Course Lunch Menu
Select Two Items
-Eggplant & Tomato Terrine, Parmigiano Fondue & Basil Pesto
-Chilled San Marzano Tomato Soup with Burrata, Celery & Basil Oil
-Grilled baby Octopus over Cicerchie puree, Sundried Tomato & Rosemary Gremolata
-Uovo in Raviolo; soft Egg Yolk filled Raviolo finished with Truffle Butter
-Spaghetti alla “Chitarra” with Tomato Sauce & Fino Basil
-Seared Diver Scallops with Purple Potatoes, Sugar Snap Peas & Prosciutto Crisps
-Galletto alla “Romana”, Salmoriglio, Parsley & Roasted Potatoes
-Barolo Wine braised Beef Cheeks, Carrot-Cardamom Puree, grilled Polenta
Select One Item:
DESSERT
-Tiramisu with Espresso Sauce
-Honey Semifreddo with Cherries & Dark Chocolate Gelato
-Selection of our homemade Gelato or Sorbet
SD26
19 East 26th St
212-265-5959
http://www.sd26ny.com
All rights reserved. Any stories of this site may be used for your personal, non-commercial use. You agree not to modify, reproduce, retransmit, distribute, disseminate, sell, publish, broadcast or circulate any material without the written permission of NYCultureBea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