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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김미경: 오늘도 뛰어볼까?
서촌 오후 4시 (8) 시청 앞 광장에서
오늘도 뛰어볼까?
철들고 내가 시청 앞 광장에 나가 이리저리 뛰어다닐 때마다 우리 사회는 그 힘으로 엄청나게 변했다. 좋은 방향으로.
2013. 8. 19
1980년 봄. 대학교 2학년생으로 최루탄 맞으며 처음 시청 앞 광장을 뛰어다녔었다. 당장은 무자비한 독재정권이 다시 들어서는 고통을 겪어내야 했지만, 그때 시청 앞 광장을 뛰어다닌 우리 청춘들의 힘이 결국 세상을 바꿨다.
1987년 6월. 대학원생으로 시청 앞 광장을 또 이리저리 뛰어다녔었다. 그땐 확실히 6월 항쟁을 이뤄냈다. 그리고는 직장인으로 시청 앞 광장을 늘 바쁘게 왔다갔다 지나다녔지만 어깨 걸고 뛸 일은 별로 없었다. 아 참. 2002년. 월드컵에 환장해 시청 앞에서 광화문까지 마구 뛰어다녔었다. 그래. 그 뛰어다님도 우리 사회를 엄청 바꾸긴 바꾸었네.
2013. 8. 12 2013. 8. 23
그리고 외국에서 좀 살다 돌아온 지난 2013년. 오랜만에 시청 앞 광장에 나갔다. 국정원 댓글 규탄 촛불시위 때였다. ‘정치적 감각이 상당히 떨어지는’, ‘많이 개인적인’, ‘정말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등등의 수식어로 설명될 수 있는 ‘나’라는 존재가 시청 앞까지 내 발로 찾아가면 세상이 분명 바뀔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시청 앞 광장을 뛰며 돌아다녔을 때는 늘 세상이 바뀌었으니까~ . 어라~?? 그런데 안 바뀌네!!!
2014. 8. 15
그리고 오늘. 2014년 8월 15일. 시청 앞 광장에 또 나갔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범국민대회’. 내 발로 찾아갔다. 나까지 찾아갔으니 분명 달라질게다. 아 가만히 생각해보니 다른 점이 있다. 2013년, 2014년 나는 시청 앞 광장을 뛰어다니지 않았다. 조용히 앉아 있거나 걷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했다. 그래서 안 달라지나? 뛰어야 달라지나? 뛸까?
앞에 3장은 지난 2013년 국정원 댓글 규탄 촛불시위때 열심히 그린 그림들. 마지막 오늘 범국민대회 때 그린 그림은 좀 더 다듬어봐야지.
김미경/'브루클린 오후 2시' 작가
대구에서 태어나 서강대 국문과와 이화여대 대학원 여성학과를 졸업했다. 여성신문 편집장, 한겨레신문 기자를 거쳐 2005년 뉴욕으로 이주 한국문화원 기획실에서 일했다. 2010년 뉴욕 생활을 담은 수필집 '브루클린 오후 2시'를 펴냈다. 2012년 서울로 부메랑,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2014년 3월부터 화가로서 인생의 새 챕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