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BRICS) 매니아의 고백
Crazy for YOU, BRICS
'이탈리아 루이 뷔통' 브릭스
누구에게나 어떤 물건에 대한 집착이 한두 가지는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여러가지 집착 중의 하나가 백(bag)이다. 그런데, 샤넬, 루이 뷔통, 프라다는 아니다. ‘그림의 떡’은 쉽게 포기해버리는 성격이기에.
내 집착(obsession)은 ‘브릭스(Brics)’라는 이태리 밀라노 산 가방이다. 처음 브릭스를 본 건 10년 전쯤 메트로폴리탄뮤지엄 인근 매디슨애브뉴의 가방가게였던 것 같다. 다크 브라운에 오렌지 브라운의 트림과 로고가 들어간 튼튼한 핸드백이 눈에 쏙 들어왔다. 내 눈에는 스타일리쉬하면서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 듬직한 백이었다. 소위 명품 백은 아니었기에 가격도 150불 안팎이었던 것 같다. 디자인이 맘에 들어 브랜드 브릭스만 기억한 채 가게를 나왔다.
피렌체의 두오모가 보이는 호텔.
2008년 우리는 가을 베니스-피렌체-로마를 여행하고 있었다. 로마에 가면 유적지가 많아 처음 보는 관광객들을 어지럽게 만드는 ‘스탕달 신드롬(Stendhal Syndrome)’을 느낀다지만, 내겐 피렌체였다. 오렌지색 석양을 배경으로 우뚝 서있는 두오모 성당 앞에서 눈물이 쏟아질 듯했다.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로 인해 일본인 관광객들이 들끓는 가운데, 두오모가 보이는 전망 좋은 호텔에 앉아 있으니 또 이탈리아가 사랑스러웠다.
도착 다음 날 부티크들이 즐비하는 거리를 걷다보니 친숙한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오래 전 눈에 찍어두었던 Brics의 그 핸드백이었다. Brics 매장을 직접 보니, 마치 좋아하는 스타라도 본 것처럼 반가왔다.
뉴욕에서 왔다니 패셔너블한 판매원이 반가와한다. ‘뉴욕엔 아직 매장이 없다’고 미안해하면서. 그녀의 설명은 “브릭스는 이탈리아의 자존심이며, 우리들의 루이 뷔통이예요.” 두 말 하지않고, 전에 매디슨애브뉴 가방가게에서 점찍어 두었던 핸드백(olive life classic)을 샀다.
피렌체의 미켈란젤로에 취해서 음식에 취해서 며칠을 보낸 후 로마로 갔다. 우리는 이탈리안 와인을 한 병 두 병 사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세 도시를 돌기 위한 짐으로 넉넉했던 두 개의 큰 여행 가방이 모잘랐다. 그래서 여행 가방 하나를 사려 돌아다니다 보니, 호텔 인근의 가방 전문점에서 Brics가 보였다. 브릭은 사실 여행가방이 최고다. 심플한 디자인이지만, 우아하고, 튼튼하다. 브릭 캐리 온을 하나 장만했다.
브릭스 사냥이 다시 시작된 것은 그로부터 얼마 후 매디슨애브뉴(54-55스트릿)에 플래그쉽 스토어가 연 이후다. 브릭은 명품 가격대는 아니지만, 여전히 지갑을 열기엔 주저하게 된다. 4년 여전 근처에서 일하던 친구로부터 플래그쉽에서 프라이빗 세일한다는 정보를 받았다. 그때 가죽 컴퓨터 백, 토트백, 랩톱 케이스, 메신저백, 아이보리 더플백에서 가죽 장갑까지 눈 딱 감고 구입했다. 이탈리아의 루이 뷔통이래, 음…. 직장 다닐 때, 월급이 딱딱 나올 때의 호사였다.
영화 '트래블러'에서 조니 뎁과 브릭스. 피파 미들턴과 브릭스.
마돈나의 ‘(브릭스) 머티리얼 걸’이 되어가면서 브릭에 대한 충성심은 더 강해졌다. E-Bay에서 남성용 화장품 백(토일렛 백) 사서 한국의 동생에게, 가벼운 핸드백 사서 조카에게 보내주었다. 그리고, 친구는 블루밍데일 백화점 세일 기간에 또, 하나의 더플백, 그리고 가먼트백까지 보탰다. 먼 여행을 갈 땐 큰 브릭스와 작은 브릭스 러기지백이 커플룩이 된다.
브릭스가 모처럼 샘플 세일을 한다는데, 더 이상 살 브릭스가 없을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어떤 브릭스가 나올지 구경은 가봐야할 듯.
▶세일 일정: 3월 10일-15일 오전 10시-오후 7시, 16일 오전 10시-오후 4시
▶장소: 260 Fifth Ave.(bet. 28&29th St.).
- 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