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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부엌' 안에서 발견한 '우주'



Subodh Gupta: Seven Billion Light Years

10 Feb – 25 Apr 2015@Hauser & Wirth(511 West 18th 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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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not a fountain, 2011, Old aluminium utensils, water, painted brass taps, PVC pipes, motor, 165.1x482.6x784.9 cm 




'21세기 뒤샹' '인도의 데미엔 허스트' 

수보드 굽타(Subodh Gupta)


"무엇이든 미술이 될 수 있고, 누구라도 미술가가 될 수 있다"



그는 인도에서 제일 비싸게 팔리는 미술가다.

언론계와 미술계에서는 그에게 '21세기 뒤샹' '델리의 데미엔 허스트'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수보드 굽타(Subodh Gupta, 51), 그에게는 마르셸 뒤샹과 데미엔 허스트 뿐만 아니라 르네 마그리트,  조르지오 모란디, 제프 쿤스, 아이 웨이웨이의 영향도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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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0일 첼시의 하우저&워스 갤러리 언론 프리뷰에서 제르마노 첼란트와 수보드 굽타.  Photo: Sukie Park



해골과 박제 동물, 그리고 점 작품으로 미술계의 스타가 된 데미엔 허스트와 비교할 때 수보드 굽타의 작가로서의 생명력은 길어 보인다. 굽타의 오브제는 음식이다. '먹기'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면서 종종 미술에서는 도외시 되어왔던 소재다. 굽타는 부엌과 음식에 집착하는 미술가다.


수보드 굽타의 대형 설치작과 회화들은 노스탤지어를 불러 일으키는 한편, 인도의 계급과 빈부차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것처럼 보인다. 굽타는 일상에 눈을 돌려 음식과 식기 속에서 우주를 찾아낸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감흥을 주고, 더 긴 여운을 주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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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아티스트와 함께 한 투어는 1967년 일상용품을 쓰는 미술작품에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라는 용어를 처음 쓴 이탈리아 미술비평가 제르마노 첼란트(Germano Celant)가 수보드 굽타와 함께 진행했다.



2월 10일 글로벌 갤러리 하우저&워스 첼시에서 시작된 수보드 굽타의 '70억 광년(Seven Billion Light Years)'전은 뮤지엄 레벨의 개인전이다. 무려 8개의 소 갤러리에서 수보드 굽타의 대형 설치작과 조각 및 비디오 작품 등 17점이 소개되고 있다.


수보드 굽타는 1964년 인도의 빈촌 비하르의 카가울에서 철도원의 막내 아들로 태어나 13살 때 아버지 사망 후 가난에 시달려야 했다. 맏형도, 그 아래 형들도 아버지를 따라 철도원이 됐지만, 자신은 극장에 다니고 포스터를 그려주면서 화가를 꿈꾸었다. 


2008년 굽타는 홍콩 크리스티에서 120만 달러에 작품이 팔리며, 경매시장에서 100만 달러가 넘는 첫 인도 작가로 기록됐다. 2010년 볼쇼이 발레단의 세트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화가 바르티 케르(Bharti Kher)와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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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와 팬, 주전자 등을 피라미드처럼 쌓아서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설치작 '이것은 분수가 아니다(This is not a fountain)'는 20세기 다다 미술계 거장들에 대한 오마쥬처럼 보인다. 

이 작품은 다분히 1917년 뉴욕 미술계를 경악시켰던 마르셸 뒤샹의 변기작 '분수(Fountain)'와 르네 마그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Ceci n'est pas une pipe, 1928)'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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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타가 수년간 모은 식기들이다. 이 피라미드는 인도의 계급제도와 빈부의 격차를 상징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꼭대기의 냄비들은 생명선인 물을 공급받고, 때로는 넘치기도 한다. 그러나, 바닥의 냄비들은 엎어져 있거나 매말라 있다. 부의 분배가 공정하게 돌아가지 않고 있는 것을 비유하듯이.


또한 이 전시의 제목 '70억 광년'은 '물이 발견된 가장 먼 곳이 지구로부터 70억 광년 지점'이라는 것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지구는 바다와 강과 육지, 사막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식기는 지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저 고달픈 서민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배여있는 노스탤지어를 의도했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여러 각도로 해석할 여지를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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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m(망고, 왼쪽), 2015, Bronze, 86.4x66x66 cm/My Family Portrait, 2013, Mixed media, Dimensions variable(뒤)



청동를 재료로 인도 사람들이 즐겨먹는 망고를 재현해 냈다. '나의 가족 초상화'는 형제들이 쓰던 주방용품을 모아 진열한 작품이다. 부엌용품들은 한 가족의 손길과 숨결, 그 시간이 담긴 오브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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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rl, 2011, Steel, rope, utensils, plaster of paris, 276x109x38 cm 


"이것은 진주 목걸이가 아닙니다." ?

