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북 오브 몰몬(The Book of Mormon)'
뮤지컬 '몰몬'을 봐야하는 이유
빈곤에 찌들은 우간다로 간 몰몬 선교사 프라이스(왼쪽)와 커닝햄. 이들은 할리우드 '버디 무비'의 전형적인 콤비 캐릭터다. 줄리 테이무어의 '라이온 킹'을 패러디한 노래 '하사 디가 이보와이'가 흥겹다. Photo: Joan Marcus
뉴욕타임스의 비평가 벤 브랜틀리가 “21세기 최고의 뮤지컬””천국(heaven)’이라고 찬사를 보낸 ‘북 오브 몰몬’의 창시자는 세 청년이다. TV 만화 시트콤 ‘사우스파크’의 공동 창작자 트레이 파커와 맷 스톤이 뮤지컬 ‘애브뉴 Q’의 작곡가 로버트 로페즈와 만나 황금의 트리오를 결성했다.
도발적인 풍자로 명성이 높은 파커와 스톤은은 오랫동안 몰몬교와 뮤지컬에 심취해있었다. 유타주에 이웃한 콜로라도대 동창으로 만난 이들은 ‘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교회’ 즉 ‘몰몬교’를 소재로 종교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그러나 방식은 조금 발칙하다. 영화 ‘부시맨(원제: The God Must Be Crazy)’에서 보츠와나의 부시맨은 코카콜라병을 들고 백인 마을로 갔다. 대신 뮤지컬 ‘몰몬’에선 백인 청년이 몰몬경을 들고 우간다로 가는 거꾸로의 문화충격을 그린다.
솔트레이크시티에 사는 몰몬교도 청년 케빈 프라이스(앤드류 래널스 분)와 아놀드 커닝햄(조시 개드 분)은 올란도나 프랑스처럼 멋진 곳으로 미션을 가고 싶었다.(실제로 롬니는 프랑스에 선교하러 갔었다.) 그러나, 케빈과 아놀드 커플의 파송지는 아프리카 우간다. 자기도취 성향의 프라이스가 꿈꾸던 선교지는 가난과 AIDS에 찌든 우간다가 아니라 올란도였다.
프라이스는 ‘우간다는 ‘라이온 킹’이 아니었어’하며 울부짖는다. 프라이스가 부르는 “너와 나, 하지만 대부분이 나(You And Me, But Mostly Me)”는 그의 오만한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곡이다. 한편, 상습적인 거짓말쟁이 뚱보 커닝햄은 영웅 타입이 아니라 참모에 만족하는 유형이다. 영화 ‘스타워즈’와 ‘반지의 제왕’ 팬인 그는 꾸며낸 이야기를 버무려 선교에 써먹는다. 프라이스와 커닝햄은 할리우드 ‘버디 buddy’ 무비에서 친숙한 콤비유형이다. 둘 다지난해 토니상 후보에 올랐으나, 표를 가르는 바람에 수상하지 못했다.
상습적인 거짓말쟁이 커닝햄은 우간다 주민을 현혹시켜 '몰몬경'이 아니라 '아놀드경'으로 교화시킨다. 그가 이들과 부르는 'I Am Africa'는 'We are the World'를 패러디한 노래다. Photo: Joan Marcus
*'I AM AFRICA 듣기
몰몬경 지식이 박약한 커닝햄은 “다시 이야기를 꾸며대다(Making Things Up Again)”를 중얼거리는 소년에서 ‘내가 아프리카다(I Am Afirica)’를 부르는 자신만만한 청년으로 변신한다. 결국 우간다 사람들은 ‘몰몬경‘이 아니라 커닝햄이 새로 창작한 경전 ‘아놀드경(Book of Arnold)’에 교화된다. 뮤지컬 ‘몰몬’의 진짜 주인공은 ‘우연한 영웅’ 커닝햄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솔트레이크시티로 가는 것이 꿈인 우간다 처녀 나불룽기(니키 제임스 분)는 “솔트레이크 시티(Sal Tiay Ka Siti)” 와 “세례받게 해주세요(Baptize Me)”로 아메리칸 드림을 꾼다. 한편, 동성애를 꽁꽁 숨겨온 선교지부장 맥킨리(로리 오말리 분)는 선교사들과 탭 댄스로 부르는 ‘꺼버려(Turn It Off)’로 욕구불만을 발산한다.
