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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장 David Chang

우즈처럼 못 돼서 골프 관둬 … 망할 바엔 내 요리나 실컷

 타임지 100인, 뉴욕타임스 선정 최우수 새 식당 


‘피겨 여왕’ 김연아가 시사주간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포함됐다. 놀라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런데, 100명 중 2명뿐인 한국인의 다른 이름은 우리에겐 다소 생소했다. 빌 클린턴, 스티브 잡스, 제임스 캐머런 등 쟁쟁한 이름들 사이에 예술가 부문 19위로 당당히 낀 뉴욕의 한인 2세 요리사 데이비드 장(한국이름 장석호, 33)은 누구일까. ‘미 요식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 재단상 3관왕의 주인공이며, 별 하나도 영광인 미슐랭 스타 2개를 단시간에 거머쥔 행운아다.



*이 인터뷰는 2010.05.29 00:01 한국 중앙일보에 게재된 기사를 보완한 것입니다.


1.dave at ko.jpg David Chang



데이비드 장은 1977년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3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부친 조 장씨는 63년 단돈 50달러를 들고 뉴욕으로 이민해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접시닦이부터 시작해 한때 7개의 식당을 운영했으며 골프장비 사업을 하다 3년 전 은퇴했다.


다섯 살 때 골프채를 잡은 데이비드는 버지니아주 주니어 챔피언을 두 차례나 차지했고, 축구와 레슬링에도 재주를 보였지만 운동이 천직은 아니었다. 코네티컷주 트리니티칼리지를 졸업(종교학)한 뒤 일본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뉴욕에 돌아와 사무직으로 일했지만, 체질에 맞지 않았다. 요리학교 프렌치컬리너리인스티튜트(FCI)를 6개월간 다녔다. 이후 톱 레스토랑인 장 조지 봉거리첸의 ‘머서 키친’과 톰 콜리치오의 ‘크래프트’에서 야채를 썰고, 전화도 받았다.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소바집, 스테이크하우스, 가이세키 요리집 등에서 실력을 닦았다.


momofuku-ramen--by-noah kalina.jpg  모모푸쿠 라면 Photo: Noah Kalina


2004년 부친에게 20만 달러를 빌려 뉴욕의 55㎡ 공간에 라면집 모모푸쿠 누들바를 열었다. 일본의 컵라면 발명가 모모푸쿠 안도의 이름에서 따왔다.


누들바는 몇 개월간 파리를 날렸다. “기왕 망할 바에는 원하는 요리나 실컷 해보자”고 마음먹고 창의적인 메뉴를 등장시킨다. 

한·중·일식에 프랑스 요리 테크닉을 가미한 메뉴를 선보였다. 삼겹살로 만든 포크 번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이로 인해 그는 2006년 제임스 비어드 재단 신인요리사상을 거머쥔다.


people at ssambar-by-noah kalina.jpg 모모푸쿠 쌈바

2006년 연 두 번째 식당은 한국식 보쌈에서 영감을 얻은 ‘쌈바’였다. “모방은 자살행위”라고 믿는 그의 창의적인 돼지고기 보쌈 요리로 2008년 제임스 비어드 재단 최우수 뉴욕 요리사상을 받았고, 뉴욕타임스로부터 최우수 새 식당으로 선정된다.


2008년 연 모모푸쿠 ‘코(Ko)’는 누들바 내부의 12석짜리 테이스팅 메뉴 전문 레스토랑이다. 

당일 오전 온라인 예약만 받는 코는 당일 요리사가 정한 10∼12개 요리의 코스 메뉴(3시간 점심 175달러, 2시간 저녁 125달러)를 제공한다. 2008년 코의 예약이 자선 경매에 나와 2870달러에 낙찰되기도 했다. 미슐랭 가이드는 코에 별 2개를 선사했고, 제임스 비어드 재단의 새 식당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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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푸쿠 코의 달걀 캐비아 요리  Photo: Gabriele Stabile

같은 해 쌈바 옆에 디저트 전문 ‘베이커리 앤 밀크바’를 열었고, 지난달엔 베트남 퓨전 식당 ‘마 뻬슈’를 개업하며 모모푸쿠 제국의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


타임 외에도 2008년 에스콰이어지가 ‘21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75인’으로, 2009년 롤링스톤지가 ‘미국을 변화시키는 100인’으로 꼽았다. 영국 잡지 ‘레스토랑’은 올해 모모푸쿠 쌈바를 세계 식당 26위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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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 데이빗 장. Photo: Sukie Park/The Korea Daily


지난 주말 화창한 오후, 창 밖으로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유니언스퀘어의 모모푸쿠 사무실에서 데이비드 장을 만났다. 셔츠에 청바지, 스니커즈 차림을 즐기는 ‘모모푸쿠 제국’의 황제 데이비드 장. 이젠 요리보다 경영에, 주방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씨는 유명세로 사생활이 침해되는 걸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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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임 월드파워 100’에 선정된 소감은.

