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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7 02:41
★★★★ 빈티지 사기 클럽 '아메리칸 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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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 투성이 사깃꾼들의 와일드 아메리칸 드림
베일, 아담스, 쿠퍼, 로렌스 4인 배우 연기 앙상블 압권
아메리칸 허슬 American Hustle ★★★★
Columbia Pictures
우리가 인터넷이나 DVD가 아니라 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사람과 그들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보기 위해서가 아닐까? 매혹적인 캐릭터의 클로즈업과 극적인 스토리가 주는 2시간 가량의 흥분, 그리고 그 여운은 하이테크 시대에도 우리가 영화를 사랑하고, 또 영원히 사랑하게 될 이유가 될 것이다.
데이빗 오 러셀 감독의 신작 ‘아메리칸 허슬(American Hustle)’은 사깃꾼들과 그들과 영합한 FBI, 이들의 함정에 빠지는 정치인들에 관한 이야기다. 배경은 1970년대 뉴저지, 당시 아랍 쉬크로 분장한 FBI 수사관이 정치인들의 부패를 적발한 함정 수사의 암호명이었던 앱스캠(Abscam)을 토대로 한 코미디.
마틴 스콜세지 ‘굿 펠라스’의 마피아들, 우디 알렌 영화 속의 불안정한 인물들과 유머를 사랑하는 7080 세대라면 더욱더 흥미진진할 영화다. 패션과 디스코 클럽이 향수를 향긋하게 자극하는 것도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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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깃꾼’이라는 뜻의 ‘아메리칸 허슬’은 기억에 남을 명 장면으로 시작된다.
단추를 풀어재낀 셔츠에 드러난 배불뚝이와 덥수룩한 수염, 그리고 폼쟁이 선글래스를 쓴 어빙(크리스찬 베일)이 대머리를 감추기 위해 머리에 풀칠하고 가발 조각으로 붙이는 장면이다. 사깃꾼 어빙의 ‘허위 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오프닝. 그러나, 그의 아킬레스건을 알고 있는 관객은 곧 그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어빙은 즉, ‘아메리칸 허슬’의 영웅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태양의 제국'에 출연했던 아역배우에서 '배트맨'까지 영역을 넓힌 크리스천 베일 최고의 변신. 어빙 역을 위해 50파운드를 불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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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빙이 플라자 호텔 스위트에서 동료 사기꾼 시드니(에이미 아담스)와 FBI 요원 리키(브래들리 쿠퍼)를 만났을 때 리키는 냉소적인 어빙의 풀칠한 가발을 벗겨버린다. 이 순간 영화관은 약간의 경악과 동정의 한숨의 공기로 메워진다. 정치인 뇌물 수수 함정 수사를 음모한 FBI 요원 리키의 정체를 드러내는 복선이다. 영화 시작 10분 만에 관객들은 폼생폼사 사깃꾼 어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위선적이며, 경박한 FBI 수사관 리키를 미워하지 않을 수 없다.
'아메리칸 허슬'에서 헤어(hair)는 단순한 패션이 아니라 자존심이다. 뉴욕의 새 시장 빌 드 블라지오 당선 성공의 뒤에 아들 단테의 '아프로' 헤어 스타일이 있었다. 머리카락과 머리(두뇌, 지성)의 게임이 펼쳐지는 영화인 셈이다.
아들에 대한 애정 때문에 집에서 불장난을 하는 아내 로잘린(제니퍼 로렌스)를 떠날 수 없는 어빙, 영국식 액센트로 어빙의 파트너 사깃꾼이자 애인이 된 시드니에 대한 연민…
이제 관객은 데이빗 오 러셀 감독이 만들어낸 괴짜 사깃꾼 트리오들의 여정에 한 없이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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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감독은 ‘Nobody’s perfect’주의자인 것 같다.
전작 ‘실버 라이닝스 플레이북’(Silver Linings Playbook , 브래들리 쿠퍼 & 제니퍼 로렌스 주연)에서처럼 인물들의 결함을 가차없이 보여준다. 사실, 그건 러셀 감독의 수법이기도 하다. 지존한 주인공이 아니라 수많은 콤플렉스를 간직한 인간 군상에 대한 고찰이다.
그에겐 머리카락(hair)가 자존심과 체면의 상징인 듯 하다. 어빙은 가발로, 리치는 분홍색 미니 그루프(파마기), 시드니는 더 큰 그루프를 말고 있다.