‘몰몬’의 황금 트리오는 줄리 테이무어가 지휘한 ‘라이온 킹’과 ‘스파이더맨’을 무자비하게 공격한다. 우간다 촌락 주민들이 부르는 ‘하사 디가 이보와이(Hasa Diga Eebowai, ‘빌어먹을 신이시여’)’는 ‘라이온킹’의 ‘하쿠나 마타타(스와힐리어로 ‘걱정마’)’를 패러디했다. ‘라이온 킹’이 세뇌시켜온 아프리카에 대한 환상 대신 비참한 현실을 드러낸다. 커닝햄이 ‘I Am Africa’를 부르기 시작하며 ‘보노처럼’하고 말한다. 이는 ‘스파이더맨’의 음악을 작곡한 U2의 보컬 보노에 대한 야유다. 또, 동성애 선교사 맥킨리의 합창곡 ‘Turn if off’ 는 ‘스파이더맨’의 부제 ‘Turn off the Dark’와 유사하다. 이 정도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서두와 결말에 북엔딩 기법으로 선교사들이 가가호호 방문하며 부르는 초인종의 릴레이곡 ‘Hello’가 코믹하면서도 귀를 즐겁게 한다. 이 곡은 60년대 록 그룹 ‘도어스‘의 짐 모리슨이 부른 ‘Hello, I Love You’를 연상시킨다. 또, 커닝햄과 우간다 주민들 합창하는 ‘I Am Africa’ 는는 마이클 잭슨과 라이오넬 리치가 가담한 아프리카를 돕기 위한 미 가수들의 노래 ‘We Are the World’를 패러디하고 있다.
한번 듣자마자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 풍자적이며 때론 외설적이고 불경한 가사가 이어지는 뮤지컬 ‘몰몬’은 리바이벌이나 주크박스 뮤지컬에서 찾을 수 없는 신선한 매력으로 가득하다. 지난 해 5월 발매된 오리지널 캐스트 앨범은 40년래 최고의 브로드웨이 앨범으로 기록됐다.
이기적이고 오만한 선교사 프라이스가 'You and Me, But Mostly Me' 와 'I Believe' 를 부른다. Photo: Joan Marcus
우간다 주민들은 아놀드가 꾸며댄 몰몬경 이야기에 교화되어 개종하고, 이에 몰몬 선교회장은 경악하고 만다. 그러나, 주민들은 말한다. “그건 진실이 아니라 메타포였다구! 종교의 중요성은 진실 여부가 아니라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가 여부에 있잖아!”라고 응수한다.'북 오브 몰몬'은 몰몬교를 모욕하지 않는다. 종교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질 뿐이다.
‘몰몬’은 또한 스테레오 타입을 깨고 약자를 응원하는 ‘선한 뮤지컬’이다. 영웅 형의 프라이스 대신, 뚱보 커닝햄에게, 백인보다 흑인들을, 그리고 동성애자들에게 따스한 시선을 보낸다.
브로드웨이에도 등급이 있다면 ‘몰몬’엔 R 혹은 X가 매겨질 것이다. 다분히 외설적이며 신성모독적인 대사와 가사가 버무려진 ‘몰몬’은 독실한 신앙인들은 ‘용서하지 못할 발칙한’ 뮤지컬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무신론자들이나 종교간의 대화를 신봉하는 이들, 가슴이 오픈된 관객에겐 폭소를 연발하게 만드는 코미디다. 뮤지컬 팬이라면, 몰몬의 탄탄한 음악성과 대본의 문학성, 그리고 출연진의 환상적인 호흡에 매료될 것이다.
스타도, 인기 팝송도 없고, 몰몬교에 시비를 거는 ‘북 오브 몰몬’은 2011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대본•오리지널 작곡•연출•여우조연•오케스트레이션•무대디자인•조명•사운드디자인 등 9개 부문상을 휩쓸며 단숨에 ‘뮤지컬의 클래식’으로 공인됐다.
VIP 티켓이 447달러까지 호가하는 블록버스터 '북 오브 몰몬'을 가장 싸게 보는 방볍은 공여 추첨(lottery) 티켓에 응모하는 것이다. 공연 2시간 15분 전쯤 응모권을 받을 수 있다.
▶티켓 $59∼$137(*$32 로터리 티켓은 공연 2시간 전 추첨), 유진오닐 시어터(230 West 49th St. 212-239-6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