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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이수임: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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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Soo Im Lee, Armful, 2009, oil and color pencil on paper, 26 x 18 inches 인연이라는 것이 참 희한하다. 죽고 못 살 것처럼 10여 년 열애 끝에 결혼했어도 막상 틀어질 때는 얼마 안 되는 위자료 가지고 법정에서 몇 년씩 싸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중매로 덤덤히 만나 결혼했어도 검은 머리 백발이 되어 묻힐 때까지 잘 사는 사람도 있다. 남편 말마따나 “시작은 엉성해도 It’s okay. 끝판이 삼박해야지!” 한번 수틀리면 몇 달 동안 남편과 말을 섞지 않고 지지고 볶고 싸우면서도 헤어지지 않고 사는 지인이 있다. 차라리 이혼하는 것이 나을 텐데? 싸우면서도 함께 살아야 할 인연인지! ‘화가 나서 말을 하지 않아 돈이라도 생긴다면 몇 달이 아니라 몇 년이라도 Why not?’ 하며 듣고 싶지도 않은 넋두리를 들어야 하는 내 신세는 어쩌고! “아이가 눈치채고 불안해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아이는 전혀 모른단다. 그럴 리가 없다. 퉁명스럽게 대꾸하던 그 집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표정이 밝지 않고 부모와도 무덤덤하다. 결코, 부부의 화(anger)가 둘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 것도 인과응보라고 할 수 있을지? 컴퓨터야 이따금 작동이 안 되면 그때뿐이지만, 인과응보는 정확히 발뒤꿈치를 따라다닌다는데. 어린 시절 오빠 친구라며 집안을 들락거리며 호시탐탐 탐하다 결혼하고 잘 사는 친구가 있다. “당신은 안락의자처럼 편안한 사람이야.” 라고 남편이 사랑한다는 말을 돌려서 말하자 “내가 안락의자로 당신 밑에 깔려 짜부라져 참고 사는데 당연하지.” 하며 재치있게 받아치는 그녀의 유머감각과 깔끔한 살림살이, 특히나 음식 솜씨는 여느 요리사 못지않다. 게다가 아이까지 잘 키워 부모와도 잘 지내니 어느 남자가 한눈을 팔 것인가. 어린 시절 만나 그리도 오래 함께 했으면서도 아직도 예뻐 죽겠다는 듯 아내를 쳐다보는 든든한 남편 옆에 있는 그녀는 항상 밝고 행복하다. 친구의 행복한 기를 듬뿍 받아 나도 좀 더 그럴싸하게 굴러가야지!