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멜다 마르코스 디스코 뮤지컬 '여기 사랑이 잠들다(Here Lies Love)'
한국계 루시 앤 마일스 이멜다 마르코스 역
5월 1일 퍼블릭시어터 공식 개막
뮤지컬 '애브뉴 Q'에 출연했던 한국계 배우 루시 앤 마일스가 이멜다 마르코스로 분하고 있다. Photo: Joan Marcus
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부인이었던 이멜다 마르코스. 가수이자 미스 필리핀(*'타클로반의 장미'상 수상) 출신으로 마르코스와 결혼 후 부정축재를 하면서 수천켤레의 구두를 수집한 구두광이기도 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이 독재정치로 권력을 휘두르던 70-80년대는 디스코 열풍과 맞아 떨어진다.
이멜다 마르코스는 뉴욕의 아파트를 디스코 클럽처럼 개조해 파티를 즐겼다고 한다. 이멜다 마르코스, 그녀의 삶을 그린 뮤지컬 '여기 사랑이 잠들다(Here Lies Love)'가 오프 브로드웨이 퍼블릭 시어터에서 5월 1일 공식 개막된다.
Photo: Joan Marcus
'뮤지컬의 귀재'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1976년 아르헨티나의 독재자 부인 에바 페론의 이야기를 '에비타(Evita)'에 발라드풍으로 담았고, 블록버스터 히트 뮤지컬이 됐다.
같은 영국 출신 전위 록 그룹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리더 데이빗 번(David Byrne)과 팻보이 슬림(Fatboy Slim)은 이멜다 마르코스의 이야기를 '여기 사랑이 잠들다'에서 디스코 풍으로 그려냈다.
'여기 사랑이 잠들다'는 지난해 퍼블릭 시어터에서 초연됐다가 연장에 연장 후 찬사를 받으며 올해 돌아왔다. 프리뷰를 거쳐 5월 1일 공식 개막되어 오픈 런(폐막일 미정)으로 공연된다.
Photo: Joan Marcus
'여기 사랑이 잠들다'는 시골 소녀에서 미인대회 입상 후 운명의 사다리를 타고 필리핀 독재자의 영부인이 되어 권력과 부를 누렸지만, 오명을 남긴 이멜다 마르코스의 드라마틱한 삶을 그렸다. 대사는 없다. 음악으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도 특색이다. 데이빗 번은 디스코풍과 펑크음악으로 이야기를 매끈하게 끌어나간다.
이국적인 열대 필리핀을 배경으로 민속 의상에서 70-80년대 빈티지와 디스코의 믹스&매치, 그리고 뉴스릴을 상영하며 멀티 미디어로 정치적인 배경을 보충 설명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멜다가 집착했던 구두를 강조하지는 않는다. 디스코 구두가 등장했더라면, 더욱 코믹했을 텐데...
Photo: Joan Marcus
퍼블릭 시어터의 루에스터 홀(LuEsther Hall)의 무대는 디스코 클럽을 방불케한다.
관객용 의자가 없다.(따라서 90분 동안 버티고, 때론 춤도 출 수 있는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데이빗 코린스가 디자인한 무대는 사방+센터의 오방, 팔방, 360도로 펼쳐진다. 핑크색 점퍼수트를 입은 스탭이 플랫폼을 옮기며 무대를 전후좌우로 짜집기 한다. 뮤지컬 '록키(Rocky)'의 연출자인 알렉스 팀버스는 이처럼 팝업 스타일로 무대를 옮기며 스타카도 스피드로 다이나믹한 연출을 보여준다.
Photo: Joan Marcus
발코니의 DJ(켈빈 문 로 Kelvin Moon Loh)가 해설한 후 노래와 춤이 펼쳐진다.
관객은 다음 씬이 어디서 시작될 지 감지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며 무대를 따라 움직인다. 그뿐인가? DJ의 리드에 따라 관객은 배우들과 춤도 춘다.
루시 앤 마일스 Photo: Beth Kelly
9세에서 57세까지 변신하는 이멜다 마르코스 역은 한국계 루시 앤 마일스(Ruthie Ann Miles)가 맡아 열연하고 있다.
애리조나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성장한 루시 앤 마일스는 음악교사인 엄마와 하와이에 정착했다. 배우의 꿈을 품고 플로리다 팜비치 아틀란틱 유니버시티 졸업 후 뉴욕대에서 연기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난해 '여기 사랑이 잠들다'로 시어터 월드상(Theatre World Award))을 받았으며, 올해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 배우에게 주는 루실 로텔 트로피(Lucille Lortel)상을 수상했다.
DJ 역의 켈빈 문 로
실제로 27일 공연에서 전설의 뮤지션 데이빗 번이 관객 사이에서 배우들의 노래를 부르며 춤도 추고 있었다. 데이빗 번은 몇 년 전까지만해도 사진작가 신디 셔먼의 애인이었다.
페르단디 마르코스 역의 호세 라나. Photo: Joan Marcus
브로드웨이 뮤지컬처럼 오케스트라나 라이브 음악 대신 녹음 음악을 사용하지만, 무대가 디스코 클럽이니 이상할 것도 없다.
뮤지컬 '미스 사이공'으로 스타덤에 오른 리아 살롱가 덕분에 필리핀에 뮤지컬 배우 지망생이 급증했다.
뉴욕에서 이멜다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는데 재능있는 배우들이 조명받을 수 있게 됐다. 대부분의 출연진이 필리핀계.
이멜다를 닮은 루스 앤 마일스가 주인공으로 열연하며, 마르코스 대통령 역은 호세 라나, 정적 니노이 아퀴노 역은 콘라드 리카모라가 확신에 찬 연기를 보여준다.
니노이 아퀴노 역에 콘라드 리카모라. Photo: Joan Marcus
자그마한 남자 배우들의 그룹 댄스는 '뉴 키즈 온더 블럭'같은 소년 밴드들의 발랄한 춤과 노래를 연상시킨다. 안무는 애니-B 파슨스.군부 독재의 무시무시한 이야기는 디스코로 포장되어 코미디가 된다. '여기 사랑이 잠들다'의 디스코풍 비트는 발라드풍의 멜로디 'God Draws Straight'에서 피날레를 맞는다.
공연을 본 지 사흘이 지나도 주제곡 'Here Lies Love'가 귓전을 떠나지 않는다. '여기 사랑이 잠들다'는 이멜다 마르코스가 원했던 자신의 묘비명이라고 한다.
Photo: Joan Marcus
아시안의 이야기, 전위 록뮤지션의 뮤지컬, 실험적인 무대... 참신하고, 실험적인 오프 브로드웨이의 보석같은 뮤지컬이다.
'에비타'의 무거움 대신 '이멜다'의 가벼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발라드 대신, 데이빗 번의 펑크와 디스코 리듬으로 '여기 사랑이 잠들다'는 뮤지컬 이상의 체험을 준다.
▶퍼블릭 시어터(The Public Theater): 425 Lafayette St.
▶티켓: $99~ ($40 러시티켓: 월, 화, 수요일 공연 당일 오후 6시부터 판매) http://www.herelieslo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