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ry Window
2015.06.10 17:00
김정기, 꽃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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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무겁다
김정기
양귀비꽃잎 한 잎 땅에 떨어지니
지구가 기우뚱한다.
꽃 구들에 누어 단잠 자고나서
태워도 줄지 않는 땔감이 되는 꽃에게
말을 건다.
그 꽃 머리에 꽂고 손잡던 날이 있었던가
이제 당신 손에 내가 끌려가고
내 손에 당신이 다가오는
성근 머리엔 꽃구름이고
그래도 우리는 화원으로 가자
아직도 풋내 나는 눈물을 서로 닦아주며..
초록이 세상을 덮던 대낮
머리에 꽃 꽂아주던 사람이
뒤돌아보아도 그만인 사람같이 떠나버리고
남겨두고 간 흔적
땅을 파고 또 파서
기억의 통로에서 버려진 꽃잎 한 장
무거워도 바람이 되어 나른다.
김정기
1970년 “시문학”지로 문단 데뷔, 1975년 시집“당신의 군복” 출간. 1979년 도미.
시집 "구름에 부치는 시" "사랑의 눈빛으로" "꽃들은 말한다" "빗소리를 듣는 나무", 수필집 등 다수. 제 13회 미주문학상 수상.
라디오코리아 양서추천 담당 [16년], 현재 뉴욕 중앙일보 문학교실 담당[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