밧줄과 강철, 식기로 만든 대형 진주 목걸이. 누구도 목에 걸 수는 없지만, 마음 먹기에 따라 고귀한 진주 목걸이가 될 수도 있다. 물건의 가치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며, 일체 유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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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ket, 2014, Bronze, wicker basket, 25.4x53.3x53.3 cm


청동으로 제작한 감자를 담은 바구니. 인도의 주식이자, 세계인들의 식량. 1840년대 아일랜드 감자 대기근으로 미국으로 대거 이민왔다. 흔한 식품이지만, 미술품이 될 수 있다. 일상에서 소재를 발견하는 굽타는 "무엇이든 미술이 될 수 있고, 누구나 미술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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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wn Stranger, 2014, Mixed media, 383.5x165.1x180.3 cm


식기들은 민중일까? 밧줄은 신분상승이나 성공의 줄일까? 아니면, 탐욕으로 가는 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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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 (I), 1999–2014, Mixed media


굽타가 가난한 동네를 돌며 주민들의 소유품을 수집해 힌두교에서 신성하게 여기는 소똥과 흙은 섞어 들판을 만들었다. 

그 안의 낫, 창틀, 안경, 구두 등이 마치 수십년, 수백년 후 고고학자들이 발굴한 흔적같다. 사람은 가고, 물건만 남았나. 크리스 오필리가 코끼리 똥을 사용하지만, 굽타는 소똥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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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 (I), 1999–2014, Mixed media


이 작품은 덧버신을 신고 올라가서 볼 수 있다. 윤흥길의 소설 '아홉켤레 구두로 남은 사내'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매장된 소지품. 영겁과 찰나, 삶과 죽음에 대한 명상을 유도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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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perial Metal, 2014, 24k gold plated TMT rods, burnt wood, steel, 95x51x488 cm  


'제국의 금속'이라는 제목에서 도시화와 초스피드의 개발에 대한 비판 의식을 엿볼 수 있다. 

24도금의 철근들은 숯덩이처럼 타버린 나무 테이블 위에 놓여있다. 나무와 철근, 검은색과 황금색이 부자와 빈자, 탐욕과 절망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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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웨이웨이도 지난해 브루클린 뮤지엄에서 연 회고전 'According to What'에서 2008년 사천 지진으로 붕괴된 학교 사고를 비판한 철근 소재 설치작 'Straight'을 소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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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ven Billion Light Years I, 2014, Oil on canvas, found utensil, resin, 226.1x241.3x5.1 cm


달처럼 보이는 원은 사실 그 안의 낡은 식기를 확대해서 사실적으로 그린 유화다. 연기에 그을리고, 닦이고, 낡아빠진 팬이지만, 그 안에 우주가 담겨있는 듯 하다. 먹으면서도 신을, 우주를 생각할 수 있으며, 모든 이 가슴 속에 우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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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mid Ka Chimta(왼쪽), 2014, Steel, corten steel tongs, plastic, 238.8x223.5x66 cm/ Untitled, 2014, Steel, brass tongs, plastic, 238.8x231.1x68.6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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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ange Thing , 2014, Steel, copper tongs, plastic, 233.7x 228.6x61 cm


요리기구, 부엌용품 하나는 작고, 실용적이지만, 집단적으로 모이면 아름다운 작품이 될 수도 있다. 


이외에도 굽타가 기차를 타고 뉴델리에서 고향 카가울(Khagaul)까지 가는 여정을 그린 비디오 작품 'I go home every single day'는 인도 하층민들의 일상과 고단한 풍경을 담고 있다. 또, 'Seven Billion Light Years'(2분)은 인도 빵 난(nan) 만드는 과정 클로즈업과 난이 공중으로 날아가는 이미지를 포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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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저&워스 갤러리의 로스 바(Roth Bar). 금-토요일 에스프레소는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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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저&워스 갤러리 입구는 마틴 크리드(Martin Creed)의 영구 설치작이다. 



000.jpg *로스의 뉴욕 바 & 마틴 크리드의 벽화@하우저&워스 갤러리(첼시)

*MoMA '배고픈 화가들의 아버지' 알리지에로 보에티 회고전

*미성년자 관람불가 폴 맥카시의 WS에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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