“영광스럽다. 하지만 그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여전히 나일 뿐이다. 100인을 초청한 갈라 행사는 재미있었다. 빌 클린턴에서 김연아까지 100인에 선정된 거의 모든 사람이 참석했다. 함께 간 어머니가 김연아를 보고 말을 걸고 싶어해 당황했다. 김연아가 왜 프라이버시를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 성공의 비결은.

“아마 제때, 제 장소에 있었으며 행운도 따랐기 때문일 것이다. 실수를 통해서 배웠다. 매일 실수하면서 조금씩 더 나아졌다. 접시닦이까지 모든 팀원이 노력한 결과이기도 하다. 나는 방정식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진짜 성공 이유는 20여 년 후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진행 중일 뿐이다.”


●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 있다면.

“죽음이다. 어머니가 두 번 암과 투병했다. 또 친한 친구 3명을 잃었다. 누들바도 망할 작정을 하고 시작한 거였다. 우리 모두 언젠가 죽는데, 후회 없이 살아야 할 것 같았다. 죽음 앞에서 한 식당의 성패는 미미한 것이 아닌가.

 


● 어릴 때 꿈은.

“그저 골프만 쳤다. 꿈도 없었다. 그저 재미나게 살고 싶었을 뿐이다.”


● 버지니아주 주니어 골프 챔피언이었는데.

“이미 타이거 우즈가 있었다. 우즈가 될 수 없다면 골프를 그만두는 게 나을 것 같았다.”


● 정체성 위기는 없었나.

“코리안 아메리칸은 한국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미국에서도 수용되지 않았다. 스트레스 때문에 8살 때부터 술을 마셨다. (웃음) 농담이다.”


● 최근 한국의 절을 돌아보고 왔다. ‘돼지고기의 왕(King of Pork)’이라는 별명의 요리사인 당신이 채식을 하는 절에 가서 주목을 받았는데.


“ 서울 인근 절에 머물면서 사찰음식에 대해 배우고 왔다. 내가 절에 간 것이 이상할 것 없다. 내 목표는 더 배우는 것이며 이번에 한식의 역사에 대해 배웠다. 사찰음식은 현대 한국 요리의 선도 격이다. 마늘 없이 여러 가지 김치를 만드는 것도 배웠다.


bo ssam photo.jpg  모모푸쿠 쌈바의 보쌈

● 모모푸쿠 김치는 한국 김치와 다른가.

“모모푸쿠에선 배추김치, 깍두기와 오이 김치를 만든다. 어렸을 때 어머니와 할머니는 블루크랩을 넣고 김치를 담갔다. 우린 새우젓, 생선소스, 바다소금을 넣고 더 짜게, 달게 만든다.”


● 누들 바 이후 미국에 라면 열풍이 불었다.

“우리가 첫 라면집은 아니었다. 누들 바에는 재능이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라면 이상의 것을 판다. 다른 라면집이 흉내낼 수 없는 것이다.”


● 자신의 장점을 뭐라고 생각하는가.

“우리의 장점은 우리의 약점을 안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식당이 아니다. 하지만 맛있고, 부담 없는 가격의 음식을 판다.”


● 식당 직원에게 의료보험을 해주고, 영어교육도 시킨다는데.

“우리는 가족이다. 직원을 돌보는 것은 내 임무다. 파트타임을 포함해 400여 명이 일하는데, 일정 시간 이상을 일하는 직원들은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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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제임스비어드재단상 시상식에서 다니엘 불루(왼쪽 끝)과 데이빗 장(오른쪽 끝). AP

● 요리사는 사람들의 맛을 따라야 하나, 아니면 맛을 이끌어야 하나.

우린 사람들의 생각과는 별개로 단지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원할 뿐이다. 고객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만 귀를 기울인다면, 식당 문을 닫게 될 것이다. 물론 고객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지만, 내가 만들고 싶은 음식과 고객이 원하는 음식의 절묘한 선을 잘 찾아야 할 것이다.”


● 요리와 경영, 어떻게 조율하나.

“전처럼 주방에서 요리하지는 않지만 음식 만드는 과정에 참가하고 있다. 작가는 아니지만, 편집자라고 할까. 지금 필요한 일을 하고 있지만 언제든 주방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 한국 정부에서 한식 세계화를 추진 중이다.

“기꺼이 도울 의향이 있다. 하지만 한국의 관료주의 늪에 빠지고 싶지는 않다. 결정에 너무 시간이 걸린다는 데 그저 놀랐다.


● 한밤중에 출출할 때 생각나는 음식은.

“그릴드 샌드위치… 우리 식당에서 스태프들이 먹는 음식이다. 고객에게 내놓지는 않지만, 하루에 가장 중요한 음식은 바로 우리 동료들이 일하기 위해 먹는 음식이다.”


●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최후의 만찬은?.

“돼지고기는 아니다. 금방 오븐에서 구워낸 빵과 프랑스산 버터, 만일 뉴욕에 있다면 스시 야스다의 스시, 그리고 토시(모모푸쿠 밀크바)의 쿠키를 먹고 싶다.”


