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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파니 S. 리/흔들리며 피는 꽃
2015.12.06 15:43

(139) 스테파니 S. 리: 흔들리며 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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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며 피는 꽃 (1) 칼럼을 시작하며



흔들흔들 살아가는 뉴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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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좋아하는 시다. 이곳, 뉴욕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닮았다. 


눈 딱 감고 칼럼을 시작해 보기로 했지만, 이렇게 좋아하는 글을 읽을줄만 알았지 막상 내가 무언가를 쓰려고하니 두렵다.

하얀 백지를 마주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과도 비슷한 두려움이지만, 그래도 그림에는 활자가 지닌 분명한 기록의 속성, 그 어떤 명백함이 덜해서 어느 정도 은유와 상징으로 숨어가는 것이 가능하다.


틀린 맞춤법도, 덜 자란 나의 이런저런 생각들도, 그저 넋두리라면 몹쓸 기억력과 함께 휘발될 것을, 글로 써서 남게되면 언젠가 고스란히 발목을 잡을 증거가 될것만 같은 이상한 걱정이 있다. 그래서 글이란 함부로 쓰고 남기면 안되는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이제 더 이상 망설이지 않기로 했다. 

뉴욕에서의 생활도 어느덧 20여년이 되어가건만, 나는 아직도 망설이고 있지 않은가.


그래, 흔들리지 않고,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휘청거리며 지구 한 구석, 뉴욕에서 흔들흔들 살아가는,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들이지만 이제는 용기내어 하나 둘씩 써보려 한다. 몇해 전 무식하고 용감하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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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ft: Where have flowers bloomed though been never wet?  Right: Even those most brightly sparkling were soaked and soaked again as they blossomed. 2015, Color pigment, gold pigment, ink on Korean Mulberry paper & silk, 61˝ (H) x 19˝ (W) x 1 ¾˝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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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ft: Even those most beautiful all trembled as they blossomed. Right: And as they shook, stalks grew firm, 2015,  Color pigment, gold pigment, ink on Korean Mulberry paper & silk, 61˝ (H) x 19˝ (W) x 1 ¾˝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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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ft: Where have flowers bloomed but never trembled? Right: Where is there a life which is never drenched?, 2015, Color pigment, gold pigment, ink on Korean Mulberry paper & silk, 61˝ (H) x 19˝ (W) x 1 ¾˝ (D)




Stephanie_100-2.jpg Stephanie S. Lee (김소연) / 화가, 큐레이터 
부산에서 태어나 예술고등학교 졸업 후 1996년 뉴욕으로 이주했다. 프랫인스티튜트 학부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한 후 맨해튼 마케팅회사, 세무회사, 법률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딸을 출산하면서 한동안 전업 주부생활을 했다. 2010년 한국 방문 중 우연히 접한 민화에 매료되어 창작민화 작업을 시작했다. 2014년 한국민화연구소(Korean Folk Art)를 창설, 플러싱 타운홀의 티칭아티스트로 활동하며, 전시도 기획하고 있다. http://www.stephaniesl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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