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제철 만난 도루묵과 방어 요리
겨울에 더 맛있는 생선: 도루묵과 방어
본격적인 할러데이 시즌이다. 이제 2014년을 마감할 준비를 해야 할 시점이다.
작년에는 타임스퀘어에서 뉴이어스이브 행사를 함께 했었는데, 올해는 서울에서 바쁜 연말을 보내야 할 것 같다. 모든 셰프들이 마찬가지겠지만 레스토랑의 성수기인 연말이 다가오고, 개인적으로는 얼마 전 새로운 레스토랑(이십사절기)도 오픈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너무 오랜만에 글을 쓰는 것 같다.
입 안에서 톡톡 터지며 고소한 도루묵 알
Photo: Tony Yoo
아무래도 찬바람 부는 겨울이 되면 제철의 해산물들이 많이 생각난다. 요즘 많이 쓰는 해산물중에 도루묵이라는 생선이 있다. 도루묵은 동해안의 대표적인 겨울 제철 생선인데, 필자 역시 겨울에 동해 주문진이나 속초로 장을 보러 갈 때면 언제나 단골 식당에 들러 얼큰한 도루묵찌개를 먹고 오곤 한다.
도루묵은 바다 생선인데 여름에는 수심 100-200m의 동해 깊은 바다에 서식을 하다가 겨울철 산란기에 이르면 수심 2-10m의 얇은 연안으로 몰려와 해조류가 무성한 곳에 알을 낳는다. 그래서 겨울철 잡히는 도루묵은 알이 꽉 차있다. 사실 필자는 도루묵 살보다는 알을 더 좋아한다.
Photo: Tony Yoo
도루묵알은 지름이 2.5mm 정도로 다른 생선알들 보다 큰 편이고, 껍질이 두꺼워서 공기중에 노출되어 있어도 한동안 살 수 있다.
때문에 도루묵알만의 독특한 치감이 생기게 되는데, 약간 점성이 있으면서 입안에서 톡톡 터진다. 도루묵의 제철은 먼 바다에서 돌아와 연안에 알을 낳는 11월에서 12월까지다. 이때가 되면 알이 가득한 제철 도루묵의 맛은 더욱 고소해진다.
Photo: Tony Yoo
도루묵알의 재미있는 점은 치감과 함께 그 색인데, 알을 산란할 때 붙는 곳에 따라 색이 달리 나오기 때문이다. 일종의 보호색인데 원래 흰색이던 알은 녹색 해조류에 붙으면 녹색이 되고, 갈색 해조류에는 밤색빛을 낸다.
하지만 익은 후에는 다시 흰색으로 바뀐다. 생선알은 영양가가 풍부한 대신 부패가 빠르기 때문에 반드시 신선할 때 요리를 해야한다. 올 겨울에는 신선한 도루묵알만을 모아서 가지런히 모양을 잡고 오븐에서 익혀낸 후 솔부추로 많든 소스를 곁들여 코스요리로 만들어 보았다.
참치의 사촌, 방어의 담백한 맛
Photo: Tony Yoo
도루묵과 함께 요즘 요리에 많이 쓰는 생선은 방어인데, 제철이라 기름진 방어살은 흡사 참치에 견주어도 좋다.
방어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 정도가 제철이다. 예전에는 방어가 너무 많이 잡혀 저급어종에 속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많이 잡히지도 않지만 대부분 자연산이기 때문인데, 방어는 참치와 같이 중량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많다.
Photo: Tony Yoo
중량에 따라서 소방, 중방, 대방으로 나뉘는데, 소방은 1kg, 중방은 3-5kg, 대방은 5-10kg 정도이다. 1kg정도의 작은 방어는 저렴하지만 5kg 이상의 대방 정도가 되면 참치와 같이 기름기가 많아지기 때문에 가격은 많이 오르게 된다. 아무래도 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담백하고 맛이 좋기 때문이다.
입맛에 따라 틀리겠지만 방어는 두툼하게 썰어서 먹는 것이 더 맛이 좋다. 비린내도 거의 없어 마치 고기를 씹는 듯한 식감과 같다. 요즘에는 신선한 방어에 총각무를 이용해 피클을 담가서 올리고, 김과 참기름을 섞어 만든 김퓨레, 와송꽃을 곁들여 코스요리로 만들고 있다.
항암 효능있는 와송은 가니쉬로
Photo: Tony Yoo
요즘 요리에는 가니쉬(Garnish)로 와송(瓦松)꽃을 종종 사용하고 있다.
와송은 고즈넉한 옛날 한국의 전통기와집의 지붕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다년생 식물인데, 모양이 소나무 잎이나 솔방울을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보통 산과 바위, 오래된 기와집 지붕에서 자생하여 자란다. 항암에 효능이 있다고 하여 한국에서는 요즘에 식용으로 재배하는 곳도 많이 생겨서 쉽게 구할 수 있기에 요리에 자주 사용하고 있다.
'말짱 도루묵'의 유래
임진왜란 때 서울을 버리고 피난한 선조가 어렵사리 생선을 구해 먹게 됐다. 난리 속에 먹은 은빛 생선의 담백한 맛에 반한 선조는 생선 이름이 '묵'이라는 걸 알고, 앞으로 '은어'라 부르라고 명한다. 이후 평화가 찾아온 대궐에 복귀한 선조는 은어를 잡아 수라상에 올리라 했다. 그러나, 피난처의 생선맛이 아니었다. 그래서 선조는 이 은어를 '도로 묵'이라고 부르라고 명했다. 이후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 혹은 고생했지만,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것을 '말짱 도루묵'이라고 하게 됐다.
Tony Yoo 유현수
레스토랑 이십사절기 셰프
주영한국대사관 총괄셰프 (London, UK)
Executive Chef of Embassy of the Republic of Korea (London, UK)
한국 슬로푸드협회 정책위원
D6 (전)총괄셰프(Contemporary Local Korean Cuisine)
Executive Chef of Restaurant D6 (Seoul, Korea)
Aqua Restaurant (Michelin Guide Two Stars) (San Francisco, Califor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