뉴욕 중앙일보 =박숙희 기자 sukie@koreadaily.com


J칵테일1 데이비드 장의 ‘명작’들과 그를 보는 시선들

Pork Buns-byGabriele Stabile.jpg 포크 번 Photo: Gabriele Stabile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

"음식 전문가로서 항상 새롭고, 다르며, 맛있는 것을 찾게 된다. 모모푸쿠에서 데이비드 장의 포크 번을 맛본 날 너무도 즐거웠다. 그 후로 나는 그의 맛있는 창조작을 거의 먹어 봤다. 마침내 요리책이 나와 집에서 열심히 흉내 낼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안소니 부르댕, 요리사·저술가·방송인

"숨가쁘고 떠들썩한 선전은 진실이다. 그의 음식은 모두들 이야기하듯이 훌륭하며, 흥미진진하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재미나고, 야심 차면서도 거칠게 창조적인 그는 요즘 모든 요리사로 하여금 각자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인물이다."


루스 레이첼, 전 뉴욕타임스 음식 비평가

"2004년 모모푸쿠를 열었을 때 데이비드 장은 캐주얼 식당을 개혁했고, 그 게임을 변화시켰다. 그는 자신이 일하고 있던 고급식당을 뒤로하고 자기 동료들이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단출한 식당을 연 것이다."


조 장, 아버지

"공부를 시켰는데 라면집을 하겠다고 해서 마음이 아팠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이스트 빌리지에 누들 바를 열 때 ‘식당이 좁아서 건너편에 아파트를 얻어 집의 냉장고를 쓰겠다’고 하는 걸 보고 ‘정신적으로 됐다’고 생각했다. 성공할 것이라고 믿었다."


J 칵테일2 모모푸쿠의 코리안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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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일식·중식에서 얻은 영감에 프랑스 요리의 감수성을 얹어 선보이는 모모푸쿠의 모토는 ‘맛있는 미국 음식’이다. 

데이비드 장과 요리사들의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진화해온 메뉴엔 히트작도 많지만 단명한 요리도 있다. 모모푸쿠의 메뉴는 애피타이저-메인 디시-디저트로 분류되지 않는다. 재료의 종류와 양으로 나뉘며, 메뉴는 당일 재료 사정에 따라 매일 바뀐다. 


지난해 가을 마침내 요리책 『모모푸쿠』를 내고, 조리법을 공개했다. 자장면과 김치찌개를 가장 좋아한다는 데이비드는 한식풍 메뉴에 김치와 쌈장을 주재료로 사용한다.


누들 바=담근 지 2주 된 김치와 라면 국물, 떡으로 만든 김치찌개, 떡볶이 구이(roasted rice cake)가 메뉴에 등장한다. 한국식 통닭과 미 남부식 프라이드 치킨 두 마리를 제공하는 프라이드 치킨 디너(100달러)는 예약이 필수. 술 중엔 한국 소주도 있다.


쌈 바=데이비드 장은 김치와 굴의 조화를 좋아한다. 돼지고기 엉덩이 살을 이용한 보쌈 요리(6∼10인용, 200달러)는 생굴 12개, 상추·밥·김치와 함께 나온다. 후지사과 김치, 마파두부와 떡볶이, 이탈리아의 볼로네즈 소스를 섞은 ‘매운 돼지 소시지와 떡볶이’ 등이 쌈 바의 한식풍 메뉴. 캐나다산 구시 굴과 김치도 내놓는다. 버섯, 피클과 김치 퓨레를 넣은 비빔밥은 사라졌다.


=그날 주방장이 마음대로 내놓는 10~12개 요리의 코스 테이스팅 메뉴는 매일 바뀐다. 돼지껍질 튀김 ‘치차론’을 비롯해 삼겹살과 김치, 라면 국물로 만든 김치 콩소메도 등장한다. 코의 히트 메뉴는 냉동 거위 간을 갈아 리치(lychee), 잣과 함께 내놓는 ‘셰이브 푸아그라’.


베이커리=김치와 블루 치즈로 만든 크루아상과 김치 버터, 된장 버터도 있다. 


박숙희 뉴욕중앙일보 기자 sukie@koreadaily.com


*데이빗 장 포춘지 선정 40대 이하 경영인 40

*데이빗 장, 대니 보윈...한인 요리사 제임스비어드재단상 석권

*모모푸쿠 제국의 맛 

*데이빗 장 다큐멘터리 '요리사의 정신' PBS 방영 

*Five Korean-American Chefs at Inside Korea’s 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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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0.12.01 20:45
    요리사 데비드 장이 상금 백만불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는 기사를 읽고 뭐라도 다른 면이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골프로 다져진 든든한 체격이 통큰 남자의 면모를 느끼게 하네요. 코로나로 어려운 요식업계 동지들을 도우는데 백만불을 쾌적한 그가 범상치 않아 보입니다. 그가 요식업계에서 왜 승승장구를 하는지 엿보입니다. 후회없이 살아야한다고 했는데 참 멋진 말입니다. 그렇게 살고 싶지만 마음의 문이 열리지를 않아서 후회의 연속을 걷는가 봅니다. 음식도 후회없이 만드니까 일품 요리가 되지않나 생각했습니다. 돈이 많고 작고를 떠나서 남을위해 자선을 베푼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젊은 나이에 이런 선행을 하는 그를 우러러보게 됩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