‘아메리칸 허슬’은 크리스찬 베일, 제니퍼 로렌스, 에이미 아담스, 브래들리 쿠퍼, 그리고 제레미 브레넌으로 구성된 올 스타 농구 게임을 보는듯 연기의 앙상블이 매혹적이다.
블록버스터 ‘헝거 게임’을 본 적도 없고, 볼 계획도 없지만, 제니퍼 로렌스의 연기력은 가히 폭발적이다. 로렌스는 할리우드의 전설 진 할로우와 마릴린 먼로 분위기에서 메릴 스트립의 연기력까지 갖춘 할리우드의 보석이다. 로렌스는 21세기 여배우의 귀감이다.
# My Favorite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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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라이닝스 플레이북’에서의 도발적이며, 당당한 여인에서 욕구좌절의 사깃꾼 아내로 변신한 로렌스는 사실 에이미 아담스보다 더 긴 출연 시간을 원하게끔 만드는 캐릭터.
아내가 남편의 정부를 만났을 때...
로잘린과 시드니가 화장실에서 마주 치는 씬은 르네 클레망 감독의 ‘목로주점(Gervaise, 1956)’에서 여인들이 빨래터에서 머리채를 잡고 하던 몸싸움을 연상시킨다. 에밀 졸라 원작 프랑스 영화 '목로주점' 이후 최고로 두 여인의 긴장감 폭발하는 영화의 한 장면인 듯 하다.
최근 개봉된 영화 '오거스트: 오싸지 카운티(August: Osage County)'에서도 엄마 메릴 스트립과 딸 줄리아 로버츠가 머리채를 잡고 몸싸움하는 장면이 나온다고 한다.
뉴저지 캠든시장 카마인으로 분한 제레미 레너의 연기도 주목할만 하다. 진실한 정치인이지만, 아틀란틱 시티 카지노 개발을 꿈꾸다가 어빙과 리치의 함정에 빠져들고 마는 캐릭터를 능숙하게 소화해낸다.
‘굿 펠라’ 로버트 드 니로가 플로리다 카지노를 운영하는 마피아 보스 빅터 텔라지오로 등장한다.
그의 존재감 하나로도 무시무시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드 니로는 러셀 감독의 전작 ‘실버 라이닝스 플레이북’에서 신경쇠약 청년 브래들리 쿠퍼의 아버지로 분했었다. 왜 그가 크레딧에서 빠졌는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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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허슬’의 아이러니는 어빙이 몇개의 세탁소를 운영하지만, 뒤로는 위조 미술품을 판매해서 더 많은 돈을 모으는 사기꾼이라는 점이다. 이를테면, 구린 일을 하면서 끊임없이 세탁해야 하는 사업가이기도 하다. 세탁소의 주인 없는 옷들은 어빙과 애인이자 동업자인 시드니가 신분을 바꾸는 드레싱룸처럼 보인다.
유부남 어빙은 한 파티에서 전직 스트리퍼 시드니를 만나 ‘듀크 엘링턴’ 재즈를 통해 사랑에 빠진다. 이후 시드니는 ‘레이디 에디스(Lady Edith)’라는 이름의 영국 귀족으로 화려하게 위장하는 사깃꾼으로 업그레이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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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오 러셀 감독은 갱 영화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굿 펠라스)과 신경쇠약 인물 전문 우디 알렌 감독(스몰 타임 크룩스)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인다. 러셀은 범죄와 비행에 대한 인간의 충동과 동기를 분석하는 현미경적인 관찰력을 겸비하고 있다.
우리의 정체는 무엇인가? 거울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신을 바꾸고 싶어하나? 사람은 돈과 유혹 앞에서 얼마나 충성할 수 있나?
이 영화는 우리 삶의 여정에서 몇 가지 질문을 던지는 코미디다.
‘아메리칸 허슬’은 미국의 인종차별을 다룬 ‘12년 노예(12 Year’s A Slave)’만큼 정치사회적으로 ‘중요한’ 영화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도 ‘12년 노예’의 주인공 노스럽이 누구인지 어리둥절한 반면, ‘아메리칸 허슬’의 인물들은 ‘디 엔드’ 자막이 뜬 이후에도 그들의 삶이 궁금해지는 영화다. 그래서 마음 한 켠에 저장된 인물, 픽션이지만, 친구를 얻은듯한 즐거움이 지속된다.
'아메리칸 허슬'은 골든글로브상 뮤지컬 코미디 부문 작품, 감독, 각본, 남녀주연, 남녀조연상 등 7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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