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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김미경: 그림 그려도 된대요~ㅎㅎㅎ
서촌 오후 4시 (5)
그림 그려도 된대요~ ㅎㅎㅎ
지난 4월 1일 쓴 ‘그림 그리길 허하라!!!’ 칼럼을 기억하시는지요?
경복궁 영추문 앞에서 그림 그리다 청와대 경비에 의해 쫓겨난 이야기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화가나 지난 4월 3일 국민신문고(epeople.go.kr) 찾아 들어가 민원을 제기했다. 아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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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제목 : 경복궁 영추문 앞에서 그림 그릴 수 없는 법적 근거를 제시해 주십시오
민원내용 : 지난 2014년 4월 1일 오후 3시 30분. 저 김미경은 경복궁 영추문 앞쪽 화단(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간이의자에 앉아 인왕산과 통의동쪽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202경비단 김00 경사라고 신분을 밝힌 분이 와서 정중하게 "이 곳에서 그림을 그리시면 안 됩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너무 의아해서 "왜 이곳에서 그림을 그리면 안 된다는 겁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보안지역이어서 안 된다"는 대답이었습니다.
저는 청와대쪽을 향해 그림을 그린 것도 아니고 통의동과 인왕산쪽을 향해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도 거의 없어 통행에 아무런 불편을 주지도 않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곳에서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아 이렇게 민원을 제기합니다. 그날 김00 경사의 퇴거 요청은 명백히 개인의 예술 활동을 제한하는 행위라고 생각됩니다.
이에 정식으로 문의합니다.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면 왜 안 된다는 것인지 납득할만한 이유를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청와대쪽을 바라보지도 않았고, 설사 청와대쪽을 바라보며 그렸다 하더라도 그것이 제재 받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순수한 예술 활동을 제재하는 분명한 사유를 듣고 싶습니다. 그러한 제재가 합법적인 것이라면 어떤 법 조항에 근거하는 것인지 분명히 밝혀 주시길 바랍니다.
그곳에서 본 풍경 사진과 제가 그리던 그림을 함께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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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kyung Kim
그리고 그저께...4월 11일 경찰청으로부터 아래와 같은 장문의 사과편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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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지방경찰청 202경비단 63경비대 2제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경위 김00입니다.
지난 4.1(화) 선생님께서 경복궁 영추문 앞에서 예술활동을 하시다 검문검색을 통해 겪으신 불편 사항에 대해서 먼저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민원인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청와대 주변에는 불특정 다수인들의 각종 민원, 청와대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을 확인하기 위해 부득이 근무자들이 출입하는 차량, 사람에 대해 검문 및 안내를 해 드리고 있습니다.
당시 저희 근무자(경사 김00)가 경복궁 영추문 앞에서 '메밀꽃 필무렵'을 바라보고 그림을 그리고 있던 선생님을 발견하고 자리를 이동해 줄 것을 요구한 것과 관련하여 경사 김00는 금년 상반기 인사이동시 전입하여 업무를 숙지하는 과정에서 특정지역 주변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에 대해 통제한다는 생각을 갖고 근무를 하였던 것으로 현재 저희 단에서는 업무미흡 사례로 전직원 교양자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관련 직원을 상대로 직무교육을 더욱 더 강화하여 다시는 이런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꽃피는 봄날 항상 건강하시고 선생님의 가정에 행복이 충만하기를 기원하며 더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시면 02-2198-8217로 언제든지 전화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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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브루클린 오후 2시' 작가
대구에서 태어나 서강대 국문과와 이화여대 대학원 여성학과를 졸업했다. 여성신문 편집장, 한겨레신문 기자를 거쳐 2005년 뉴욕으로 이주 한국문화원 기획실에서 일했다. 2010년 뉴욕 생활을 담은 수필집 '브루클린 오후 2시'를 펴냈다. 2012년 서울로 부메랑,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2014년 3월부터 화가로서 인생의 새 챕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